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신지도를 그리는 사람들③젤리피쉬 황세준 대표, 신구 뮤지션 조화의 책임감은(인터뷰)

해마다 쏟아지는 아이돌 그룹들 속에서 지난해 보석과도 같이 빛을 발한 아이돌이 있다. 바로 보이그룹 빅스다. 뱀파이어, 지킬 앤 하이드, 저주인형 등 활동할 때마다 뚜렷한 콘셉트와 음악성으로 무장한 빅스의 성장세는 그 어느 아이돌보다 가파르다.

특이한 점은 빅스는 소속사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가 처음으로 내놓은 아이돌이라는 점. 성시경 박효신 서인국 등 뮤지션이 소속되어 있는 젤리피쉬는 빅스의 성공으로 뮤지션과 아이돌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기획사로 평가 받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작곡가 출신 황세준 대표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옥에서 만났다. 음악성으로 무장한데다 신구 뮤지션을 두루 섭렵하는 그는 “더 이상 아이돌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만류하는 소리에도 과감히 빅스를 내놓으며 승부수를 띄웠다. 수익적으로는 아이돌에 집중해야 하지만, 성시경 박효신이 있었기에 빅스가 나올 수 있었다는 마음으로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책임지는 기획사로서의 사명을 갖고 있었다.

젤리피쉬 황세준 대표

 

 

Q. 박효신이 4년만에 발표한 ‘야생화’가 1위에 오르며 반응이 무척 좋은데…
황세준: 그동안의 아픔을 노래했다고나 할까. 슬픔만 담긴 게 아니라, 어려운 시간을 보내면서 많이 단단해진 것 같다. 음악 발표 뿐 아니라 뮤지컬 콘서트 등 활발하게 활동할 예정이다.

Q. 박효신이 올해 젤리피쉬의 첫 스타트 아닌가.
황세준: 올해는 노는 것 같다, 하하. 작년에는 두 달마다 나왔는데, 12월 이후 3월말에 (박)효신이 나왔으니까. 빅스 (서)인국도 준비 중이다.

Q. 젤리피쉬는 2007년 만든 회사로 알고 있는데, 햇수로 8년째다.
황세준: 2007년 8월에 설립했다. 첫 가수가 성시경, 그 다음이 김형중 박효신이었다. 현재 김형중은 소속가수는 아니다. 작곡가 세 명이서 하는 것도 했었다. 심심해야 재미있는 걸 하는 것 같긴 하다. 바쁘면 일만 하고…

Q. 글을 쓰는 시간은 얼마되지 않는데, 바쁘면 그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이 녹록치가 않다. 작곡가이면서 경영을 하다 보면, ‘창작의 뇌’와 ‘경영의 뇌’를 나눠야 하는 고충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다.
황세준: 내가 처음부터 옛날에 프리랜서로 일할 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생각대로 진행이 되는 것 같다. 회사에는 프로듀서팀이 있으니까 혼자서 작곡하는 것과 또 다르다. 예전처럼 망가질 때까지 피아노를 친다든가, 하루 종일 편곡을 한다든가 그렇게는 못 한다.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하는 것 같다. 아무튼, 우리나라가 참 좋아졌다. 가요 신들이 산업화가 되었다고나 할까. 가내수공업에서 기업화되면서, 작곡가도 좋아진 듯 하다. 전에는 사실 작곡가의 (커리어) 수명이 짧았고…

Q. 과거 인터뷰에서 음악을 오래 하고 싶어서 기획사를 만들었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나?
황세준: 예전엔 30대 중반 정도면 이미 ‘핫’하지 못하게 되었고… 혼자서 작업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음악은 창작이라서 무궁무진할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예전에 외국에서는 리듬은 누가, 멜로디는 누가 만들었다고 하고… 작곡가 여러명의 이름이 다 올라가있고… 그런 것들 보고, ‘멋있다’ ‘어떻게 이렇게 할까?’ 싶었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그 단계다.

