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점, ‘캡틴 아메리카’가 자기 이름을 찾은 이유

우리나라에서 ‘퍼스트 이벤저’로 개봉했던 1편, 제 이름을 찾은 2편

국내에서 ‘퍼스트 이벤저’로 개봉했던 1편, 제 이름을 찾은 2편

마블 슈퍼히어로 세계에 족보라는 게 있다면, 족보 꼭대기에 이름이 새겨질 이가 캡틴 아메리카다. 캡틴 아메리카는 마블 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 퍼블리케이션이 1941년 세상에 선보인 첫 번째 히어로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탄생한 영웅에게 마블이 부여한 임무는 명확했다. 그는 성조기 문양의 쫄쫄이 의상을 몸에 두르고, ‘팍스 아메리카’를 외쳤다. 미국인들은 전쟁의 피로와 공포를 캡틴 아메리카의 활약을 보며 달랬다. 우리에겐 낯선 이 캐릭터가 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로 꼽혔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슈퍼히어로가 단순 만화의 영역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른 오늘 날, 캡틴 아메리카의 상품가치는 불안해 보였다. 나치는 사라졌고 2차 세계대전은 이미 종식됐다. 할리우드마저 “위 아 더 월드”를 외치는 시대에 “미국 평화~” 운운하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가 과연 21세기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이것이 2011년 개봉한 ‘퍼스트 어벤져’가 안고 있었던 딜레마였다.

한국과 미국에서 엇갈린 1편 ‘퍼스트 어벤져’ 운명

그에 대한 결과는 나라마다 갈렸다. 일단 미국에서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스크린으로 부활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를 환대했다. 영화는 북미에서만 1억 7,665만 달러를 집어 삼켰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국관객 고작 60만 명만이 캡틴 아메리카의 활약을 지켜봤다. 아이언맨, 헐크, 배트맨 등 여타의 히어로 물과 비교하면 초라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기적은 그 이후에 일어났다. 기적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예상하겠지만 ‘어벤져스’(2012년)다.

캡틴 아메리카
캡틴 아메리카, 이름 자체가 브랜드

운이 좋았다. 아니, 마블의 전략이 절묘했다는 말이 옳다. 국내 팬들에게 영원히 소외당할 줄 알았던 캡틴 아메리카에겐 ‘어벤져스’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어벤져스’의 폭발적인 흥행은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퍼스트 어벤져’에서 캡틴 아메리카에게 별 매력을 못 느꼈던 관객들도 ‘어벤져스’를 보고 그에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는 2편의 제목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다. 1편 ‘퍼스트 어벤져’의 원제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다. 그런데 국내에서 주인공 이름이 빠지고 ‘퍼스트 어벤져’로만 개봉한 이유? 앞에서도 말했지만 미국적 애국주의를 표방한 제목을 굳이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팬들에겐 낯선 영웅의 이름이 흥행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 자체가 흥행을 위한 좋은 브랜드로 올라선 만큼 한국 배급사에서도 그대로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설국열차’로 인한 크리스 에반스의 인지도 상승!

‘어벤져스’ 만큼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역시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분위기다. 관객의 영화선택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중 하나가 주연 배우다. 2011년 당시에만 해도 크리스 에반스의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미약했다. ‘퍼스트 어벤져’가 개봉하고 나서도 (영화가 너무 흥행에 안 된 탓에) 그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나. 코스튬을 입고 싸우던 슈퍼히어로가 ‘설국열차’에서 자유를 위해 돌진하는 운명의 지도자 커티스로 분할지. ‘설국열차’에서 크리스 에반스가 보여 준 연기는 충분히 인상적이다. 9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이제 크리스 에반스의 인지도는 ‘어벤져스’ 멤버 중 그 누구와 붙여놓아도 밀리지 않는다. (물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 크리스 에반스를 보기 위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의 티켓을 끊을 관객도 적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퍼스트 어벤져’와 ‘캡틴 아메리카2’ 사이에는 ‘어벤져스’와 ‘설국열차’가 있다

‘퍼스트 어벤져’와 ‘캡틴 아메리카2’ 사이에는 ‘어벤져스’와 ‘설국열차’가 있다

3년 만에 돌아온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는 여타의 속편들이 그렇듯 ‘더 크게, 더 화려하게’ 법칙을 따른다. 서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전편보다 레벨 업 됐다. ‘퍼스트 어벤져’가 2차 대전 당시 활동하던 영웅 캡틴 아메리카가 현대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에서는 캡틴 아메리카가 현대사회에 적응하면서 겪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7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한 캡틴 아메리카의 좌충우돌 현실적응기가 흥미로울 것이 자명하다. 마블의 유머구사 능력은 언제나 큰 실망을 안기지 않았으니까. 영화는 26일 국내 개봉한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