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장│언플

언플
1. 언론플레이
2. 언프로텍트

스타 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등 온라인 게임 유저들에게 ‘언플’은 제작된 맵의 변형을 막기 위해 설정해 둔 ‘프로텍트’를 강제 해제시키는 프로그램을 통칭하는 ‘언프로텍트’를 의미한다. 실제로 언플을 통해 맵의 구성 요소를 살펴보는 일 자체는 나쁜 행위가 아니다. 문제는 언플 이후 그 맵을 임의로 훼손시키거나 변경시키는 것이 원 제작자로서는 매우 불쾌한 행위라는 점이다. 문을 열고, 그 안의 내용물이 손에 닿는 거리에서 그저 구경만 하는 일로서의 아슬아슬함을 전제하는 것인데 이것은 흔히 언플의 의미로 이해되는 ‘언론플레이’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언론 보도라는 권력을 손에 쥐고서 이것을 보다 드라마틱하게 사용하기 위해 약간의 과장, 조금의 거짓말을 보태어 진실을 훼손하고 싶어지는 마음의 위험요소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거나 여론을 형성하는 일인 ‘언론 플레이’는 그자체로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언론이 진실에 대한 여과장치 없이 제공되는 보도 자료를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 의미 없는 사건이나 왜곡된 내용이 다량으로 배포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부정적인 일이다. 신뢰가 땅에 떨어지다 보니 대중은 자신의 의견에 위배되는 기사를 ‘언플’로 힐난하는 것을 일종의 비난 스킬로 습득하기 시작했으며 대표적으로 1. 특정인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기사 2. 지나치게 사소한 사생활을 부각시키는 기사 3. 제2의 oo라는 무성의한 헤드라인으로 제작된 기사 등이 언플을 위한 기사로 분류 된다.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으로 보았다. 가치 판단을 통해 개개인의 변별을 획득하지 못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언플의 터전이 되기를 자청해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언론 역시 인간이 아닌 좀비의 처지에 다를 바 아니다. 그리고 좀비에게 물리는 순간 그 역시 좀비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시대에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는 언플에 휘둘리지 않는 명징한 논리와 기준을 갖추어야만 한다는 말이다.

용례[用例]

* 어떤 언플은 언니들의 지지를 받습니다.
* 어떤 언플은 국민적인 지지를 받기도 합니다.
* 그러나 어떤 언플은 비난할 의지조차 나지 않을 때가 있지요.
* 뭐가 보여야 언플을 하든지 말든지 할게 아니요.

글. 윤희성 (nine@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