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미남이시네요>│아이돌, 넌 어떻게 사니

자, 이대로 앨범 냅시다. 24일 SBS 사옥 13층에서 열린 <미남이시네요>에는 아이돌 그룹 엔젤(A.N.JELL)이 등장했다. 장근석, 박신혜, 이홍기, 정용화로 구성된 그들은 <미남이시네요>에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 하지만 엔젤에는 실제 아이돌 그룹인 F.T 아일랜드의 이홍기를 비롯, 이미 다수의 싱글과 CF등에서 춤과 노래 솜씨를 보여준 장근석과 박신혜가 있으니, 그들이 당장 가수로 활동한다 해도 가요 차트 입성은 불가능해보이지 않아 보였다. 특히 그룹명이 엔젤이면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블랙’으로 등장하며 이른바 ‘다크 포스’를 뽐낸 장근석과 잘 생긴 여자와 예쁜 남자의 중간에 있는 박신혜의 모습은 아이돌의 팬들이 만화나 팬픽 속에서 그리던 그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이돌의 세계, 밝게만 그려낼 수 있을까?

<미남이시네요>가 방송 전부터 캐스팅과 비주얼로 화제를 모은 것은 이 드라마가 본격적인 아이돌 그룹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쌍둥이 오빠 고미남이 사고로 그룹 활동이 불가능해지자 동생 고미녀가 멤버로 활동한다는 스토리라인이나, 이홍기와 더불어 애프터 스쿨의 유이가 노래와 연기를 모두 하는 아이돌 스타로 출연하는 것은 그동안 팬픽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아이돌의 팬들에게 ‘몰입도 100%’의 느낌을 줄 듯 하다. 아이돌 그룹 외에 이 날 제작 발표회에 참여한 김인권, 배그린, 유이, 최수은 등을 통해 솔로 가수와 매니저, 팬클럽과 스타일리스트의 세계를 모두 다룬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 홍성창 감독은 “밝고 스피디한 분위기를 주려 노력했다. 고미남이 여성이라는 사실도 멤버들에게는 빨리 밝혀지는 식이다. 건강한 청춘 드라마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각종 아이돌과 관련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는 가운데 이 작품이 아이돌의 세계를 마냥 밝게 그릴 것인지는 의문이다. 특히 MBC <환상의 커플>, KBS <쾌도 홍길동> 등에서 작품 초반은 코믹하게, 후반은 진지하게 풀어나가는데 능한 ‘홍자매’ 홍미란-홍정은 작가의 작품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만화에서 갓 등장한 듯한 비주얼의 아이돌 그룹. <미남이시네요>는 엔젤을 통해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에 있는 아이돌 그룹의 세계를 어떻게 그려낼까.

“<커피프린스>의 캐릭터와는 달라요” 고미남 / 고미녀, 박신혜
제작 발표회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사람은 역시 박신혜였다. 캐스팅 단계부터 박신혜가 남장 여자로 나온다는 사실은 많은 화제를 모았고, 제작 발표회에서 공개된 그의 남장 비주얼은 “과연!”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꽃미남의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박신혜는 MBC <커피프린스>에서 남장 여자를 연기한 윤은혜와의 비교에 “캐릭터가 많이 다르다. 초반에는 둔하고 굉장히 민폐를 많이 끼치는 캐릭터라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설정 상 멤버들은 내가 여자인줄 알고 있어서 남성처럼 보이도록 노력하는 부분의 부담은 덜했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는 것 자체에 동화되는 것이 중요했다”고. 그룹 f(x)의 엠버 등 실제 여성 아이돌 그룹에서 남성적인 매력을 가진 멤버들이 등장한 요즘, 박신혜가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설지 궁금하다.

