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정의 뭔걱정, 오렌지캬라멜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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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걸그룹들의 섹시 퍼포먼스 경쟁이 거셌다. 마치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몸을 더듬고, 바닥에 눕는 바람에 대한민국이 아찔했다. ‘선정적이다’ ‘퍼포먼스의 일부다’는 의견들이 대립했다. 선정성 논란이 점점 가중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유료방송 오락·음악채널 심의책임자를 소집해 걸그룹들의 지나친 노출 의상과 선정적인 안무 등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방통위 측은 “출연자의 선정적인 안무 장면을 청소년 시청 보호시간대에 방송한 것은 건전한 정서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특히 출연자 중 청소년이 포함돼 있음에도 노출이 과도한 복장으로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4조(수용수준)제2항, 제45조(출연)제6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에는 오렌지카라멜의 ‘까탈레나’가 KBS에게 철퇴를 맞았다. KBS는 지난 21일 뮤직비디오 3월 3주차(3월 14 ~ 20일) 심의에서 오렌지캬라멜의 ‘까탈레나’ 뮤직비디오에 방송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초밥을 떠올리는 밥알 위에 올라가거나 비닐 포장지에서 꿈틀대는 연기를 한 게 인명경시라는 것이 KBS 측의 부적격 판단 이유다. 걸그룹의 섹시 퍼포먼스에 대해 선정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사람이 초밥이 된 것을 인명경시라 할 수 있을까?

OC_까탈레나_Cover

오렌지캬라멜은 특정한 콘셉트를 내세운 ‘콘셉트 돌’의 대표주자다. ‘까탈레나’의 무대는 무려 ‘초밥’ 콘셉트다. 걸그룹이 초밥이 되는 것이 경천동지할 일이긴 하다. 헌데 이러한 기발한 콘셉트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오렌지캬라멜은 2010년 애프터스쿨의 유닛으로 데뷔할 때부터 남달랐다. 데뷔곡 ‘마법소녀’부터 애프터스쿨의 매끈함과 괴리된 코믹함으로 당황을 안겨주더니 이어진 ‘아잉’에서는 동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발랄함으로 팬들을 매료시켜나갔다. 중국풍의 멜로디에 무술 동작을 도입한 ‘샹하이 로맨스’의 무대에서는 ‘이소룡 추리닝’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기도 했다. 이러한 B급 코드에 트로트풍의 친숙한 멜로디, 따라 추기 쉬운 안무가 어우러지며 마니아층이 형성됐고, ‘오캬는 진리’ ‘선 병맛 후 중독’이라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매력들이 만개한 ‘립스틱’은 오렌지캬라멜에게 걸그룹 최고의 유닛이라는 명함을 붙여줬다. 크레용팝의 병맛 이전에 오렌지캬라멜의 병맛이 있었던 것이다.

오렌지캬라멜_첫방컨셉모음

‘까탈레나’는 오렌지캬라멜이 오랜 시간 다져온 경험치가 낳은 결과물이다. 뮤직비디오는 ‘오렌지처럼 상큼하고 캬라멜처럼 달콤한’ 팀 이름처럼 미각을 자극하는 콘셉트이면서 동시에 걸그룹을 음식에 비유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까탈레나’는 다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트로트풍의 멜로디에 파키스탄 펀자브족의 민요인 ‘주띠 메리(Jutti Meri)’를 차용해 재미난 정서를 구현해냈고, 여기에 먹거리를 소재로 한 무대와 의상은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팬들이 오렌지캬라멜을 보면서 흘릴법한 채팅언어 ‘ㅋㅋㅋ’를 몸소 춤으로 표현한 ‘ㅋㅋㅋ춤’은 가히 압권이다. 이쯤 되면 ‘까탈레나’ 콘셉트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치밀한 사전작업이 행해졌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이렇게 창의적인 걸그룹의 퍼포먼스라면 박수를 쳐줄만 하다.

KBS 측의 부적격 판단이 걱정되는 이유는, 그것이 음악의 퍼포먼스 아이디어를 억누르는 억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클릭을 유발하기 위해 걸그룹이 시도할 수 있는 콘셉트는 매우 제한적이다. 올 상반기에 섹시 퍼포먼스가 잦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오렌지캬라멜과 같은 ‘콘셉트 돌’이 각광받는 이유는 섹시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눈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걸그룹이 흔히 선택하는 섹시함과 귀여움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세계적인 음악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서 레이디 가가는 바비큐처럼 조리대에 대롱대롱 매달려 노래했다고 한다. 그녀가 공연한 곳은 바비큐식당의 뒤뜰이었다. 이처럼 아이디어는 사소한 사고의 전환에서 나온다. 아이디어가 꽃을 피우는데 가장 방해되는 것은 억압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플레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