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가수? 배우? 나는 그냥 대중예술하는 광대” (인터뷰)

임창정

임창정은 신화였다. 지금도 여전히 노래방에 가면 남자들에게 ‘소주 한 잔’은 불후의 명곡이고, 임창정은 ‘그때 또 다시’, ‘날 닮은 너’ 등 주옥같은 발라드를 우리에게 안겨줬다. 뿐만 아니라 영화 ‘비트’, ‘색즉시공’, ‘파송송 계란탁’ 등 영화에서도 활약한 임창정은 가수와 연기를 넘나드는 만능 엔터테이너의 원조였다. 그런데 그가 2003년 갑작스레 가수 은퇴를 선언했다. 눈물을 흘렸던 마지막 2003년 9월 4일 무대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을 만큼 슬펐다. 2009년 용기를 내 가수로 복귀했지만, 지난해에는 이혼이라는 아픔까지 겪어야만 했다.

그런 임창정이 정규 12집 ‘흔한 노래… 흔한 멜로디…’로 다시 본격적인 가수의 길을 걷는다. 지난 2009년 발표한 정규 11집 앨범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다. 지난해 ‘나란 놈이란’과 ‘문을 여시오’로 디지털 싱글을 연이어 발표하며 가수로서 변함없는 인기와 실력을 증명했던 임창정은 정규 12집으로 완전히 시련의 그림자를 털어냈다. 지난 2003년 가수 은퇴를 선언했던 임창정이 다시 본격적인 가수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처에서 임창정은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 “콘서트를 하고 싶어서 가수로 돌아왔어요.”

임창정

이날 임창정은 가장 먼저 콘서트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 은퇴를 번복하고 가수로 돌아오게 된 것도 콘서트를 하고 싶어서였다. 사실 임창정은 가수 데뷔 20년차지만 단독 콘서트를 거의 하지 않았던 인물.

“15년 전에 콘서트를 했는데 활동 중에 말이 콘서트지 큐시트 갖다 놓고 노래 좀 부르다가 말 길게 하고, 재미도 없는 그런 형식의 콘서트를 두 번 했어요. 그때 ‘콘서트는 재미가 없구나.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담스럽기도 하고, 나는 영화도 하고, 노래도 해야 하니까. 콘서트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 하지 않았어요.”

그런 그가 갑작스레 콘서트를 하고 싶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평소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DJ DOC가 큰 역할을 했다. DJ DOC 콘서트에서 게스트로 자주 등장했던 임창정은 DJ DOC와 관객들의 열정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더 늦기 전에, 조금 덜 늙은 외모로 팬들에게 열정을 전달하고 싶어졌다.

“지금은 팬클럽이 없지만 팬들이 나를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텐데 그 사람들과 어떤 한 공간에서 옛날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노래들이 함께 부른다는 생각에 콘서트를 하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나란 놈이란’ 바로 전에 콘서트를 한다면 망했을 것 같아요. (웃음) 그래서 내가 가수라는 것을 한 명에게라도 더 알리기 위해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고, 가는 김에 정규 앨범까지 내보자고 결심했죠.”

임창정이 콘서트에 대한 마음을 더욱 확고히 먹게 된 건 지난해 열린 ‘청춘나이트 콘서트’였다. 김건모, 룰라, 현진영, 김원준 등 90년대 스타들이 총출동해 추억을 되살리는 콘서트에서 임창정은 이혼 후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불안한 마음으로 오른 무대였지만, 잊지 않고 자신을 찾아준 팬들을 보며 감명받았다. ‘소주 한 잔’, ‘그때 또 다시’, ‘날 닮은 너’ 등 발라드부터 댄스곡 ‘늑대와 함께 춤을’까지 모두 선보인 이때, 임창정은 “30~40대 아주머니들이 다 일어나서 춤을 추더라고요. 내 콘서트에서는 가장 정적인 것부터 가장 동적인 모습을 해야되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느꼈어요”라며 전했다. 그는 단독 콘서트를 위해 3개월 전부터는 담배까지 끊을 정도로 결의를 다졌다.

