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임>│예술하고 싶은 아이들의 좌충우돌 성장기

영화 <페임>에는 천부적 재능을 지닌 사람, 또 다른 재능을 찾는 사람, 재능을 가졌지만 스스로 가둔 사람, 조기교육으로 재능을 만들어 낸 사람, 재능 대신 성실함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상위 1%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뉴욕의 한 예술 고등학교에서 4년의 세월을 보낸다. 1980년에 제작되어 이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까지 진출한 영화 <페임>의 새로운 버전이 9월 16일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공개되었다.

클래식에서부터 록과 힙합까지, 발레에서부터 관능미 넘치는 모던댄스까지 예술가를 꿈꾸는 아이들이 한 예술 학교의 오디션을 치른다. 누군가는 빛나는 재능에 바로 교수의 악수를 받아내고, 다른 누군가는 가능성을 인정받지만 “성난 캐릭터는 있어도 성난 배우는 없다”는 따끔한 지적을 받는다. 성공을 보장받았다는 생각은 “지름길을 찾지 마라”는 묵직한 선생님의 발언에서부터 산산이 깨지기 시작한다. 이들은 꿈꾸는 청춘을 등쳐먹는 제작자를 만나며 현실을 맛보고, 사라져버린 재능 앞에 자살을 꿈꾸기도 한다. 4년간의 학창시절을 마친 이들에게 준비되어 있는 미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페임>은 9월 24일 개봉된다.

재능 없는 사람 울리는 ‘열폭’ 시리즈

<페임>은 사실 예술적 재능이 단 1g도 없는 사람이 보기엔 100분짜리 ‘열폭’ 시리즈와도 같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가 지닌 재능으로 점심시간을 한편의 훌륭한 즉흥쇼로 만들어낸다. 공들여 찍은 화면 위로 신나는 비트가 흐르고, 현란한 탭댄스와 함께 바이올린 코러스가 등장한다. 카페테리아 잼 장면은 보는 이의 눈과 귀를 만족시키지만, ‘열폭’의 강도는 점점 높아진다. 위험수위에 도달할 즈음,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던 이들도 결국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을 슬며시 꺼내놓고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로 변하게 만들어낸다. 하지만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아이들이 반짝거리며 눈을 빛낼 때, ‘사기-친구의 배신-훨씬 월등한 여자친구의 재능’ 삼단 클리셰 콤보가 그들을 다시 막아선다. 활활 타오르던 열기는 미적지근한 온도로 변하고, 그래서 그들의 마지막 졸업 공연은 소주에 맹물을 탄 듯 텁텁하기만 하다.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