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그 여자의 이름은 민자영

명성황후는 역사 속의 인물 중 빈번히 다양한 텍스트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여성이다. 이미 드라마, 소설 등으로 대중에게 익숙한데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외교에도 능하고, 시대적으로 앞선 여성 지도자로 재해석 되고 있다. 그리고 2009년, 명성황후는 92억 원이라는 제작비가 투여된 <불꽃처럼 나비처럼>(제작 싸이더스FNH, 감독 김용균)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동안 민비, 명성황후 등으로 불리며 조선의 국모로만 비춰졌던 민자영(수애)이라는 여자의 사랑을 다루고자 한 영화는 무명(조승우)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추가했다. 왕후가 되기 전 잠깐의 만남으로 연정을 품은 두 사람은 이후 왕후와 호위무사로 인연을 이어간다. 그러나 두 사람을 집어삼키는 역사의 광풍 앞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려는 남자와 그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여자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공격한다. 올 가을 쏟아지는 멜로 영화들 틈에서 명성황후는 선전할 수 있을까? 영화는 9월 24일 개봉한다.

맥락없는 CG, 꼭 써야 했나요?

구석구석 공들인 비주얼이 돋보였던 <와니와 준하>, <분홍신>을 연출한 감독의 작품답게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일정 수준 이상의 영상미를 자랑한다. 지금껏 촬영지로 쓰인 적 없는 우포늪의 원시자연은 아름답고, 서양문물이 유입되던 시기의 화려한 궁궐의 모습 또한 십분 살려냈다. 그러나 거액의 제작비가 든 것에 의문을 가질 만큼 영상은 이야기와 엇박을 이룬다. 그것은 “사극은 보이지 않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제작자의 말에도 기인하지만 CG가 적재적소에 꼭 알맞게 쓰이지 못한 탓이 더 커 보인다. 무명과 대원군의 수하 뇌전(최재웅)의 검술 대결은 극 전체에 걸쳐 두 번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무협소설이었던 야설록의 원작을 의식한 탓인지 과도한 CG로 덧칠된 액션은 이야기의 흐름과도 ‘조선왕조 마지막 멜로’라는 이름과도 맞지 않은 채 극의 흐름을 번번이 끊어 놓는다.

여기에 영화의 중심인물인 명성황후에 대한 해석 또한 그동안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에서 그렸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아하고 강단 있는 이미지에 그저 무명이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팩션이 첨가된 것 외에는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새롭게 창조된 무명에게서 조승우의 또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말이 우스운 요즘 같은 때에 평생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목숨까지 바치는 무명은 <남자의 향기>, <천년의 사랑> 등 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로맨스 소설의 남자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동명의 영화 주제가를 이선희가 직접 만들고 부르는 등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그 시절 로맨스 소설의 주된 독자층이 되었던 중장년층 여성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 듯하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