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잠 프로젝트, 43세 남자와 21세 여자가 그리는 봄날의 음악 (인터뷰)

꽃잠프로젝트

1972년생의 큰 오빠(?)와 1994년의 풋풋한 대학 새내기가 만나 봄내음 가득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OST ‘에브리데이’로 데뷔 전부터 사람들의 귀를 살랑살랑 녹였던 꽃잠 프로젝트는 지난 13일 첫 데뷔 EP ‘스마일, 범프(Smile, Bump)’를 발표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알렸다.

22세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봄날의 감성을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음악이었다. 프로듀서 거정은 저스틴 김과 클래지콰이의 호란 결성한 이바디로 서정적이고 세련된 어쿠스틱 음악을 선보였던 베테랑 뮤지션이었고, 이지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전공하시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실력파 보컬. 최근에는 300: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합격했다. 이들의 기묘한 만남 속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꽃잠프로젝트가 펼치는 봄날의 음악 여정에 대해 들어봤다.

Q. 데뷔 첫 EP를 발표한 소감이 어떤가?
이지 : 처음 앨범 발매한 것이라 신기하다. 노래가 딴 데 나오거나 들었을 때 내가 부른 것 같지 않다. (웃음)

Q. 꽃잠이란 단어가 생소하다. 무슨 뜻인가?
이지 : 첫날밤이라는 사전적 단어가 있지만, 두 번째 뜻이 ‘깊이 든 잠’이다.
거정 : 외국 사람들이 무슨 뜻이라고 물어볼 때 ‘딥 슬립(Deep Sleep)’이라고 한다. 원래 ‘스마일, 범프(Smile, Bump)’라는 앨범 타이틀이 이름이었는데 밴드 안녕바다의 나무가 어느 날 갑자기 ‘꽃잠’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라. 예쁜 것 같아서 달라고 했다.
이지 : 꽃잠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는데 처음엔 꽃잠이 무슨 뜻일까 고민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뜻이 좋기도 하고, 순우리말이라서 더 예쁘다.

Q. 타이틀곡은 ‘뜨거울 나이’다. 대표곡으로 이 노래를 정한 이유는?
거정 : 처음에는 ‘스마일, 범프’를 타이틀곡으로 생각하고 앨범을 작업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앨범을 모니터해보니 ‘뜨거울 나이’가 가장 적합한 것 같더라. 이지도 ‘뜨거울 나이’니까. (웃음)

Q. 그런데 ‘뜨거울 나이’와 다른 수록곡을 들어보면 다른 수록곡에 비해 약간 다른 느낌이 난다.
거정 : 어, 그런가? 나머지 곡들과 다르게 느낀다면 코드나 편곡 자체에 진행이 ‘뜨거울 나이’가 가장 팝스러운 느낌이 나서 그런 것 같다.
이지 : 나도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따로 생각을 하고 불렀던 건 아닌데 다른 곡들은 봄 느낌이 살랑살랑 났다면 ‘뜨거울 나이’는 여름 느낌이 났다. 여름을 생각하고 불러서 더 다르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Q. 이지는 중국 유학을 다녀왔다고 들었다. 어떻게 가수의 길을 걷게 됐나?
이지 : 중학교 1학년 때 중국에 갔다. 재작년까지 중국에 있었다. 중국에 있었을 때나 한국에 있었을 때나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음악을 많이 들려주셨다. 집에는 항상 음악이 틀어져 있었고, 부모님이 음악을 하시다보니 집에서 연습하시는 것을 따라하다가 자연스럽게 가수의 길로 들어선 것 같다. 어떤 장르를 따르지 않고, 어떤 가수가 좋으면 그 가수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라 포크도 많이 듣고, 어떨 때는 록을 듣기도 한다.

꽃잠프로젝트

Q. 프로젝트는 어떻게 결성된 것인가?
거정 :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고 있던 중 소개를 받았다. 예전에 그냥 처음 봤을 때 우연찮게 인사하고 지나쳤는데 잘하는 친구라고 추천하더라.

