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괴물’① 김종연 PD, “70분 드라마의 한계를 깨고 싶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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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수많은 채널에서 다양한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지만, 그중 단막극의 가치는 남다르다. 일찍이 ‘스타의 등용문’으로, 혹은 신진 작가와 PD들의 트레이닝 코스 역할을 해온 단막극의 가치는 시청률과 화제성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렵다. 한 회 분량의 방송에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것도 단막극이 여느 미니시리즈나 연속극과 다른 점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과 촉박한 시간 내에 촬영되는 단막극에는 자연스레 그런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시도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런 ‘시도’는 단막극만의 장점이자 특색으로 자리 잡았다.

31일 오후 11시 55분 방송되는 KBS2 ‘드라마스페셜-괴물’(이하 ‘괴물’)은 여러 측면에서 그런 시도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경우에 해당한다. ‘괴물’이 국내에 2대뿐인 아리사(ARRI社)의 최신 기종 카메라 ‘에픽드래곤’을 사용했다는 점, 또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스릴러와 느와르적 요소를 결합한 ‘장르물’을 표방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70분 드라마의 한계를 깨고 싶습니다.” ‘괴물’의 연출을 맡은 드라마의 한계를 넘어 영화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기술력과 신선함으로 단단히 무장한 단막극 ‘괴물’, 그 치열했던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Q. 공개된 티저가 화제가 됐다. 마치 한 편의 영화 예고편을 보는 느낌이더라.
김종연 PD: ‘괴물’은 ‘드라마시티-아나그램’, ‘드라마스페셜-친구 중에 범인이 있다’ 등 장르물의 뒤를 잇는 작품이다. ‘괴물’은 굉장히 하드보일드한 느낌의 작품으로 다른 작품보다 시간과 예산을 좀 더 투입해 공을 들인 작품이다.

Q. 제작 소식과 함께 에픽 드래곤 카메라의 사용 사실이 알려졌다. 아직 일반 TV로는 송출할 수 없는 6K 카메라를 ‘괴물’ 촬영에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가.
김종연 PD: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괴물’의 장르였다. ‘괴물’의 하드보일드한 느낌과 느와르한 장르를 살리기 위해서는 에픽 드래곤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KBS에서는 계속해서 에픽 계열 카메라를 사용해왔다. ‘추노’ 때도 레드 에픽으로 촬영해 영상적인 측면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촬영은 6K로 해도 송출될 때는 2K에 맞춰 편집된 영상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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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구체적으로 일반 카메라와 에픽 드래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김종연 PD: 기본적으로 입자 수가 많고 압축이 되니까 화질이 좋다. 또 명암 대조와 인물과 배경의 질감, 형태, 공간감, 심도 등의 표현에서 깊이가 생긴다. ‘괴물’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면 보통의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영상적인 표현이 담긴다는 거다. 에픽 드래곤을 쓰면서 카메라의 인식 범위가 확장돼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느와르적인 장면을 담는 게 가능해졌다. 오히려 ‘괴물’을 찍으면서는 분장 팀이 고생했을 정도다. 일반 드라마 찍듯이 분장을 할 경우에는 영상에 담았을 때 인물이 평면적으로 보였다. 그만큼 에픽 드래곤은 공간감, 질감, 실루엣 등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Q. 박필주 작가가 집필한 ‘괴물’은 몇 년 전부터 완성도 높았던 극본으로 여러 PD의 러브콜을 받았다고 들었다.
김종연 PD: 아마 단막극에서만 다룰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였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제작에 돌입하면서 대폭 수정됐다. 나와 박 작가는 ‘왜 드라마는 영화와 비슷한 포맷인데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지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괴물’을 시작했다. 그래서 다른 드라마들처럼 무리하게 기승전결을 넣기 위해 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장르물 자체의 특성을 살려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초고가 나왔을 때 박 작가에게 내가 요구했던 것은 보편적인 감성에 소구하는 것이 아니라 ‘괴물’ 자체의 하드보일드한 느낌을 끝까지 가져가자는 거였다. ‘괴물’은 여러모로 그간의 제작 관행을 벗어던진 작품이다.

Q. 최근 장르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어떤 ‘생경함’ 같은 것은 크게 줄었지만, 단막극은 제작 환경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지 않나. ‘괴물’을 촬영하며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김종연 PD: 한 인간이 하나의 이야기를 온전히 풀어내는 데는 보통 90~110분이 걸린다. 즉, 영화의 런닝타임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근데 단막극은 모든 이야기를 70분 안에 풀어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많은 작가가 애를 먹는다. ‘발효가족’, ‘상어’ 등을 집필한 김지우 작가도 ‘드라마스페셜-진진’을 집필할 때 여간 고생한 게 아니다.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현장에서 극과 극을 오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예산도 문제지만, 7일이라는 제한된 시간만 허락되기에 어려움이 크다.

배우 연준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성인 연기에 도전하게 된다

배우 연준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성인 연기에 도전하게 된다

Q. 이번 작품은 배우 연준석이 첫 성인 연기에 도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종연 PD: 연준석과는 KBS1 ‘힘내요, 미스터 김!’에서 호흡을 맞췄던 경험이 있다. 보통 방송을 통해 눈물샘을 자극할 정도의 연기를 펼치면 현장에서는 그 느낌이 장난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연준석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물론 ‘순둥이’에 가까운 연준석이 ‘괴물’에서 ‘나쁜 남자’ 역을 맡아 고생도 했지만, 생각보다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아마 본인 입장에서도 큰 연기도전이었을 거다.

Q. 이야기 구성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괴물’의 의미가 적지 않다. 이번 작품을 통해 거두고 싶은 성과가 있다면.
김종연 PD: 단막극은 분명히 나름의 색깔이 있다. 소위 ‘막장’이라고 부르는 작품들처럼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도 아니고, 장르 특성상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장점도 있다. 단막극이 예전만큼의 조명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단막극은 그런 시도들을 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어떤 이야기든 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그릇과 알맞은 옷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괴물’의 경우에는 장르와 기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70분가량의 짧은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충분한 장치와 구조가 들어있다. 이런 부분들이 잘 작동해서 시청자들이 ‘괴물’을 다른 드라마 볼 때와는 달리 좀 더 편안하고,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