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나를 사로잡은 남자들의 목소리

1. Nick Cave and The Bad Seeds의
라는 원제를 갖고 있는 이 앨범은 수록곡 전체가 살인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말 그대로 ‘사랑스러운’ 이름으로 발매됐다. “는 원래의 앨범 타이틀이 가지고 있는 불온함과 불길함, 불안함을 다 갖추고 있어요. 특히 닉 케이브와 카일리 미노그가 함께 한 ‘Where The Wild Roses Grow’가 인상적이에요. 죽여야 하는 남자와 죽임을 당하는 여자의 어두운 숙명이 처연하고, 슬프고, 불안하게 들립니다.” 당시 절정에 올라있던 닉 케이브의 음울하고 영화적인 상상력이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 “‘Henry Lee’나 ‘Stagger Lee’, 밥 딜런의 곡을 닉 케이브 버전으로 여러 명의 가수들과 함께 부른 ‘Death Is Not The End’도 꼭 들어야 될 곡이죠.”

2. Smashing Pumpkins의
“스매싱 펌킨스의 대표작은 지만 저는 애절한 가 더 좋아요.” 스매싱 펌킨스는 화려함과 탐미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예술적 완성도에 집중했던 를 통해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이 성공 뒤 드러머인 지미 체임벌린은 약물 중독으로 그룹에서 이탈했고, 에는 성공한 밴드의 한 켠에 있던 음울한 슬픔이 가득 담겨 있었다. 김지운 감독은 ‘Tonight, tonight’이나 ‘1979’같은 대표곡 외에 서정적이고 조용한 ‘Beautiful’을 더 좋아하고, ‘빌리 코건의 비음 섞인 창법과 단조롭고 자기성찰적인 음색’으로 부르는 ‘To Sheila’, ‘Tear’, ‘Ava adore’, ‘For martha’는 필청 목록이라고 밝힌다. “때로는 외침과 절규보다 나직이 읊조리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한 호소력과 인상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3. The Verve의
마치 신 세계를 여는 듯한 현악기의 도입부로 등장한 버브는 오아시스, 블러, 라디오 헤드 등과 함께 1990년대 영국 록의 상징이 됐다. 대표곡인 ‘Bitter Sweet Symphony’ 외에도 ‘Sonnet’, ‘Drugs Don`t Work’를 꼽은 김지운 감독은 보컬 리처드 에쉬크로포트의 목소리를 요즘 가수 중에 최고로 친다. “아무런 사심 없이 난 노래만 하고 싶다고 외치는 것 같은 그의 목소리는 곡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추구하는 데에만 골몰한 느낌이에요. 기름기도 없고 겉멋도 없으며 부족함도 없죠.” 그리고 리처드 에쉬크로프트처럼 노래하는 여가수 더피 역시 김지운 감독이 추천하는 보컬리스트. “이들의 깨끗한 정직성이 진중하고 깊은 울림을 줍니다.”

4. Sigur Ros의
“의미파악 불능의 희망어로 부른 ‘Staralf’를 듣고 있으면 이런 소리가 천상의 목소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규어 로스는 음악이 단지 청각이 아닌 모든 감각을 일깨우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밴드다. ‘지구상에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목소리의 소유자 보컬 욘시’가 부르는 노래는 누군가에게는 그들의 고향인 아이슬란드의 차가운 심해를,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우주를 유영한 끝에 만난 신의 광채를 살갗으로 듣는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는 시규어 로스가 월드 투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열었던 ‘대자연 투어’를 영화로 만든 와 함께 발매된 앨범. 김지운 감독의 말처럼 ‘북구의 낮게 드리워진 어두운 구름이 걷히고 광활한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이 드러날 때, 먹구름 사이로 한줄기 빛이 지상에 떨어지는 천상의 소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5. Tom Waits의
리스트에 넣을 음악이 너무 많아 한참을 고민한 김지운 감독이 선택한 마지막 주인공은 탐 웨이츠다. 그래미상을 수상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커피와 담배>, <숏컷>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이기도 한 그는 김지운 감독에 따르면 ‘지상의 맨 밑바닥의 목소리’를 가졌다. 노래 부르는 사람의 인생사가 그대로 그려질 듯한 목소리로 자신의 노랫말 속으로 사람을 깊숙하게 잠기도록 하는 이 시대의 얼마 남지 않은 음유시인. “쳇 베이커도, 쥬케로도, 갱스부르그도 이런 목소리를 가졌어요. 하지만 ‘Hope I Don`t Fall In Love With You’ 같은 노래를 듣고 있을 때, 그가 두드리는 피아노 위에 타들어가는 담배 한 개비와 위스키 한 잔이 그려지는 목소리는 탐 웨이츠 밖에 없어요.”


“남들을 즐겁게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I`ll be there’로 핸드폰 통화 연결음을 설정한 이유를 묻자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기 위함이라는 답과 함께 돌아온 김지운 감독의 첨언이다. 그것은 “커피를 맛있게 끓여서 대접하고, 컬러링을 때맞춰 바꾸는 것도 상대방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서”라는 그가 “서비스 제조업인 영화감독에 잘 맞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도 매주 DVD와 CD를 한 아름 사는 게 낙인 영화광이자 음악광인 김지운 감독은 그래서 지치지 않는가 보다. 그는 ‘감독도, 배우도, 스태프도 미쳤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치열했던 <놈놈놈>에 연이어 올 가을에는 프랑스 누아르 영화 <맥스 앤드 정크맨>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할 예정이다. 그는 또 어떤 방법으로 우리들을 즐겁게 할까? 어서 낙엽냄새 나는 남자들의 계절이 오기를. 누아르의 바람이 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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