꽂히다, 명곡으로 레전드 무대를 – B1A4, 비투비, ‘K팝스타3’ 권진아

‘60초면 충분한 스토리 내 맘으로 넌 들어왔어’ 누군가가 눈 안에 ‘콕’ 들어오거나 가슴에 ‘콱’ 박히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다. 하루에도 수많은 연예인이 브라운관과 스크린 속에서 웃고 울고 노래하며 우리와 만나지만, 그 중에서도 제대로 ‘필(feel)’ 꽂히는 이들은 손에 꼽힐 정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어느 순간 그야말로 내게로 와 꽃이 된, 꽂힌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편은 KBS2 ‘불후의 명곡 – 전설을 노래하라’ 이미자 편에서 ‘안 오실까 봐’를 소화한 B1A4의 산들과 신우, Mnet ‘엠카운트다운’ 레전드100송 무대에서 ‘천일동안’을 부른 비투비의 서은광, 이창섭, 임현식, 육성재, SBS ‘K팝스타3’에서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를 부른 권진아다. 이들은 명곡으로 귀를 사로잡은 건 물론, 기억에 오래 남을 특별한 무대를 만들어 냈다.

#B1A4, 역시 살아있는 전설이 추천할 만했어!

KBS2 '불후의 명곡 - 전설을 노래하다'에서 '안 오실까 봐'를 열창중인 B1A4 산들, 신우(왼쪽부터)

KBS2 ‘불후의 명곡 – 전설을 노래하다’에서 ‘안 오실까 봐’를 열창중인 B1A4 산들, 신우(왼쪽부터)

무려 40년 전의 노래였다.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의 ‘안 오실까 봐’를 20대 초반의 남자 둘이 불렀다. KBS2 ‘불후의 명곡 – 전설을 노래하라’(이하 ‘불후의 명곡’) 이미자 편에 살아있는 전설 이미자가 직접 추천해 출연하게 된 유일한 아이돌, B1A4. 이 프로그램에서 산들과 신우 두 사람은 탁월한 감수성과 보컬을 뽐냈다. 산들은 이미 이전에 출연한 ‘불후의 명곡’ 무대를 통해 자신의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인 바 있다. 무대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보컬리스트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 그답게 이번 무대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신우는 팀의 보컬이자 래퍼. 부드러우면서도 심지가 있는 목소리로 노래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이 무대에서 주의를 끌었던 건 산들의 톤의 변화. 극의 흐름에 따라 같은 대사라도 다양한 감정을 실어 말하는 배우처럼 산들은 같은 노랫말도 노래의 전개에 따라 다른 톤과 무대 매너로 소화해냈다. 노래 말미, 그의 눈에 맺힌 눈물은 그가 얼마나 이 무대에 몰입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게 하기도 했다.

#비투비, 보컬라인 유닛으로 감성 보컬 들려주세요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천일동안'을 부른 비투비의 서은광, 이창섭, 임현식, 육성재(왼쪽 하단부터 시계방향으로)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천일동안’을 부른 비투비의 서은광, 이창섭, 임현식, 육성재(왼쪽 하단부터 시계방향으로)

3분이 30초처럼 느껴진 무대. 흡사 연말 가요시상식에서 각 팀의 메인 보컬들이 꾸미는 콜라보레이션 스테이지로 보이기도 했다. 지난 3월 13일, Mnet ‘엠카운트다운’ 레전드 100송 무대에서 이승환의 ‘천일동안’을 부른 비투비의 서은광, 이창섭, 임현식, 육성재. 팀의 보컬라인인 이들은 이 무대를 통해 자신들의 ‘진짜’ 실력을 제대로 드러냈다. 이창섭의 담담한 목소리로 시작되는 노래는 임현식으로 이어지며 감정이 증폭되었고, 애절함의 피치를 올린 뒤 서은광에게로 연결되었다. 흥미로운 건 서은광의 표정은 세상의 모든 비극을 담고 있는 듯했지만 보컬에선 절제되고 정제된 슬픔만이 묻어났다는 점이다. 이 감성은 막내 육성재로 바톤 터치되며 노래는 정점을 향해 달렸다. 특히, 육성재의 터지는 미성은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한함을 알리기도 했다.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보컬 네 명이 펼치는 애드리브 향연. 애드리브 축제라도 열린 듯 그들의 입을 통해 쏘아 올려진 서로 다른 고음들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곡을 풍성하게 만들어냈다.

#진아야, 네 앨범 나오면 이 언니는 무조건 살거야

SBS 'K팝스타3'에서 '24시간이 모자라'를 부른 권진아

SBS ‘K팝스타3’에서 ’24시간이 모자라’를 부른 권진아

올해 나이 열여덟. 소녀 권진아는 무대 위에선 한 명의 매력적인 여성 싱어로 변신한다. 역대 최강의 실력자들이 포진한 것으로 평가되는 SBS ‘K팝스타3’에서 권진아는 단연 돋보인다. 박진영의 ‘난 남자가 있는데’를 그야말로 너무 슬프게 부르던 그녀는 프라이머리의 ‘씨스루’를 통해 어떤 장르의 노래든 ‘권진아표’로 탈바꿈시켜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3월 15일 방송에선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를 퍼포먼스 없이 해내 심사위원 세 명 모두의 찬사를 받아냈다. 그간 자신의 마음에 드는 참가자가 나올 때면 무한한 애정으로 바라보던 박진영의 표정이 이번처럼 공감된 적이 없었다. 목소리와 기타 연주만으로 곡 전반에 흐르는 절제된 섹시함을 표현한 건 물론, 단 하나의 리듬도 놓치지 않고 안정감 있게 타는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제작자라면 당장에라도 음반을 내고 싶어질 정도로 매력적인 참가자가 아닐까. 게다가 우수에 찬 듯 보이는 살짝 처진 눈과 청순한 이미지는 가수로 데뷔했을 때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제공. KBS, Mnet,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