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아직도 캡틴의 능력을 의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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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시빌 워’ 제작, 더 이상 꿈이 아니다. ∥ 관람지수 8

닉 퓨리가 말한다. “아직도 캡틴의 능력의 의심해?” 순간 벌떡 일어나 외치고 싶어진다. ‘아니요!’, ‘설마요!’, ‘(의심해서) 미안해요!’ 그러니까, ‘퍼스트 어벤져’의 후속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이하 ‘윈터 솔저’)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왜 어벤져스에 존재해야 하고, 그가 왜 대장이라 불리며, 조직에 있어 리더십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자기 증명해 내는 멋진 컴백작이다.

지금껏 캡틴 아메리카에게 가해진 과소평가는 상대평가에서 비롯됐다. 제 아무리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지녔다 해도 그것은 근육이 커지고 신진대사가 증폭된 정도이니, 첨단 수트를 입고 하늘을 비행하는 아이언맨, 망치하나로 온갖 것들을 산산 조각내는 토르, 몸 자체가 살인무기인 헐크 등 동료 히어로에 비하면 조악한 게 사실이다. 아이언맨과 토르와 헐크가 스마트폰이라면, 캡틴은 피처폰 사양이랄까. 그러니 ‘퍼스트 에벤저’에서 캡틴의 능력에 찬사를 쏟는 사람들은 보는 것은 마치 ‘건축학개론’에서 1기가(1GB) 펜티엄급 컴퓨터를 보고 ‘우와, 신세계다’ 탄성을 자아내던 광경을 보는 것 마냥 조금은 민망한 것이었다.

새로 메가폰을 잡은 조&안소니 루소 형제 감독 역시 캡틴 아메리카의 이러한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듯하다. 캡틴의 태생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일까! 그들의 선택은 의외로 캡틴의 약점을 역이용하는 것이었다. 허무맹랑한 만화적 전투는 줄이는 대신, 그 자리에 사실감 넘치는 아날로그적 액션을 가미해 기존 슈퍼히어로 물과는 질감이 다른 영화를 탄생시켰다. 상대의 뼈마디를 꺾고, 주먹으로 오장육부를 강타하듯 툭툭 끊어버리는 타격감 넘치는 액션을 슈퍼히어로물 안에서 조우하는 것은 분명 신선한 경험이다. ‘윈터 솔저’에서 007 첩보영화의 냄새를 맡는다면 이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가령 엘리베이터 안에서 선보이는 1대 10 대결은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고서는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을 게다. 헐크나 토르였다면 ‘주먹 하나/망치 하나’로 엘리베이터를 부수고 끝냈을 테지만, 그런 파괴 능력이 없는 캡틴은 맨몸으로 적들과 하나 둘 맞서는데, 이를 지켜보는 잔재미가 쫀쫀하다.
캡틴 아메리카

전작에서 다소 앙상했던 캡틴의 트라우마와 싸우는 동기 역시 이번에는 보강됐다.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소중한 것들은 모두 시간의 뒤안길로 희미해져 가는데, 홀로 70년을 뛰어넘어 낯선 세상 한 가운데에 있으려니 그 쓸쓸함이 독거노인 못지않다. 백발노인이 된 (치매까지 앓고 있는)옛 연인을 찾아가 “내 여자를 버릴 수는 없었으니까…” 라고 울먹이는 이 남자의 순애보라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엇갈리는 벤자민(브래드 피트)의 슬픔 못지않다. 캡틴의 사랑은 비극이어라.

‘윈터 솔저’에서는 비중이 커진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있다. 조력자로 새로 등장한 팔콘(안소니 마키)도 극에 활력을 더한다. (쉴드 간부로 등장하는 로버트 레드포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 아쉬워서.)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인물은 아무리 봐도 악당 버키 반스(윈터 솔져)로 보인다.(그래서 부제가 ‘윈터 솔저’일 테지만) 버키 역시 여타의 악당들에 비하며 그 능력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에게라면 얘기가 다르다. 버키는 캡틴이 과거 형제처럼 아꼈던 친구다. 그런 그가 악의 축으로 돌아와, 자신을 죽이겠다고 서슬 퍼런 칼날을 가니 캡틴에게 이보다 지독한 악당은 없는 것이다. 역대 영웅들이 가장 상대하기 힘겨워했던 악당이 ‘알고 보니 악당’이었던 가까운 지인 아니었던가. 영화는 버키를 통해 캡틴 아메리카가 히어로라는 직업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정신적으로 강인해지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뛰어난 상황 설정과 흥미로운 캐릭터들에 비해서 전체적인 짜임새가 그리 훌륭하지는 못하다. 캡틴 아메리카의 트라우마 극복이라는 비교적 강한 동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상황에 따라 다소 늘어지는 느낌을 주는 것은 비단 13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신과 신 사이의 리듬이 다소 덜컥거리고 유머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윈터 솔저’는 마블 팬이라면 황홀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영화 곳곳에서 ‘시빌 워(시빌 워: 슈퍼히어로들끼리 격돌하는 이야기. 초인등록법안을 둘러싸고 이를 지지하는 아이언맨 진영과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 진영으로 나뉘어 내전을 벌인다)’에 대한 단서들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설마 가능할까 싶었던 ‘어벤져스’가 이미 영화화 된 마당에, ‘시빌 워’가 못 나올 이유는 없다.  마블이 정신을 놓지 않고서야, ‘시빌 워’를 제작하지 않고는 못 배길게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