임창정의 단독 콘서트는 5월 23일 서울을 시작으로 7개 도시 10회 정도가 결정된 상태다. 콘서트 타이틀도 정규 12집 앨범 명에 맞춘 ‘흔한 콘서트’다. 임창정은 “콘서트 구성은 파격적일 것이에요. 그야말로 이벤트에요. 내가 지금까지 거쳐왔던 장르들, 뮤지컬, 영화, 음악 등 내가 했던 걸 다 보여줄 수 있는 멀티콘서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콘서트에 대해 귀띔했다.

# “정말 힘들 때… 1분만 크게 웃어 보세요.”

임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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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정규 12집을 발표하며 많은 사랑을 얻고 있지만, 임창정은 지난해 5월 이혼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7년 결혼 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루머에 시달리는 등 임창정에게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임창정은 이마저도 특유의 긍정적인 스타일로 이겨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웃음의 힘을 전파했다.

“그때는… 그냥 웃는 것도 이상한 상황이 돼버렸어요. 그래서 억지로 웃기보다는 너무 힘든 일들이 다가오니까 그냥 충분히 많이 힘들어해보자고 생각했죠. 고민도 해보고… 실컷 그러고 나서 어느 날 화장실에서 내 얼굴을 봤는데 그만해도 될 것 같았어요. ‘더 고민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으니, 충분히 울고 아파봤으니 더 하면 우울증이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도 했죠. 그때부터 억지로 웃기 시작했다.”

임창정이 끝내 웃게 된 비결에는 ‘1분의 힘’이 있었다.  임창정은 “1분만 웃으면 정말 거짓말처럼 내가 아무리 얼굴을 찌푸리려고 해도 그냥 웃는 상으로 변하더라. 그러더니 나도 모르게 진짜로 웃을 일들이 생겼어요. 웃으면 복이 온다는 이야기가 맞는 것 같아요. (웃음) 내가 웃는다는 것은 내가 열심히 살 자세가 됐다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믿고 나에게 일거리를 줘요. 이걸 나 혼자 알고 있기가 너무 아깝더라고요. 좋은 병원이나 맛집을 찾아냈는데 나 혼자 누리기가 아까운 그런 느낌. 그래서 이걸 노래로 부르자고 생각했어요.”

모든 사람들이 웃길 바라는 마음에서 임창정은 이번 앨범에 아주 신나는 노래를 수록했다. 바로 12번 트랙 ‘임박사와 함께 춤을’이다. ‘몽키몽키매직’으로 테크노 뽕짝의 저널이 된 신바람 이박사를 초청해 피처링을 부탁했다. 이박사는 1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애드리브를 펼쳤고, 그 중에서 노래에 어울리는 부분을 골라 곡에 삽입했다. 임창정의 표현대로라면 ‘임박사와 함께 춤을’은 국적불명의 곡이다.

“나이 드신 분들과 젊은이들이 다 같이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요즘 가장 핫한 클럽 음악하는 사람들을 섭외해 곡을 내가 쓰고, 트렌드에 맞게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또 신바람 이박사님이 흥이 가는 건 우리나라 최고잖아요. 클럽 음악도 아니고, 인도 음악도 아니고, 트로트도 아닌 그래서 국적불명의 음악이 됐다. 정말로 재미있어 하는 음악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

웃음전도사를 자청하는 임창정인데, 왜 발라드곡을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것일까. 그는 발라드곡인 ‘흔한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 “회사 입장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라며 눙쳤다. 임창정다운 농담이었다. 타이틀곡 ‘흔한 노래’는 헤어진 연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로 그저 보통 사람처럼 적당히 아파하며 조금씩 잊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곡이다. 임창정이 작사에 참여한 곡으로 웃음으로 시련을 견뎠던 임창정의 또 다른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자기 고민, 자기 상처가 가장 중요하고 아프다고 생각해요. 남이 될 수 없기에 제 것이 가장 아프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건 누구나 겪고 있는 고민일 뿐이니 힘들어 하지 말고 흔하게 덤덤하게 이겨나가야 될 줄도 알아야 해요. 그래서 가사는 너무 유난떨지 말자는 내용이에요. ‘흔한 노래’답게 멜로디도 굉장히 흔해요. 음악적으로 너무 좋은 곡도 아니에요. 수록곡 중에는 대중성도 있고, 음악성 있는 노래도 있지만 ‘흔한 노래’가 멜로디가 가장 쉬우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쉽게 질리더라도 공감갈 수 있는 가사와 멜로디를 선택했어요.”

