‘밀회’ 훔쳐보기② 안판석 PD의 특별한 스토리텔링

스무 살 청춘의 남자와 마흔 살 여인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 한 편이 화제의 중심에 놓여있다.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는 스무 살 미혼의 청년과 마흔 살 유부녀의 금기시된 사랑을 가파른 속도로 그려나가고 있다.

실제로도 열 아홉 나이차가 나는 배우 김희애와 유아인의 캐스팅부터 화제가 된 이 드라마가 대중을 흔든 이유는 무엇일까. 금기시된 사랑이 가진 폭발적인 힘? 젊음과 늙음의 극명한 대비를 통한 허무? 그 역시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을 테지만, 이 드라마가 대중을 매료시킨 가장 큰 이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들의 사랑이 바로 내 눈 앞에서 나 자신을 설득하기 때문아닐까.

‘밀회’의 비밀스러운 만남이 불륜이라는 오명으로 읽히지 않고 대중의 마음을 두드린 이유는 두 인물, 오혜원과 이선재를 통해 인생이라는 길고도 짧은 여정 속에 잃어버리고 만 순수의 가치를 돌이킬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밀회’를 조금 더 세심히 뜯어보고자 한다. 그럴 필요가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밀회’는 ‘하얀거탑’과 ‘아내의 자격’ 등 명품 드라마로 유명한 안판석 PD의 작품답게 현란하고도 상징적인 연출을 자랑한다. 특별한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 몇몇 장면을 꼽아보았다.

'밀회' 방송화면

1. 훔쳐보기 식 앵글
우선 가장 잘 알려진 ‘밀회’ 속 카메라 기법은 인물들의 전면에 장애물을 배치해, 시청자로 하여금 인물들과 거리감을 느끼게 만들어 마치 이들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방식이다. 주로 서현예술재단 상류층 인물들이 등장할 때 사용된다. 또 인물들의 은밀한 속내를 조심스럽게 드러낼 때도 사용된다.

'밀회' 방송화면

2. 오토바이 질주신의 미묘한 차이
선재와 다미의 오토바이 신이 1회에 등장했다. 그리고 6회 혜원과 선재도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한다. 똑같은 질주 신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선 선재와 다미의 오토바이 신에는 클로즈업이 없다. 다미의 일방적 짝사랑일뿐 두 사람 사이에는 특별한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혜원과 선재의 오토바이 신에는 이들의 깊은 감정을 드러내는 클로즈업신이 등장한다. 그리고 혜원과 선재의 오토바이신에는 터널이 두 번이나 등장한다. 앞으로 이들이 사랑을 향해 달려나가는 여정이 곧 어둡고 긴 터널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신이다.

'밀회' 방송화면

3. 다미와 혜원의 샴푸신, 카메라 축의 이동
다미가 혜원의 머리를 감겨주는 신이 여러차례 등장하는데, 바로 이 장면에도 특별한 점이 있다. 1회와 4회, 그리고 6회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이 신에서도 늘 장애물이 인물을 가린다. 들키고 싶지 않은 혜원의 감정을 나타내는 신이다. 그리고 미묘하게 혜원의 방향은 정지되어 있거나 우에서 좌로 이동하는 반면, 다미를 찍을 때는 대부분 좌에서 우로 이동한다. 보통 좌에서 우로 이동하는 것이 관객의 눈에 편안하게 느껴지고, 무의식적으로도 긍정적인 것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이는 순수한 다미의 마음과 ‘불륜’으로 매도될 수 있기에 불안한 혜원의 심리를 반영하는 장면이다.

'밀회' 방송화면

4. 원형 속에 들어간 선재와 혜원
5회에서 선재와 혜원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피아노 연주를 마친 뒤, 어느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장소가 독특하다. 두 사람은 원형의 공간에 들어가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눈다. 원형의 공간은 이들의 비밀스러운 감정을 상징하며 동시에 원형은 인물의 불안과 혼란스러운 심리를 드러내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마침 혜원의 남편이 등장하자, 선재가 벌떡 일어서며 원형의 공간을 벗어난다는 점은 이것이 두 사람만의 비밀을 상징하는 것을 증명하는 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