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콘서트> vs <롤러코스터>

<개그 콘서트> KBS2 일 오후 9시 5분
10주년을 넘기고, 오래간만의 메가 히트 코너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떠나보낸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는 최근 새로운 코너들을 선보이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선언했다. 강렬한 캐릭터들이 휴식기를 갖고, 최고참들이 프로그램을 떠나는 사이에 아직 얼굴이 낯선 신인들이 감초로 투입되었으며, 이들을 이끌어 줄 유민상, 유상무와 같은 중진들이 여러 코너에 얼굴을 비추며 활약을 했다. 그러나 새 코너에서 새 인물들을 만나도 여전히 <개콘>에는 새로운 웃음이 부족했다. 특히 ‘미니 뮤지컬’과 ‘초고속 카메라’는 수년 전 <개콘>에서 선보인 적 있는 형식에서 크게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재탕의 느낌을 갖게 했으며 ‘미니시리즈 형제’는 유민상과 한민관을 형제로 설정하는 기발한 발상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장면을 안일하게 패러디 하는 수준에 그쳐 안타까웠다. 그 와중에 기대를 갖게 한 것은 박성호, 황현희, 최효종이 함께 등장해 역차별 당하는 남성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남성인권보장위원회’와 신인 개그맨 장기영을 받쳐주는 선배 박성광, 김준현의 아기자기한 호흡이 돋보이는 ‘워워워’ 정도다. 전자는 시청자의 공감을 자극하는 박성호 특유의 디테일이 무릎을 치게 만들며, 후자는 빈틈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는 김준현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이들은 개그 침체의 시기에 여전히 <개콘>이 비교우위를 점하는 이유를 몸소 보여준다. 구체적이고 집요하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넓고도 좁게 파고드는 것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다. 비록 그것이 지름길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글 윤희성

tvN 토 밤 11시 10분
품절남 특집에서 정형돈은 ‘대한민국 99% 남자’라는 말로 자신을 PR했다. 방이 조금(많이) 더럽고, 배도 좀 나오고, 음식은 시켜먹고, 리모콘은 발로 집는 남자. (이하, )의 ‘남녀탐구생활’은 그렇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99%의 남자, 99%의 여자를 탐구한다. 큰소리 뻥뻥 치며 가전제품을 고치다가 결국 완벽히 고장 내고 도망치는 정형돈의 억울한 표정과, 오디오에 커피를 흘려 고장 내고도 AS기사에게 끝까지 녹물이라며 잡아떼는 정가은의 새침한 표정이 음의 높낮이 없이 건조하게 흘러나오는 성우의 내레이션과 합쳐질 때의 기묘한 싱크로가 웃음의 포인트다. 남자 회사원은 점심시간에 자장면 값과 게임비 물리기 당구를 치다가도 부장님에게 불려가고, 여자 회사원은 점심식사 후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들고 걸을 때 하루 중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식의 설정에 조금 과장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부분에서 아주 사소한 디테일까지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 다른 코너인 ‘여자가 화났다’도 마찬가지다. 이 짧은 콩트 속에서 서로 왜 화가 났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 사이는 화성과 금성만큼이나 멀다. 는 그렇게 일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을 프로그램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그래, 맞아’라고 할 수 있는 공감의 웃음을 노린다. 재미있는 것은 의 장르인 콩트는 공중파에서 거의 멸종한 코미디 장르라는 사실이다. 는 유행하는 리얼리티를 들여오지 않아도, 케이블 특유의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상황 설정 없이도 신선한 코미디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롤러코스터처럼 짜릿하진 않아도 회전목마처럼 친숙하고 은근한 재미가 있는 콩트 코미디라니, 이미 10회까지 방영하긴 했지만 우선 반갑지 않은가.

글 윤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