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vs <맨땅에 헤딩>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수 밤 11시 5분
“유채영에게 ‘음악’이란?” ‘라디오스타’ 마지막 공식 질문에, 유채영은 ‘립싱크’라고 답했다. 쿨로 데뷔한 지 16년 만에 올해 처음 라이브를 해봤다는 유채영은, 마이크로 나오는 소리도 신기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웃어넘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정말로 춤추면서 라이브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던 시절, 립싱크로 노래를 할 때는 화면 상단에 테이프 돌아가는 이미지가 등장했던 시절이 있었다.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해왔지만 16년 동안 가요계를 지킨 쿨과 그 원년멤버인 유채영의 조합에서 기대하는 이야기가 있었다면 바로 이런 이야기일 것이다. ‘이애기’의 전설을 만들어낸 룰라 편이 그러했듯, 이들이 험난하게 헤쳐 온 지난 가요계의 이야기에 ‘라디오 스타’의 색깔을 입혔다면 쿨과 유채영 편 역시 레전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는 그런 이야기를 하기보다, 근황토크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며 성형, 스캔들과 같이 다른 토크쇼에서 이미 충분히 소비된 소재만을 다루었다. 물론 김성수의 ‘열 개 던져 세 개만 건지면 되는’ 마이너 개그나, 아무리 쑥스러워도 오버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채영을 통해 소소한 재미를 던져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다못해 필수 코너 중 하나인 음악 관련 코너마저 없어, 결국 쿨과 유채영이 나눈 토크는 음악과도 상관없고, ‘라디오 스타’만의 장점을 발휘하지도 못한 흐지부지한 내용으로 마무리 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라디오 스타’에서 1주 만에 끝나는 게스트도 참 오랜만에 보는데, 이 게스트가 쿨과 유채영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데뷔시절의 ‘빡빡머리’ 유채영과, 열손으로 꼽아도 모자랄 쿨의 히트곡들을 기억하고 있을 시청자들에게는 기대보다 아쉬운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글 윤이나

5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봉군(정윤호)이 만약 탁구선수였다면 어땠을까.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탁구공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기 때문이다. 단지 가진 것 없는 청춘의 열정을 비유하는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을 제목으로 쓰고 싶어서 축구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로 봉군은 축구장보다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고 그와 해빈(아라)의 꿈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대체해도 무방해 보인다. 4회의 엉뚱한 납치극으로 축구장과 더 멀어진 드라마는 5회에선 아예 기억을 잃은 봉군이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는 또 한 번의 납치극으로 4차원 세계 진입의 서막을 알렸다. 그야말로 탁구공 같은 전개에 멍하니 있다가 도대체 이 드라마의 정체가 뭐란 말인가 궁금해 한 이들이라면, “당신은 목숨이 아찔했던 순간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무슨 느낌이 들었는가? 그 일분 이후의 삶은 그 전과 어떻게 달라졌는가?”라는 문구에 그제야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었겠다. 은 해빈의 말대로 ‘운도 지지리도 없는 사람이 일마저 점점 꼬이는’ 모양을 그리는 드라마, 즉 차봉군의 인생극장인 것이다. 그 말에 뒤이은 “이제야 주제를 제대로 파악해 가는구만”이라던 상만(박철민)의 대사는 확인사살쯤 되겠다. 그렇다면 첫 회에 뜬금없이 봉군의 강물 추락 장면으로 드라마를 시작한 이유도 비로소 이해가 간다. 어쩌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평행우주 속에서는 봉군의 전혀 다른 인생극장이 펼쳐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없이 황당해 보이는 이러한 극 전개가 관습을 깨는 실험과 신선한 시도인지 혹은 드라마트루기의 기초도 무시한 돌+아이 정신의 발로인지 아직까지는 판단이 어렵다. 다만 앞으로 그려질 정신병원 에피소드가 이 드라마의 정체에 대한 중요한 힌트는 될 것 같다.
글 김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