Q. 그런 점에서는 음악적인 즐거움도 커진 건가?
황세준: 작곡가가 만족도가 높은 반면 가장 ‘허하다’고 할까. 허탈하다. 작품이 발표되고 난 뒤에는, 내 것이 아니다. 내 곡으로 활동하지만 내가 콘트롤을 하는 것이 아니고 저작곡만 남는 수동적인 상태가 된다. 작곡가분들이 회사를 만드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작품에 대한 허탈감, 가수에 대한 허탈감 때문이랄까.

Q. 아, 그렇군.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것. 기획사에서는 음악만 만드는 게 아니니까, ‘나의 것’이라는 개념이 강해질 것 같다.
황세준: ‘슈퍼스타K5’ 총괄 음악감독을 할 때 이적 노래가 선곡에 많이 나왔다. 이적은 허락을 잘 안 한다. 리메이크를 허용하지 않는데 이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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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만큼 가수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그런 점에서는 빅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황세준: 대단하다. 사실 호칭을 보면 재미있다. 효신이는 “형”,인국이는 어렵지 않고 친근한 투로 “대표님”, 빅스는 어려운 “대표님”이다. 효신이랑 시경이는 동료 느낌이 강한 거 같고, 인국이는 중간 느낌, 빅스는 하나부터 열까지 나온 자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Q. 사실 지난해 아이돌그룹 중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황세준: 빅스가 아직 대중적으로 인기가 크기 보다는, 색깔이 있는 분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평범한 것 보다는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의 호응이 있다. 이런 부분을 안고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고민이다. 매니아 아닌 매니아를 잃을까 싶기도 하고. 그 작업을 보완하기 위해서 디테일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Q. 빅스의 색깔을 유지하는 것과 바꾸는 것 사이의 결정이 쉬운 문제는 아닐 듯 하다.
황세준: 다른 팀들과 어느 정도 차별화가 될지가 관건일 듯 하다. 대형 신인도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차별화가 제일 문제다. 빅스가 나올 때만 해도 ‘더 이상 남자 아이돌은 안 된다’고들 했는데, 웬걸 엑소라는 말도 안 되는 팀도 있고 빅스도 잘 버티고… 이제 한국 가수가 음악적인 것 뿐 아니라 퍼포먼스 디자인적인 것까지 아이디어까지 전세계 최고 같아.

Q. 빅스가 처음에 나올 때의 분위기는 어땠나?
황세준: 무모했다. 젤리피쉬 만들고 두 번 무모했는데, 효신이랑 스위스로 뮤직비디오 찍으러 갔을 때 그랬고. 박용하랑 박시연까지 데리고 30명이 융프라우까지 갔는데, 독립영화를 찍는 기분이었다. 구름 위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자외선이 장난 아니고, 화상을 입어서 병원에 다니고… 반대한 사람? 많아도 귀에 안 들어왔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Q. 두번째의 무모한 도전은 빅스 제작이고?
황세준: 아이돌에 대해서 몰라서 걱정과 비아냥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하나 하나 다 했다.

Q. 왜 빅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나?
황세준: 성시경 박효신은 동료고, 서인국은 우리 회사 신인이지만 ‘생짜 신인’은 아니어서… ‘생짜 신인’을 해 보고 싶었다.

Q. ‘생짜 신인’ 걸그룹은 할 생각이 없나?
황세준: 연습생들이 10명 넘게 있고 멤버 픽스는 안 했다. 빅스도 10명 중 6명을 한 달 전에 정했다. 데뷔를 하면 그런 생각할 여유도 없어지는데, 데뷔에 대한 절실함을 끝까지 만끽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애들이 비교적 아직까지는 순수한 거 같다.

Q. 연습할 때 스타가 될 재목이 어느 정도 보이긴 하나.
황세준: 보이는데, 실력과 인성을 나누는 부분이 늘 숙제다. 어떤 기준으로 픽업을 하느냐가 말이다. 얼마나 개선될 것이냐, 예측하는 게 가장 힘든 작업이 아닐까.

Q. 성실한데 끼도 있는 멤버를 구하는 건가? 공존하기 어려운 특성을 함께 갖고 있는?
황세준: 그렇다. 실력도 있고 동료랑 잘 지내야 하고… 데뷔를 위해서 (자신의 단점을) 감추고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사람 문제의 결정판 아닐까?