Q. 그럼 진짜 처음 만난 건 언제인가?
이지 : 작년 2월에 처음 만났다. 작업할 때 만난 게 아니라 회사에 갔다가 1층에 거정 오빠가 옆에 앉아 계셨다.

Q. 첫인상이 어땠나? (웃음)
이지 : 처음에는 외국분인 줄 알았다. (웃음) 유럽 쪽… 당시 머리가 노란 금발이었다. 그래서 조금 까칠하실 거 같았는데 나중에는 괜찮았다.
거정 : 나도 지나가다가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이번에 회사에 계약을 하게 된 친구라고 하더라. 나이가 19살이었다. 어려서 좋다고 박수를 쳤다. (웃음) 우리 회사 아티스트들의 평균 나이가 높은 편이니까. 인사를 했는데 예뻤다. 고독해보인다고 할까. 생각이 많은 동생으로 보였다. 또 우리가 나이 차이가 있는데도 음악적 대화를 했는데 음악을 너무 많이 알더라. 부모님이 보컬, 기타리스트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음악들이 남달랐다. 내가 알고 있는 음악도 다 알고. 작업은 음악이라는 뜬구름을 잡아서 결론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게 어렵다. 그런데 이지는 그걸 표현하는데 있어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Q. 프로듀서 거정이 보기에 이지의 보컬은 어떤가?
거정 : 사실 세대 차이 때문에 가능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서로의 거리감으로 유대감이 없을 거라는 느낌이었다. 작업을 한 번 해보고 나서도 별로 신통치가 않았다. 실력을 떠나서 첫 느낌이 그랬다. 그런데 작업을 일주일 정도 하고 난 후부터 입장이 바뀌었다. 일단은 목소리톤이라든가 느낌에서 주는 순수함이 좋았다. 또 어떤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재즈적이면서도 팝적이면서 또 클래식하면서 록적이면서 큐티하면서 섹시하면서 발랄하고, 퍼니하고 그런 느낌을 주고 받다 보니 잘 표현한다. 이제 그 중에 뭐 하나를 파야 되겠지.

Q. 다 갖춘 건가?
거정 : 하하하.

Q. 가사들을 살펴보면 짝사랑을 하는 듯한 느낌도 ‘썸'(썸씽)을 타는 듯한 느낌도 있어 설렌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거정 : 가사를 내가 다 썼다. 이지한테도 부탁을 했는데 영어 가사는 참 잘 쓰는데 아무래도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내지 않아서 한국적인 문화에 대해서는 디테일하지 않다. 가사를 쓰면서 이지를 보니까 노래하는 사람은 진정성, 사실감을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내가 이지 나이 때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풀었다. 나의 지금 경험으로 가사를 쓰면 깊어지더라. (웃음)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옛날 모습들. 그래야만 이지가 부르기에 적합하지 않을까. 항상 그때 나이 때는 사랑이 가장 중요하니까.

Q. 이지는 거정의 프로듀싱이 어떤가?
이지 : 프로듀싱을 해주시거나 세밀한 부분까지 캐치를 해주시는 분이 처음이었다. 이미 음악적으로 높은 경지에 있으신 분이고, 나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잘 못 알아 듣거나 따라가지 못할 때 미안한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하면서 늘어가는 게 느껴진다.
거정 : 예전에 이지가 20분 동안 운 적이 있다.

