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우의 영감대, ‘어벤져스2’ 한국촬영이 뭐 그리 대수냐고요?

어벤져스1
촬영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한국은 이미 헐크가 쑥대밭은 만들어 놓고 간 분위기다. 한국 촬영 소식이 돌때부터 심상치 않더니, 촬영이 기정사실화되자 언론은 ‘어벤져스2’ 관련 소식을 쏟아내느라 바쁘다. ‘어벤져스2’에 합류한 수현의 일거수일투족이 트루먼쇼처럼 전해지고, 크리스 에반스와 스칼렛 요한슨이 내한할거라는 둥 아니라는 둥, 엑스트라 모집이 시작됐다는 둥 허위라는 둥 확인되지 않은 소식들조차 죄다 기사화 됐다. 서울시와 관공서들까지 나섰다. 한국촬영 양해각서가 체결됐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어벤져스2’의 한국촬영을 환영했다.

이쯤 되자, 아니나 다를까. 한쪽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어벤져스2’가 뭐 그리 대수라고 호들갑이야”하는.(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덤비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대수다. 언론의 관심이 과열됐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랴. 이건 전세계적인 흥행돌풍을 일으킨 ‘어벤져스’의 속편이다. 그런 영화의 촬영을 유치했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할리우드 영화 유치를 위한 국가들 간의 소리 없는 전쟁   

‘반지의 제왕’으로 영화 메카로 떠오른 뉴질랜드과 ‘아바타’로 관광특수를 누린 중국

‘반지의 제왕’으로 영화 메카로 떠오른 뉴질랜드과 ‘아바타’로 관광특수를 누린 중국

우리에겐 지금의 이러한 풍경이 낯설 수 있지만, 사실 할리우드 영화를 유치하려는 국가들 간의 소리 없는 전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영화 프로덕션이 시장 안에서 창출하는 보이지 않는 경제적 효과가 실제 비용의 10배에 달한다는 통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바타’의 배경이 된 중국의 텐츠산은 영화 성공 이후 세계적 명소가 됐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으로 영화산업의 메카로 떠올랐다. 영국도 ‘해리 포터’로 관광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할리우드 제작자를 유인하기 위한 나라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뉴질랜드는 ‘호빗’ 촬영 유치를 위해 자국의 노동법까지 개정했다. ‘미션 임파서블’ 촬영지였던 캐나다는 고급한 인력과 저렴한 비용 조건을 할리우드에 냅다 바쳤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을 찍은 호주는 세제혜택을 미끼로 할리우드 영화를 끌어안았다. 할리우드 영화 유치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아부’가 아니라 ‘전제조건’이란 말이다. 실제로 이번 ‘어벤져스2’의 촬영 성사에는 한국에서 촬영하는 외국영상물에 집행비의 20~30%를 지원해주는 영진위의 로케이션 인센티브제도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출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영향력이다.
양해각서 체결현장

물론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뉴질랜드에서 올로케한 ‘반지의 제왕’과 달리 한국은 고작 20분 정도(이것도 최종 편집에서 짧아질 가능성이 있다) 담기는데 효과가 있겠냐고.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말이다. 소규모 영화의 촬영지로 100% 쓰이는 것보다, ‘어벤져스2’에 10분 나오는 게 실질적인 홍보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건 전 세계로 배급되는 ‘어벤져스2’다. 소품 하나, 길거리 구조물 하나, 모든 것이 전세계인들에게 노출된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 3일 열린 아카데미시상식에서도 힌트를 찾을 수 있다. LA타임즈는 이번 시상식의 진짜 주인공을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라고 보도했는데, ‘갤럭시노트3’를 이용한 스타들의 ‘셀카’ 퍼포먼스로 인해 삼성은 엄청난 광고 효과를 얻었다. 노출시간보다 얼마나 영향력 있는 플랫폼인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30초 남짓한 슈퍼볼 광고에 거금을 쏟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이 농사로 먹고 사는 국가 아니냐고요?

강남이 짧은 시간 담겼던 ‘본레거시’, 한국을 농촌으로 묘사한 ‘007 어나더데이’

강남이 짧은 시간 담겼던 ‘본레거시’, 한국을 농촌으로 묘사한 ‘007 어나더데이’

한국브랜드 이미지 상승효과도 기대된다. 사실 외국에 나가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라는 게 그리 대단하지 않다. 한국하면 북한밖에 모르는 사람도 있고, IT국가는커녕 농사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오죽하면 김윤진이 출연하는 ‘로스트’에서조차 한국을 저개발국가로 묘사했을까. 한국의 현대적인 이미지를 홍보하는데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마침 촬영장소가 강남역 사거리, 청담대교 등 도심이라고 하니 적어도 이번에는 농사짓는 베트남 사람들을 한국인이라고 할 염려는 없어 보인다.

이번 촬영은 선례를 남길 기회라는 점에서도 무시할 수 없다. 촬영협조가 잘되고 결과물이 좋으면 국내 시장을 찾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해외영상물 촬영 지원을 시작한 2007년 이래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수많은 나라의 영화제작사가 서울에서 영상물을 담아갔다. 한국이 함께 참여한 공동제작 형태의 작업물이 늘어난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이번 촬영 유치가 낳을 부수효과가 얼마나 될지, 김칫국을 마시는 것은 지양해야 하는 게 옳다. 하지만 기회가 온 것은 맞다. 교통통제나 촬영 지원 등에 무조건적인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