Q. 일본 데뷔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황세준: 일본 시장은 신기하다. 빅스만 해도 빅스가 일본에서 어떤 활동도 안 했는데…작년에 한 번 갔는데 5,000석을 채웠다. 장르적 차별화 덕분인지 K-pop(케이팝)의 인기가 모객에 영향을 준 것 같다.

Q. 빅스와 같은 콘셉트가 일본에 없는건가?
황세준: 슬픔을 표현하기 위한 강렬함이라 좋아해주는 것 같다. 일본의 록밴드처럼 일본에도 강하거나 기괴한 이미지가 없는 게 아니다. 슬픈 서정적인 매력이 빅스에게 있어서 좋아해 주시는 듯 하다.

박효신 '야생화'

박효신 ‘야생화’

Q. 발라드 작곡을 많이 했기에 하는 말 같지는 않다. 다른 장르라 하더라도 슬픔의 정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인가?
황세준 : 그렇다. 노래 전체가 슬퍼야 할 필요는 없지만 50% 정도는 슬픔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음악을 들을 때는 두 가지 아닌가? 신나서 듣거나, 슬퍼서 듣거나. 나머지는 (우연히) 걸려서 듣는거지, 찾아서 듣는 것은 아니다. 연인이랑 헤어져서 듣고 싶을 정도의 흡입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흡입력 중에도 가장 강한 게 슬픔 아닌가. 기뻐도 눈물을 흘리고. 강하게 다가오는 감정으로 치자면, 슬픔만큼 강한 건 없다고 본다.

Q. 듣고보니 기쁨보다 슬픔이 강한 듯 하다. 슬픈 정서는 박효신이 잘 표현하지 않나?
황세준 : 효신이는 슬픔의 ‘끝’이다. 우는 연기도 잘 하고…. 타고나는 것 같아.

Q. 다시 빅스의 해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빅스의 일본에서 계획은 어떤가.
황세준 : 올해 일본에서 정식으로 활동할 듯 하다. 한국 음악을 전달하는 라이센스가 아니라, 정식 일본어로 된 음반으로 일본 팬들을 만날 것 같다.

Q. 빅스는 CJ E&M 글로벌 레이블 CJ Victor로 일본에 진출하는데, 젤리피쉬 재팬을 세울 계획은 없었는지?
황세준 : 아직 직접 진출은 버겁다. 시장도 계속 바뀌고 있고.

Q. 빅스는 유럽에서도 인기 많은데?
황세준 : 곡자들이 유럽작곡가들이 있어서 그런지, 좋아해준다. 유럽작곡가들도 좋아하고 유럽의 대중도… 미뎀에서도 느꼈지만, 그동안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이태리 등에서 현지 반응을 보고 놀랐다. 현지인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도 추고…

Q. 사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때도 그랬지만, 유튜브의 힘이 크다고 느껴진다. 어떤 마케팅 방안을 실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황세준 : 매주 빅스 TV를 공개하고 있다. 팬들과 약속이라서 되도록 쉬지 않으려고 한다. 100회 가까이 되니 오래한 셈이다. 3~5분짜리 영상을 만들어서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유튜브의 매력 같다. 곡은 보통 4분이 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짧은 시간이다. 시간은 문제가 안 되는 듯 하다.

Q. 직접 작곡한 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는 꽤 길지 않았나. 작곡가로서 함께 작곡한 가수들과는 연락을 주고 받는가.
황세준 : 나이 드신 분들도 많고… 테이같은 경우는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로 인생역전을 했기에 남다른 친구다.

젤리피쉬 황세준 대표

 

Q. ‘대표 황세준’에 충실하다보면 ‘작곡가 황세준’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질텐데.
황세준 : 다른 작곡가와 경쟁도 하고, 자극도 받고… 섭섭하기도 하다.

Q. 작곡가로 활동하더라도, 과거의 가내수공업 방식이 산업화되면서 작곡가의 역할 자체가 달라진 면은 분명히 있을텐데?
황세준 : 온라인으로 음원을 주고 받고… 많이 바뀌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얼마나 미개했냐면 음악이 인터넷으로 왔다 갔다 하면 음질이 깎이는 줄 알았다. SM이나 이런데서는 이미 그렇게 했다. 플라이투더스카이 작업할 때 딱 그렇게 했다. 컴퓨터를 한 대 놓고 믹스하고 끝났는데, 미국에 이수만 선생님께 보내야 한다,는데… 컴퓨터로 보내서, 해외에서 컨펌한다,고 해서 사실 기분이 나빴다(웃음). 몇 년 후에 내가 하고 있더라. 정말 앞서셨던 거다.