Q. 앗, 언제인가?
이지 : ‘에브리데이’를 한국어 버전으로 바꿔 녹음할 때였다. 영어로 부를 때 박자를 느끼던 게 한국어로 부르니 느낌이 잘 안 살아서 속상했었다.

꽃잠프로젝트

Q. 이지는 드디어 데뷔를 하게 됐다. 꽃잠 프로젝트의 음악으로 데뷔를 할 것이란 예상을 했나?
이지 : 어떤 장르로 데뷔할 것이란 생각을 못했고, ‘나중에 이런 장르를 해야지’라는 것이 있었다. 이번에 그렇게 생각했던 음악들과 가장 가까운 음악을 하게 됐다.
거정 : 우리는 작업을 할 때 일방적이지 않다.
이지 : 오빠가 곡을 주시고, 부르라면 부르고. 느낌을 들어보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거정 : 작업실에서 이야기하고, 아니면 아니라고 그 자리에서 수정하고, 가사와 멜로디와 다 같이 있는 그 자리에서 진행했다. 함께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Q. 이지도 자작곡을 쓰고 있나?
이지 : 앞으로 나도 많이 노래를 불러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이 배우고, 곡도 쓸 것이다. 여러 가지 경험도 하다보면 가사도 쓸 거 같다. 한국어 가사를 쓰는 데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다. 좀 더 익숙해 져야 한다.
거정 : 이지가 기타도 치고, 피아노도 치고, 곡도 만든다.

Q. 이바디의 음악도 따스한 봄날에 어울리는 서정적인 음악들이었다. 꽃잠 프로젝트의 음악도 그런 것 같다. 이바디 음악의 연장선일까? 
거정 : 어떻게 보면 장르별로 비슷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연장선상은 아니다. 내 감성 안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표현이지만, 나는 보컬리스트의 역량으로 변화를 주거나 보컬리스트의 색깔에 따라 가는 걸 선호한다. 그 보컬리스트에 가장 잘 맞는 게 뭘까. 그런 것들을 여러 가지로 생각하다보니까 일단은 EP 앨범이고, 이지 목소리의 느낌에 장점이 많아서 이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살려야겠다는 의도가 담긴 앨범이다. 그래서 공간을 많이 두게 됐다. 음악을 들어보면 빈 상태에서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그런 부분에서 이지가 노래하는 게 목소리 감성이 잘 들리게 한다. 우리가 만든 노래에 센 것도 있는데 센 것은 정규 앨범이 될 때 선보일 것 같다. 특히 꽃잠 프로젝트 음악이 울타리이기 보다는 우리는 좀 더 나아가고 싶다. 이지와 내가 만난 게 1년 1개월밖에 안 됐는데 EP앨범이 나왔다는 자체는 진행이 빨리 됐고, 마음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굳이 어떤 장르를 두고 이렇게 가자라고 처음에 만나서 작업을 한 것이 아니다. 앨범을 만들고 다 보니까 생전 거울 한 번 안 쳐다봤다가 거울 보니까 이런 느낌. 아, 이런 거구나. 그런 느낌이었다.

Q. 꽃잠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그룹인 것인가.
거정 : 우리 문화권은 프로젝트라고 하면 단발성이라든가 이벤트, 스페셜로 인식하는데 외국에서는 안 그렇다. 프로젝트야 말로 깨지지 않는 팀이다. ‘언제든지 모여서 하자!’ 이런 느낌이다. 팀이라는 것에 대한 울타리를 긋고 싶지 않고, 이지가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에 그것도 살리고 싶다. 꽃잠이 좀 더 대중들한테 알려지고, 시너지 효과가 나올 때 이지의 솔로 앨범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프로젝트가 좀 더 나중에 명분이 될 것 같다.

Q. 공연 계획은 어떻게 되나?
꽃잠 : 먼저 ‘뷰티풀 민트 라이프’ 페스티벌에 출연한다. 또 6월 7일에 홍대 벨로쥬에서 정규 공연이 있다. 나머지는 꽃잠도 알리고, 일단은 무대 경험도 쌓아야 해서 가벼운 무대에 서려고 하고 있다. 앙상블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클럽 같은 무대에 많이 서려고 한다.

Q. 앨범을 듣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더한다면.
이지 : 이 음악들을 한곡한곡 듣고 연습하면서 가사를 듣고 했을 때 공감도 많이 했다. 첫사랑이나 순수한 어린 느낌이 많은데 사람들도 이걸 들으면서 옛날 추억에 잠기거나 공감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거정 : 우리가 꾸미지도 않았고, 보태려고 더빙도 많이 안했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을 했다. ‘날스럽게’ 했는데 그런 진정성에 다가갔으면 좋겠다. 따뜻한 봄날에 맞게 만든 음악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플럭서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