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미국을 말한다

미국 뉴스 방송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ABC와 CBS, NBC 등 메이저 3사의 저녁 전국 뉴스가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3년간 꾸준히 시청률을 올려왔던 ABC의 < ABC 월드 뉴스 > 앵커 찰스 깁슨이 갑자기 은퇴 의사를 밝혔고, 이에 아침 뉴스쇼 <굿모닝 아메리카>의 진행자 다이앤 소여가 그 자리를 이어간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소여는 2010년 1월부터 깁슨을 대신해 단독 앵커로 카메라 앞에 선다. ABC 관계자들은 63세의 소여를 선택한 것은 “성별과는 별개 문제”라며, 그녀의 커리어와 지명도를 본다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근 40여 년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소여는 <프라임타임 라이브>와 <20/20> 등 저명한 뉴스 프로그램을 공동 진행했으며, 지난 10년 간 <굿모닝 아메리카>를 진행하며 시청률을 끌어 올려 ABC에 연간 5천만 달러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소여와 커릭,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

소여의 ‘승진’이 중요한 이유는 일단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지난 2006년 9월부터 CBS TV의 <이브닝 뉴스>로 1,5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받고 스카우트 된 케이티 커릭(52세)에 이어 두 번째로 여성이 메이저 네트워크의 전국 뉴스를 단독으로 맡게 됐다는 것이 첫째다. 물론 70년대 중반 바바라 월터스 (79세)와 90년대 초반 코니 청 (63세) 등의 여성 진행자가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공동 진행자였다.

둘째로 커릭이 <이브닝 뉴스>를 맡기 전까지는 여성 앵커들에게는 넘기 힘든 벽으로 여겨졌던 전국 뉴스 앵커 중 NBC TV의 <NBC 나이트라인 뉴스>를 맡은 브라이언 윌리엄스(50세)를 제외한 3분의 2가 여성으로 바뀌는 ‘역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셋째는 데뷔 이래 줄곧 3등을 면치 못한 커릭이 소여와 마침내 정면대결을 하게 된 것이다. 잔인하기는 하지만, 이는 과연 시청자들이 여성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포맷을 싫어하는지 아니면 커릭을 싫어한 것인지에 대해 자명한 판결이 내려진다는 이야기다. 사실 커릭과 소여의 대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커릭은 CBS로 적을 옮기기 전 NBC의 아침 뉴스쇼 <투데이쇼>의 오랜 진행자였고, 여기에 소여가 99년부터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를 맡으며 동 시간대에 시청률 경쟁을 벌였다. 물론 지금까지도 1위를 지키는 <투데이쇼>의 승리였지만, 이 경쟁은 커릭과 소여 1대 1이 아닌 아침 뉴스쇼 팀 전체를 뜻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누가 뉴스의 왕좌를 차지할 것인가

< ABC 월드 뉴스 >의 깁슨은 간판 앵커 피터 제닝스의 사망과 이후 공동 앵커를 맡았던 봅 우드러프가 이라크 취재 중 심각한 부상을 입는 등 잇따른 악재 때문에 엉겁결에 진행을 맡게 된 경우다. 하지만 현재 66세인 깁슨은 연륜이 느껴지는 차분하고 안정된 진행으로 10년간 줄곧 정상을 지켜왔던 NBC를 누르고 한때 시청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메이저 3사의 저녁 전국뉴스 시청률은 24시간 뉴스 채널이 등장한 80년대부터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늘어나는 케이블 뉴스 채널과 인터넷까지 더해져 고전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3사 모두 100만 명에서 크게는 180만 명가량 시청률이 하락했다. 현재 평균 시청률은 NBC가 860만 명, ABC가 780만 명, CBS가 610만 명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3사의 시청률을 따라올 만한 케이블 뉴스 프로그램이 없는데다가 여전히 이들 메이저 3사의 저녁 전국 뉴스의 앵커는 미국 저널리즘에서 가장 명성 있는 위치이기에 소여와 커릭의 맞대결이 기대된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