이번 앨범에는 ‘흔한 노래’뿐만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에 함께 출연했던 참가자들과 함께 부른 ‘너의 미소’도 수록돼 재미를 안긴다. 임창정은 “‘너의 미소’는 내가 일부러 조금 다르게 부르고, 친구들이 더 똑같이 불렀다. 아무도 진짜 내가 어디를 부르는지 맞추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하기도 했다.

# “1위? 욕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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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노래’는 발표되자마자 10대 음원사이트 1위를 모두 올킬하며 임창정의 파워를 과시했다. 임창정은 지난해 ‘나란 놈이란’, ‘문을 여시오’ 모두 발표할 때마다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기에 ‘흔한 노래’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1위였을는지도 모른다. 그는 솔직하게 음악방송 1위 욕심도 드러냈다.

“솔직히 음원 1등은 나올 때마다 했어요. (웃음) 음악방송에서 1등은 상징적인 것이고, 음원 차트 1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쉽진 않은데 은근히 욕심이 나더라고요. 내가 1등을 하면 제 나이 또래, 살기 뻑뻑하고 힘 빠져 있는 그들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도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신기할 것 같아요. 해볼 것도 나쁘지 않죠. 좀 하면 안 되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임창정은 오랜만에 본격적인 가수 행보를 걷는 건데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다고 말하는 임창정은 우여곡절을 겪고 초월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예전에는 무대에 올라가면 다른 가수 팬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도 싫고, 나를 보지 않고, 문만 바라보는 것도 싫었어요”라며 “이제는 내 앞에 사람들이 ‘저 사람 영화배우 아니야?’, ‘야구선수잖아’라며 쑥덕대는 것 자체도 즐기게 되더라”며 웃었다. 이어 “왜 내 인기가 영원해야 하지. 그걸 내려놓으니까 무대도 좋아졌어요”라며 “역시 사람은 없어져봐야 소중한 걸 안다”고 호쾌하게 말했다. 예전에 임창정은 무대에서 노래가 다 끝나면 안도하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임창정은 무대를 내려가기 싫어 장난이라도 더 칠까 고민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가 2003년 한 차례 은퇴를 번복했다가 무대로 돌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임창정은 “무대가 소중했어요. 내가 60세가 돼서 청바지를 입고 ‘늑대와 함께 춤을’ 부르고, ‘날 닮은 너’, ‘그때 또 다시’를 부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그렇더라고요. (웃음) 더 늦기 전에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은퇴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가요계를 부수지 않았을까”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가수 데뷔 20년차에야 무대를 진정 즐길 줄 알게 된 임창정은 자신을 가수도, 배우도 아닌 ‘대중예술을 하는 광대’라고 칭했다. 그는 “나를 가수 임창정이라고 하면 가수고, 영화배우라고 하면 배우고, 예능인이면 예능인이에요. 나는 대중예술을 하는 광대에요. 여러분이 원하는 자리에 나를 필요로 하면 어디든지 가는 광대에요”라고 거듭 전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번 앨범 땡쓰 투(Thanks To)에도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지 않았다.

“이번 땡쓰 투에는 처음으로 한 명도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어요. ‘이 글을 읽는 바로 당신에게 내가 참 고맙습니다’라고 썼어요. 아주 많은 분들, 저 멀리 있는 어떤 사람도 내 주위에서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만큼이나 더 많이 나를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꼭 콘서트에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NH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