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위의 똥파리

남들 다 보는 드라마, 남들 다 본 영화를 가끔 못 본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마니악한 작품만을 쫓는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도 아니고, “천만 관객이 든 영화라니, 어쩐지 보기 싫더라고요” 식의 허세를 떨기 위함도 아닙니다. 뭐랄까, 워낙 인기가 있으니 어떻게든 보게 되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의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제겐 영화 <똥파리>가 그랬습니다. 독립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관객몰이와 함께 수많은 국제영화제에서의 끊이지 않는 수상까지, 말 그대로 일대 파란을 일으킨 이 작품을 지난 주 IPTV를 통해 참 뒤늦게 보게 되었으니까요.

둔중한 망치 움직임 몇 번에 ‘찌이익-’ 세상과 이별해 버린 더러운 똥파리 한 마리의 짧은 인생. 그 거친 날갯짓 속에 웃다 울다 분노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멍하니 한 참을 일어나지 못하고야 말았습니다. 무적핑크의 카툰 ‘뱁새주’의 소재로 쓰면 좋을 만큼 한참 뒤 늦은 흥분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 영화 속에는 지금껏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변명하지 않는 남자. 그리고 화해하지 않는 남자.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한 치의 비겁함도 없이 냉정한 영화. 우리는 종종 ‘가족’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과의 화해를 망각 혹은 체념을 통해 스리슬쩍 해버리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완치되지 않은 채 잠재된 균처럼 새로운 보균자의 몸속으로 전염되고 맙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을 앞두고, 가족의 의미를 가장 깊게 생각해야 할 시간을 앞두고 보아서는 안 될 영화를 보았던 걸까요. 하지만 이 지독한 박멸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그 어느 때 보다 용감하게 가족들과 마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는 10월 2일, 금요일부터는 참 야속하리만큼 짧은 추석연휴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번 주 최지은 기자가 출장인 관계로 ‘올댓드라마’와 ‘최선생의 언어영역’은 한 주 쉬어갑니다. 휴강 동안의 복습과 반복 학습은 여러분들을 <10 아시아> 우등생의 길로 인도 할 거예요. 물론 이 이상한 교실은 너무 똑똑해 시끄러운 학생들보다는 스스로 즐거워지는 길을 택하는 평범한 학생들을 더 사랑하지만요. 마음도 몸도 만월처럼 채워지는 한가위 되세요. <10 아시아>도 더욱 가득해진 상태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