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8년을 기다린 조각난 샹들리에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를 비교하라는 얘기와도 같다.” 연출을 맡은 아서 마셀라는 8년 만에 재공연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비교하기보다는 “그들만의 독특한 성향”으로 평가하길 원했다. 9월 23일 본 공연을 5일 앞둔 지난 18일 샤롯데 씨어터에서는 이 작품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1년여 동안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될 샤롯데 씨어터는 해외 크리에이티브팀으로부터 “전 세계적으로 팬텀을 이렇게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30여 분간 진행된 시연무대에서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의 대표적인 뮤지컬 넘버와 함께 무대 미술의 끝을 보여주는 장면을 선보였다. 1막의 극 중 오페라 <한니발> 리허설 장면과 2막의 가면무도회 장면은 웅장한 세트와 번쩍이는 의상으로 이 작품의 화려함을 알렸다. 그리고 팬텀과 크리스틴의 ‘The Phantom of the Opera’, 라울과 크리스틴의 ‘All I ask of you’를 통해서는 “누군가가 죽는 장면마저도 아름다운” 음악을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 하이라이트 시연은 주요 인물에 더블캐스팅 된 여섯 명의 배우들이 모두 출연해 서로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며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배우들의 노래가 중간지점부터 시작되는 등 장면의 전체가 아닌 약 2~3분에 걸친 짧은 시연은 아쉬움을 남겼다. 아래는 시연무대 이후 긴 호흡의 작품을 함께하는 여섯 배우와의 공동인터뷰 내용이다.

“하나의 창작뮤지컬이라고 생각하고 관람하면 좋겠다”
팬텀-크리스틴-라울 배우 6인 인터뷰

Q <오페라의 유령>이 8년 만에 한국에서 공연된다. 각자 이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들려 달라.
윤영석
: 그동안 내가 기다린 만큼 관객들도 기다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 사람도 이 작품은 모두 다 들어봤을 정도로 큰 이슈를 낳은 작품이다.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고, 자신도 있다.
김소현 : 8년 전 뜨거운 관객들의 박수소리에 뮤지컬을 계속하고 있다. 다시 크리스틴으로 만나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
양준모 : 1년간 무사히 잘 공연할 수 있도록 지켜봐달라.
홍광호 : 2002년 런던에서 이 작품을 처음 접했고, 얼마 전 뉴욕에 가서 또 보고 왔다. 해외에서 봤을 때에 비해 우리말로 공연이 진행돼서 그런지 몇 백배로 가슴에 다가왔다.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는 걸 깨닫고, 함께 해서 영광이라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다.
최현주 :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좋은 작품과 캐릭터로 인사드릴 수 있어 너무 기쁘다. 한국관객들과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영광이다.
정상윤 : 사실 <오페라의 유령>을 이번에 리허설을 하면서 처음 봤다.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놓칠 장면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처절하게 싸우고 사람이 죽어가는 장면마저도 너무 아름다운 것 같다.

“팬텀은 사랑받고 싶어하는 연약한 존재”

Q 팬텀 캐릭터는 많은 배우들이 꿈꾸는 매력적인 배역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인물이다. 공연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했나.
윤영석
: 8년 전에 비해 외적으로 무언가를 더 하려기보다는 내적으로 더 많이 쌓으려고 노력했다. 초연과 지금의 연습기간이 비슷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때는 참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그때를 겪고 시간이 흐르며 곱씹어본 생각을 확인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여유가 생기며 좀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덤비던 시절에 비해 이제는 뭔가 알고 접하는 무대가 되어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
양준모 : 우선 정신과에 찾아가 선생님과 팬텀을 두고 정신학적인 분석을 많이 했다. 팬텀의 일그러진 성향들에 대한 원인 분석을 주로 했는데, 그 부분들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

Q 그렇다면 윤영석과 양준모, 두 사람은 어떠한 인물로 팬텀을 그릴 예정인가.
윤영석
: 팬텀이 비상식적이고 몰인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 안에는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가장 인간적인 본성을 지닌 인물이다. 그래서 철갑처럼 쌓아올린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며 작아지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다.
양준모 : 개인적으로는 인간적인 팬텀을 보여 드리고 싶다. 그가 하는 모든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공연 전, 공연 중,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의 느낌이 많이 다르겠지만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팬텀을 관객들이 잘 봐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크리스틴은 연약해 보이지만, 내면으로는 강인한 여자”

