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고 하이킥> vs <선덕여왕>

<지붕 뚫고 하이킥> 12회 MBC 저녁 7시 45분
드라마도 그렇겠지만 시트콤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동력 가운데 하나는 캐릭터의 일관성이다. 평소에는 그저 소심하기만 하던 캐릭터가 어느 날의 결벽증 에피소드를 위해 갑자기 결벽증을 드러내봤자 거기서 얻어지는 웃음은 공허하고 일회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붕 뚫고 하이킥>의 초반부터 무신경하고 괄괄한 태도, 윗사람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뭐가요?”라는 말대답으로 일관해왔던 현경(오현경)이 천적 자옥(김자옥)과 교직원 MT에서 한 방을 쓰며 겪는 갈등을 그린 에피소드는 그 전까지 두 사람이 등장했던 수많은 장면들이 쌓여 탄생한 결과이기도 하다. 자기 전에 잠자리 날개 같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땋아 늘여 리본을 맨 뒤 곰인형에게 말을 거는 자옥의 모습이 단지 손발 오그라드는 억지에 그치지 않고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의 쓴웃음을 준 것은 자옥이 이미 “사람들이 나더러 소녀 같다는 걸 보면 내가 정말 그런 거겠지”라는 공주병적 대사를 날리고 산낙지가 불쌍해서 도저히 못 먹겠다는 엄살을 부려놓은 덕분이다. 거기에 노래방 벌칙인 엉덩이로 이름쓰기가 부끄럽다며 자식뻘 후배 교사들에게 “난 깍두기 시켜 줘!”라고 칭얼거리는 자옥의 디테일한 진상 행각은 다소 작위적인 캐릭터에 묘한 리얼리티를 첨가했다. 3주차에 접어들며 드라마적 설정을 어느 정도 깔아 놓는 데 성공한 <지붕 뚫고 하이킥>이 이제 힘을 실어야 할 것은 이렇듯 각각의 캐릭터를 살릴 만한 에피소드다. 특히 항상 한 발 앞서 제 무덤을 파는 ‘해변 떡실신녀’로 자리 잡은 정음(황정음)과 시너지 효과를 낼만 한 인물의 활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최지은

<선덕여왕> 36회 MBC 밤 9시 55분
잘 풀리는가 싶더니 다시 모든 것이 꼬였다. 풍월주 자리에 오를 일만 남았던 유신(엄태웅)은 국회 청문회 같은 마지막 단계에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다. 그 때문에 자신의 세력과 백성을 위해 일단 미실(고현정)에게 무릎을 꿇는다. 별로 하는 일 없는 덕만(이요원)은 덕분에 사랑하는 임과 멀어짐에 투정하고 아파한다. 보헤미안인줄 알았던 비담(김남길)은 온갖 콤플렉스와 보상심리로 이중인격자로 열심히 변모중이다. 어디 그뿐인가. 모든 걸 아는 듯한 문노(정호빈)의 후계자 지정 놀이 덕분에 앞으로 난항이 예고되고, 언제부터 재능을 뽐낼지 모를 춘추(유승호)는 미생(정웅인)과 말 못타는 남자들의 모임에 한창이다. 절대 악과 선이 분명히 나뉘지 않는 캐릭터들 덕분에 극의 진행도 시냇물처럼 졸졸 흐른다. 물론 대의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물로 알천랑(이승효)을 들 수 있겠으나 언제부터인가 안 그래도 더딘 속도의 드라마에서 해설을 듣는 청중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이런 대서사극에서는 나름 감정을 이입할 캐릭터가 있거나, 갈등이 꼬이고 그걸 푸는 건 굽이치듯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니라서 지루하다. 게다가 유신과 덕만의 길고 긴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와 풍운아 캐릭터 비담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곤혹스럽기도 하다. 춘추도 일어서고 비담도 완전히 제 모습을 보여주는 건 과연 언제일까. 무엇보다도 우리 덕만 공주께서 제발 군주답게 대업을 위한 발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그런 와중에 미실(고현정)과의 대결이라면 참으로 볼만하지만 지금처럼 미실의 손바닥 안에서 울고 있는 그림을 그리기에는 벌써 너무 많은 회가 진행됐다.
글 김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