Q. 작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린시절 사고라고 들었다.
황세준 : 어렸을 때 사고를 당해 심하게 화상을 입었었다. 몸의 1/3 가량 화상을 입었고, 1976년, 77년이니 살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다행히 기적이 일어나 살아났지만, 여섯 살까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앉아서 할 수 있는 피아노와 미술을 같이 배웠다. 이상하게 미술은 잘 못 했고, 피아노는 더 잘했다고. 선생님이 예뻐하셨다는데, 지금도 그 선생님이 기억에 남는다. 어려서 피아노를 배운게 굉장히 특별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거 하나로 지금까지 이렇게 일하고 있으니 말이다.

Q. 피아노를 배웠어도 적성에 안 맞으면 어떻게 업이 되었겠나.
황세준 : 그래서 부모님이 크리스찬이긴 하지만, 팔자를 믿는다. 음악하면서 고생한 적은 없다. 선배들도 너무 잘 만났고, 운이 좋고 타이밍이 딱 맞았다. 학교에서 ‘피아노 치는 애’로 소문이 났고, 중학교 때 유행하던 ‘맥가이버’를 듣고 연주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하하.

Q. FNC의 한성호 대표와 동갑으로 교류를 하며 지내는 것으로 아는데, 한 대표가 가수로 시작을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 보인다.
황세준 : 20대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어려서 비슷한 또래이기도 하고, 음악을 하다 보면 외로우니까. 동갑으로는 윤일상이나 스토리 이승환 등의 작곡가가 있다.

젤리피쉬 황세준 대표

 

Q. 작곡가로서 회사를 경영하다보면, 다른 경영자에 비해 섬세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이 되기도 하는데,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나.
황세준 : 그런 점이 있다. 꼼꼼한 편이다. 음악을 만들 때도 주위 사람이 피로해지곤 했다. 전체적으로 꼼꼼하지는 않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꼼꼼하다.

Q. 예컨대, 매니저 출신 리더와 다른 부분이 그런 걸까?
황세준 : 기본 성향이 다르다고 본다. 작곡은 만드는 것이고, 매니지먼트는 관리이니까.

Q. 배우를 소속시킬 계획은 없나?
황세준 : 빠른 시일에 할 생각은 없고, 자연스럽게 기회가 되면 할 수는 있겠다. 시경이도 MC로 활약하고 있고, 효신이도 뮤지컬을 잘 하고 하니까 연기도 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에 뮤지컬 ‘엘리자베스’도 반응이 좋았다. 확실히 노래 잘하는 친구들은 표현력이 좋으니까.

Q. 참, 사명 젤리피쉬의 의미는 무엇인가. 설마 해파리는 아니겠지?
황세준 : 좋아하는 밴드의 이름이었다. 사옥이나 명함에 그려진 물고기는 디자인적인 것일 뿐, 무엇엔가 의미를 두는 걸 안 좋아한다. 애플도 그렇게 지었다고 하던데, 하하.

Q. 올해 젤리피쉬는 어떤 방향을 향해 갈까?
황세준 : 젤리피쉬는 내 생각일지 모르나, 독특한 회사 가고 있는 듯 하다. 아이돌만 하는 회사도 있고, 기성가수도 하는 회사도 있지만, 젤리피쉬는 인국이가 가운데에 있고 양쪽(아이돌과 기성가수)이 있다. 그래서 일종의 책임감도 생기기도 한다. 양쪽 신을 다 아니까. 솔로 가수와 아이돌 모두 아우르며 가고 싶다. 수익적으로나 비즈니스로만 보면 아이돌이 맞지만 성시경 박효신이 없었으면 빅스가 어떤 생각을 하고 나왔을까? 홍빈이가 박효신 매니아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글. 이재원 jjstar@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