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성, 냉철함과 위트 사이에 흐르는 따뜻함(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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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멋지진 않지만 꽤 재밌는 사람인 건 확실해요.”(웃음) 배우 장현성은 요즘 ‘뜨는’ 40대 남자 배우로 단연 앞손가락에 꼽힌다.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는 비밀을 간직한 냉철한 경호실장 함봉수로, 예능 프로그램인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더없이 자상한 아빠로 시청자들과 만나는 그에게서는 진지함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동시에 읽힌다. 자신의 동네인 일산에서는 ‘재미있는 아저씨’로 통하지만 연기에 있어서만은 오랜 연극배우 생활을 거친 탄탄한 내공과 식지 않은 열정이 서려 있다. ‘쓰리데이즈’ 촬영 일정으로 긴장을 놓지 않으면서도 중간 중간 위트있는 모습이 엿보인 그와의 대화는 담백하면서도 유쾌했다.

Q. SBS ‘쓰리데이즈’에서는 실제 청와대 경호관의 느낌과 가장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현성: 실장은 여러번 했는데 경호실장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웃음) 역할이 청와대 경호관이다 보니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할 수 없어 여러 제약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내 나이 또래에 벌써 경호실장을 하는 건 말이 안되는데 어찌됐든 드라마 상에서 긴장감과 에너지가 필요해서 실제보다 좀더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인물로 상상해봤다. 퇴역한 경호관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캐릭터를 잡았다.

Q. 극중 함봉수는 여러가지 얼굴을 지닌 인물이다.
장현성: 여러 면모가 상황에 따라 나오지만 함봉수란 인물은 기본적으로 국가에 대한 신념, 애국심, 군인정신이 아주 투철한 사람이다. 여러가지 문법으로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은 아니다. 강직한 경호실장으로 살다 양진리 사건을 모의했던 몇몇 세력들과 음모에 말려들면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작품 속에 드러나진 않지만 함봉수가 양진리 사건에 맞닥뜨리면서 갈등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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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캐릭터에 비해 머리도 많이 써야하고 연구도 필요했겠다.

장현성: 감독님, 작가님, 배우들과 함께 스터디하는 시간이 많았다. 국내 안보 상황 등 기본 지식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다. 특히 극중 함봉수가 대통령을 저격하게움직인 동기는 16년 동안 벌어진 사건에 대한 결과다. 이를 화면 안에서 압축된 시간으로 표현해야 해서 쉽지는 않았다.

Q. 철저하게 계산하면서 연기하는 스타일인가보다.
장현성: 물론 그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진 않았다.(웃음) 사실 나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까지 챙겨서 잘 긁어모아서 끓인 다음, 촬영 직전엔 다 버리는 편이다. 그래야 괜찮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더라.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있으면 오히려 불편해지기 때문에 제대로 정리한 후 마음을 비우고 들어가야 막상 촬영할 때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Q. 그런데 함봉수가 초반에서 죽는 설정으로 나와 예상 밖의 전개였다.
장현성: 과거와 현재가 계속 교차되면서 일단 회상 장면에서는 나올 것 같다. 이후 등장 여부는 작가님에 손에 달려 있어 아직은 잘 모르겠다.(웃음)

Q. ‘쓰리데이즈’는 어떤 인연으로 출연하게 됐나.
장현성: 작년 겨울 무렵 작품 제안을 받았다.  그동안 주로 기자 변호사 거사 등 책상 앞에서 근무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경호실장은 정통 무관 아닌가. 멋있는 군인의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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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작인 SBS ‘결혼의 여신’에서는 철없는 바람둥이로 분했다가 철두철미한 경호관으로의 변신이 새로웠다.

장현성: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구하는 건 늘 흥미롭다. 예를 들어 어떤 방에 들어갈 때 ‘쓰리데이즈’의 경호실장 함봉수는 의자가 몇 개, 테이블은 몇 센티미터 크기이며 돌발 상황에서는 어디로 대피해야하는지 등을 한눈에 파악할 거다. 반면 ‘결혼의 여신’의 바람둥이 노승수라면 이 방에 어떤 여자가 들어올지, 합석하게 된다면 무얼 먹을지를 고민하는 인물이다. 그런 식으로 인물을 그려가는 작업이 내게 항상 이 한눈에 들어오는 사람이다. 반면 결혼의 여신 속 남자는 어떤 여자가 들어올까, 무얼 먹을까를 고민하겠지. 그런 식의 고민 과정이 가슴을 뛰게 하는 것 같다.

Q. 연기에 대해 굉장히 진지한 모습이 엿보인다. 실제 촬영장에서도 심각한 편인지 궁금하다.
장현성: 오랜 시간 동안 어떤 배역을 맡으면 카메라 안이나 밖이나 똑같은 톤이 유돼야 한다는 강박증같은 게 있었다. 한마디로 ‘아티스트는 이러이러해야해’란 관념이 컸다. 그런데 그게 자연인 장현성을 너무 크게 지배하니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하더라. 연기는 조화를 이뤄야 하는 오케스트라인데 혼자 심각해있으면 협연도 안 되지 않나. 아내와도 많이 싸우곤 했었다(웃음)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내 감정을 억지로 만들지는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물론 배우로서의 시간은 엄격해야 하고 집중해야 하지만 촬영 이외의 시간까지 다른 사람들을 괴롭힐 필요는 없겠단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부터는 촬영장에서 일부러 농담도 많이 하는 편이다.

Q. 이번에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과 함께 촬영을 진행했다고.
장현성: 예능 프로를 할 때 고민이 ‘자연인 장현성의 모습을 이렇게 만 천하에 드러내도 될까’ 하는 지점이다.(웃음)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긴 한데 멋있는 사람 축에는 끼지 못한다.(웃음) 오늘은 둘째 아이 학교에 갈 일이 있어서 좀 꾸미고 나온 거다. 길거리에서 마주칠 만한 평범한 느낌이라 시청자들이 배우로서의 모습을 볼 때 몰입을 방해할 수 있겠다는 고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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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빠로서 자상한 면과 소박한 행복을 잘 가꿔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장현성: 사실 좀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우리도 싸우고 지지고 볶고 사는데.(웃음) 사실 우리는 아주 평범하다. 다른 부부들 처럼 대출 이자와 아이들 학원비가 너무 많이 나가지 않나하는 걱정을 하고 늦게 들어가면 아내가 잔소리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걸러지고 그저 좋은 모습으로만 비쳐지는게 아닌가 하는 고민은 있다. 마치 아파트 광고 속 행복하기만 한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여지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움은 있는 것 같다.

Q. 예능 프로그램 출연 후 동네에서 아줌마 팬들이 늘어나지 않았나.
장현성: 아줌마들을 잘 안 만나서 모르겠다(웃음) 내 느낌에 이전에는 날 보면 신기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길거리에서 ‘준우 아빠’라고 편하게 불러주는 것 같다.

Q. 반대로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인해 잃은 점이 있다면.
장현성: 많지는 않지만 가끔 “경호실장이 미역국을 끓인다”는 얘기를 들을 땐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웃음)

Q. 몇달 전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은 사실도 꽤 화제가 됐었다.
장현성: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하던 매니저 형의 권유로 오게 됐다.(웃음) 처음 YG 식당에 갔을 때 연습생들이 줄지어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Q. 혹시 빅뱅이나 2NE1같은 그룹과 공동작업을 해 볼 생각은 없나.
장현성: 하하. 우스갯소리로 ‘빅뱅과 반짝이’라는 이름으로 트로트 콜라보레이션을 해볼까라는 농담은 하곤 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