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줘> vs <우주인>

<밥줘> 88회 MBC 월-금 밤 8시 15분
“나도 저 애를 어젯밤에야 처음 봤고, 처음 알았어요.” 그래, 우리도 오늘 처음 알았다. MBC <밥줘>는 선우(김성민)와 이혼한 영란(하희라)의 새 연인 준희(조연우)의 딸을 등장시켰다. 준희가 ‘10여 년 전 버린’ 여자가 몰래 낳아 기른 딸이란다.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시청자도 모두 몰랐던 딸이 등장한 이유는 물론 <밥줘>에서 더 이상 할 게 없기 때문이다. 준희가 있는 영란이 화진(최수린)과 불륜에 빠진 선우와 더는 싸울 일도 없고, 영란과 준희의 관계 역시 곧 해외로 떠나면 될 만큼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었으니, <밥줘>로서는 모두가 처음 아는 딸이라도 등장시켜 갈등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렇게 <밥줘>는 마치 500원 넣고 막장 설정을 뽑는 기계처럼 반복적으로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온갖 클리셰를 동원할 뿐, 그 설정으로 최소한의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주기적으로 새로운 자극적인 설정들이 등장하고, 하다하다 못해 아무도 몰랐던 딸이 갑자기 탄생했다. 막장이라 할지라도 김순옥 작가는 그런 설정들로 사건을 쉴 새 없이 만들어냈고, 문영남 작가는 화끈한 캣 파이트라도 보여줬다. 하지만 서영명 작가는 영란을 계속 차에 태워 이곳저곳 움직이게 하면서 딸 때문에 잠깐 울고, 준희의 딸 때문에 심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 회를 때운다. 그 사이에 종갑(한인수)과 미희(이혜숙)가 미희의 배탈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신은 작가가 작품을 쓰는 게 귀찮아진 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밥줘>가 그 모든 막장에도 불구하고 시들한 데는 이유가 있다.
글 강명석

<우주인> 파일럿 KBS2 목 밤 9시
미드의 영향인지 언제부턴가 공중파에서도 ‘파일럿’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쓰인다. 붐과 이특, 현영의 싼티 작렬하는 노래 대결 프로그램 자리에 <우주인>이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첫 선을 보였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리의 주특기가 인생을 바꾼다’는 모토 하에 달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부메랑 판매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도 벌고 부모님께 소도 5마리나 사드린 효자, 사표를 내고 모래 공예라는 분야를 개척한 작가, 20년간 4000뿌리의 산삼을 캐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이발사 부부, 전국을 순회하는 전문 배추 수확 일꾼에서 작은 식당을 차린 사장님까지. 어떤 편에서는 따뜻한 나눔의 정이, 또 다른 편에선 노력해서 꿈을 이루어가는 향긋한 땀 냄새가 서려 있다. 여기서 <우주인>의 포인트는 달인의 진기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 기술이 경제적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모두가 잘 살고자 하는 이 시대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도 무엇 하나만 잘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도 그렇고, 그들의 따뜻한 성공 스토리는 이 시간대의 주 시청자인 중장년층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문제는 전현무, 백지영, 김태현, 이계인이라는 어색한 조합의 스튜디오 분위기와 말미에 등장하는 우주인 선발이다. 왜 저마다 따뜻한 이야기를 품은 사람들을 실컷 보여줘 놓고, 1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어떤 기준인지도 모를 잣대로 최고의 우주인을 선정하는지 모르겠다. 다큐멘터리로 가면 좋을 것을 예능의 틀 안에 억지로 구겨 넣은 것 같다.
글 김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