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써로게이트>│브루스 윌리스도 늙는다

<다이하드> 시리즈에선 뉴욕 시민을 비롯한 미국인 전체를 구하고, <아마겟돈>에선 60억 인류를 살렸으며 <제5원소>을 통해 우주 전체를 구원했던 그 남자, 브루스 윌리스가 다시 돌아왔다. 군인의 전투 수행부터 사소한 일상, 심지어는 육체적 관계까지 대행하는 로봇인 써로게이트가 인류 전체의 필수품이 된 시대를 그린 동명의 코믹스를 영화화한 <써로게이트>의 시사회가 지난 9월 24일 왕십리 CGV에서 열렸다. 뇌파만으로 조종할 수 있는 로봇이 장애인을 위해 개발되지만 개발 기업과 소비자의 욕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더욱 인간 같은 모습과 초월적 능력을 지닌 로봇을 만들어 제2의 삶을 누리는 단계에 이른다. 즉 자신의 실제 외모와는 상관없이 잘생긴 남성형 로봇을 조종해 대기업의 비서 업무를 보는 게 가능해진다. 혹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강도를 만나도 부서지는 건 로봇일 뿐, 조종자는 집에서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 로봇, 써로게이트 두 대가 정체불명의 무기로 인해 망가지고 조종자 역시 뇌가 녹아 죽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류의 안전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베테랑 FBI 요원 그리어(브루스 윌리스)가 투입되면서 살인 사건의 범인과 무기의 정체가 밝혀지지만 오히려 사건은 점점 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브루스 형님, 너무 몸 사리는 거 아닌가요?

얼핏 봐선 벤틀리나 부가티 같은 고급 자동차보다 비쌀 것 같은 써로게이트를 빈부 격차 없이 거의 모든 인류가 사용하거나, 써로게이트와 조종자를 분리시킬 방법이 초반부에 제시됐는데도 인류에게 진짜 삶을 돌려주겠다며 인류 전체를 죽이려 드는 안티히어로의 이해할 수없는 행동 등, <써로게이트>에서 시비를 걸만한 요소는 적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라는 문법 안에서 전형적 재미조차 살리지 못한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븐 시걸, 척 노리스 등과 함께 전형적인 우파 마초 영웅을 연기했던 브루스 윌리스는 이 영화에서 다시 한 번 인류를 구원하는 영웅으로 등장하지만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처럼 아득바득 범인을 쫓는 근성을 보여주지도, 그렇다고 <씬시티>의 하티건처럼 고뇌하는 양심의 표정을 짓는 것도 아니다. 88분여의 러닝타임 중 그가 가장 힘을 쏟는 건 아내와의 관계 개선이고, 최종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도 뭔가 미적지근하다. 연출을 맡은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의 전작 <터미네이터 3>에서 본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오버랩되는 <써로게이트>는 10월 1일 개봉한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