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도다>│버진이와 박규에게 시청자들이란? -1

MBC 에서 참신한 이야기,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과 함께 뜻하지 않았던 수확은 바로 새로운 배우들의 발견이었다. 그동안 얼굴은 알려져 있어도 이름은 모르거나, 이름은 있어도 대표작이 없거나, 개그맨이어서 정극 경험이 없거나, 혹은 아예 연기 경험이 없었던 서우, 임주환, 황찬빈, 이선호, 정주리 등 다섯 명의 젊은 연기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고 마음껏 뛰어놀았다. 의 종영을 맞아 지난 1년을 작품과 함께 울고 웃었던 그들을 현장에서 만났다.

버진이는 한 마디로 서우다.
내가 고른 버진이의 명장면은 음, 박규의 엄마가 우리 어멍한테 막 뭐라고 하는 장면에서 대본에는 버진이가 어리버리하게 빈다고 나와 있었다. 그런데 나는 감독님한테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엄마가 이런 대접을 받는데 가만히 있는 딸이 어디 있겠냐고 해서 조금 수정을 했다. 사실 내가 울 때 오만가지 인상을 다 쓰고 눈도 잘 붓는 편이라 정말 안 예쁘게 나왔을 텐데 그래도 연기를 하면서 ‘딸’로서 감정 신을 찍은 게 처음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현장에서는 내가 전에는 모기도 손으로 못 잡았는데 <탐나는도다>를 하면서 벌레들과 친구가 됐다. 민속촌에서도 만화에 나오는, 말을 할 것처럼 큰 벌이 나를 맨날 따라다녔는데 이제 그런 것도 아무렇지 않고 자연과 아주 친해졌다. 하하.
촬영하면서 고생이라면 처음 한 달 동안 수중 촬영이랑 제주도 바닷가 촬영이 좀 힘들었지만 그보다 얼마 전에 수중 촬영을 한 번 더 했는데 수온조절이 안 돼서 물이 너무 차가웠다. 몸이 힘든 것보다 같이 찍으시는 선생님들이 마지막까지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버진이 중심의 엔딩을 생각해보면 하나는, 버진이가 인조랑 친해지는 거다! 옛날에 김만덕이라는 제주도 잠녀가 큰 상단의 주인이 되었던 것처럼, 인조가 마음을 고쳐먹고 버진이에게 상단을 하나 내 줘서 산방골 잠녀들이 여기저기 파견을 나가 물건을 수입하고 수출하며 교역하는 내용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번에는 버진이가 윌리엄네 나라로 표류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는 거?
나는 보기와 달리 아니, 보기와 똑같다. 나도 예전의 버진이처럼 정말 철없이 굴었던 적도 있지만 조금씩 성숙해지는 버진이의 지금 모습이 지금 나와 가장 비슷한 것 같다.
<탐나는도다>는 나에게 가장 가슴 아픈 작품이 될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했고 많은 분들이 고생하신 것에 비해 아쉬운 일도 있었고, 1년 동안 내가 버진이가 된 것처럼 가슴 아팠다.
<탐나는도다>의 시청자들에게 고맙고 죄송하고, 실제 서우란 사람이 그렇게 멋있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정말 멋진 서우가 되겠다고 약속드린다.

박규는 한 마디로 대나무? 하지만 대나무처럼 딱딱하진 않고 죽순처럼 부드럽고 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
내가 고른 박규의 명장면은 버진이가 윌리엄과 떠나려고 밤에 집에서 나가고, 박규가 달려와서 자기를 붙잡는 포졸들을 뿌리치면서 하는 감정 표현이 여태까지의 방송분 중에는 가장 맘에 든다. 편집된 것까지 포함하면 또 다르겠지만.
현장에서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기보다는 항상 즐거웠다. 선생님들이나 끝분이의 애드리브가 <탐나는도다>의 최대 매력 포인트인 것 같다.
촬영하면서 고생이라면 솔직히 나는 별로 안 했다. 제주 잠녀로 나오시는 분들이 제일 고생하셨지, 나야 뭐.
박규 중심의 엔딩을 생각해보면 2부를 만들어서 박규와 버진이와 잠녀 몇 명이 바다에 나갔다 표류가 되어서 윌리엄이 사는 영국까지 가는 거다. 조선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서 겪는 일을 그려보면 재미있겠다.
나는 보기와 달리 아니 사실 별로 다르지 않고 박규로 많이 표현이 된 사람이다. 박규와 똑같다기보다는 ‘아, 이런 게 나한테도 있었지’ 싶은 면이 종종 있었다. 제일 많이 비슷한 건 자제하다 폭발하는 거, 잘 참고 차곡차곡 쌓아놨다가 확 터뜨리는 거.
<탐나는도다>는 나에게 스위치다. 배우라는 직업이 어떤 작품을 만나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자기가 몰랐던 표현 방법이나 연기력도 늘 수 있는데 어떤 배역을 만나기는 간단해 보이지만 정말 어렵다. 그래서 <탐나는도다>는 어둠 속에서 찾아낸 스위치고, 이제는 켜기만 하면 될 것 같다.
<탐나는도다>의 시청자들에게 비록 한국에서는 수치상 많은 인기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외국에서는 좀 더 인정받는 작품으로 평가되는 걸 보여드리겠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