예민한 천재 아이돌 황태경, 장근석
장근석은 가수는 아니지만, 이미 몇 곡의 싱글을 불렀다. CF와 오락 프로그램 등에서는 자주 자신의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가수 데뷔에 대해 “노래는 CF 타이업으로 부른 것이다. 앞으로는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모습보다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작곡과 노래, 연주까지 못하는 것이 없는 엔젤의 리더 황태경을 연기하는 것도 “무대에 가수로 서는 것과 가수를 연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 같다. 황태경이라는 사람을 이해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황태경은 단지 멋있는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과거로 인해 성격적인 결함 또한 갖고 있다. “연기 연습을 안 할 수 없다. 내가 조금이라도 대본을 안 보면 박신혜가 다 들릴 정도로 연습하라고 소리친다. (박신혜를 쳐다본 뒤) 아, 농담이다. (웃음)”

“사랑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초식남 아이돌 제르미, 이홍기
이홍기가 연기하는 제르미는 정말 순정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 아버지가 영국 귀족에, 어머니는 패션모델이다. 멤버 중 가장 팬 서비스 정신이 투철해 팬들에게 가장 친절한 멤버이기도 하다. 그래서 “설정 상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솔직히 손발이 오그라들 때도 있다”고. 하지만 이홍기는 드라마 데뷔에 대해서는 크게 부담스러워하지는 않는 듯 했다. “비슷한 나이대의 출연자들이 모여서 연기하다 보니까 꼭 또 다른 그룹에서 활동하는 느낌”이라는 것. 이홍기의 고민은 오히려 다른 데 있다. “춤 연습을 해야 될 부분이 있어서 춤을 춰야 하는데 밴드 형태의 그룹에서 활동하다 보니까 몸이 마음만큼 잘 안 움직인다. 더 연습해서 멋진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미래의 엔터테인먼트 사업가를 꿈꾸는 아이돌 강신우, 정용화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둔하거나, 해맑은 엔젤의 멤버들 사이에서 강신우는 중심을 잡아주는 ‘비즈니스맨’ 타입의 아이돌이다. 황태경이 예민한 아티스트라면 언제나 팀의 중심에서 냉정한 판단을 하는 것이 강신우. 이 때문에 황태경과는 불화를 겪고, 그룹 해체 뒤에는 자신의 사업을 할 것을 꿈꾼다. 언제나 ‘접대용’의 친절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 뒤에는 냉정한 계산이 깔려 있는 캐릭터. 제작 발표회에서 기타를 메고 나오기도 한 그는 실제로 일본에서 밴드를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장근석은 “연주를 하는 장면에서는 연기자가 느낄 수 없는 부분을 잘 표현한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은 “연기는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모니터 영상을 볼 때마다 오그라든다”며 쑥스러워했다. 그가 이 드라마가 끝날 때 쯤 정말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

가수이자 연기자인 국민여동생 유헤이, 유이
“문근영 선배님과 같은 학교다. 언젠가 학교에서 한 번 마주쳤는데 정말 빛이 나더라. 선배님처럼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 그렇다. 유이는 ‘국민 여동생’으로 불렸던 문근영보다 한 살 어리다. 그러니 그가 <미남이시네요>에서 아역 시절부터 사랑 받은 ‘국민 여동생’ 가수 겸 연기자를 연기하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심지어 극중 이름까지 유헤이니 이쯤되면 ‘싱크로 100%’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지만 유헤이는 보도자료에 따르면 ‘살인도 저지를 것 같은’ 잔인한 내면을 가진 캐릭터라고. 그만큼 연기를 막 시작한 신인에게는 그리 쉽지 않은 캐릭터.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면 그건 모두 내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대한 열심히 해서 실망시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관전 포인트
가수, 그것도 아이돌 스타를 등장시킨 드라마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둔 경우는 없었다. 드라마에서 그리는 아이돌의 모습이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은데다 드라마가 실제 가수의 무대만큼 멋있는 무대를 연출하기 힘들기까지 해 몰입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미남이시네요>는 그 점에서 현직 아이돌 가수를 출연시키고, 춤과 노래에 능한 인기 배우들로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장근석과 박신혜라는 카드를 가진 이 드라마가 아이돌의 세계를 좀 더 디테일하게만 그려낼 수 있다면 요즘 남자 아이돌 그룹들이 그리울 법한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사진제공_ SBS

글. 강명석 (two@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