Q 8년 전, 성악을 전공하다가 <오페라의 유령>으로 뮤지컬계에 등장한 김소현은 발레리나였던 크리스틴이 프리마돈나가 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다시 참여하게 된 소감을 말해 달라.
김소현
: 올해 오디션 때부터 상당히 많이 망설였다. 8년 전엔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만 했다면 올해는 좀 더 책임감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많이 부담스러웠다. 8년 전에는 왜 움직이는지, 손을 올리는지 잘 몰랐다면 이제는 크리스틴의 심리상태에 더욱 가까워져 많은 부분이 디테일 해졌다. 지난 공연에서 풋풋함이 보였다면 이번에는 좀 더 여성스럽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며 크리스틴이 팬텀과 당당히 맞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인물로 그리고 싶다.

Q 새롭게 크리스틴으로 뽑힌 최현주는 일본의 극단 사계에서 이미 크리스틴을 맡았다. 물론 언어적인 부분이 크겠지만 그 외에도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있다면.
최현주
: 말이 100% 다르다. (웃음) 같은 의미의 단어도 언어가 다르다 보니 배우 입장에서는 많은 차이를 느낀다. 아무래도 모국어인 만큼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가슴에 와 닿고, 그래서 더 솔직하게 표현되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의 연출은 크리스틴이 내면적으로 좀 더 강인한 모습을 보이길 원하는 것 같다. 외유내강한 모습과 극이 진행되면서 점점 성숙해지는 여인으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

“라울이 멋질수록 팬텀이 더욱 부각된다”

Q 홍광호, 정상윤 두 배우는 요즘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내고 그만큼 팬들도 많다. 각자가 느끼는 서로의 매력을 소개해 달라.
정상윤
: 홍광호와는 2007년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에서도 같은 역에 더블캐스팅 되었었고, 나이도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굉장히 친하다. 우선 광호의 매력은 역시 노래다. 고음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남자가 들어도 너무 좋다. (웃음) 그리고 캐릭터에 대해 대사와 서브텍스트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성향이 있어서, 내가 몰랐던 부분을 얘기해줄 때도 있다. 정말 좋은 동생이자 동반자인 것 같다. 사랑한다. (웃음)
홍광호 : 상윤이 형은 우선 나에게 없는 외향적이고 유머러스한 부분이 많다. 그리고 실제로도 라울과 굉장히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 조연이지만 라울이 존재하는 이유는 팬텀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서인데, 라울이 잘나면 잘날수록 팬텀이 더 빛이 날 것 같다. 현재 서로 닮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여섯 배우 모두 각자 <오페라의 유령>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얘기해 달라.
정상윤
: 사실은 팬텀의 지하 은신처에서 팬텀, 크리스틴, 라울이 함께 있는 마지막 장면을 가장 좋아했었다. 그런데 요즘 가을이 돼서 그런지 크리스틴과 지붕에서 ‘All I ask of you’를 부를 때 굉장히 책임감을 느낀다. (웃음) 이 여자를 진짜 지켜줘야 될 것 같고, 남자로서 그런 게 느껴져서 요즘은 그 장면이 가장 좋다. (웃음)
최현주 : 크리스틴이 힘들 때 찾아가는 곳은 아빠의 무덤이다. 좋은 솔로곡도 있고 (웃음) 내면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가장 좋아한다.
홍광호 : 팬텀은 원래 주인공인 피앙지를 죽이고 본인이 만든 오페라 <돈 주앙의 승리>에 등장한다. 무대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크리스틴과 함께 공연을 하는데, 그때 팬텀의 마음이 많이 다가온다.
양준모 : 한 장면만 꼽기가 너무 힘들다. 그동안 크리스틴에게 요구만 하던 팬텀이 단 한 번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김소현 : 크리스틴이 코러스걸에서 프리마돈나로 데뷔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나 자신과 크리스틴이 만나는 지점이라서 설레기도 하고 떨리는 장면이다.
윤영석 : 팬텀이 <돈 주앙의 승리>에서 한없이 작아지며 크리스틴과 라울의 듀엣곡인 ‘All I ask of you’ 멜로디에 맞춰 사랑 고백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Q 앞으로 1년간 관객들을 만날 텐데,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양준모
: 정말 몸소 느낄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워낙 유명하고 누구나 다 아는 작품이기 때문에 기대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의 창작뮤지컬을 본다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이 작품을 접한다면 훨씬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