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따뜻한 시선으로 품은 아픔들 (리뷰)

우아한 거짓말
마트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엄마 현숙(김희애). 남의 일엔 관심 없고, 가족 일에도 무덤덤한 언니 만지(고아성). 그런 엄마와 언니에게 언제나 착하고 살갑던 막내 천지(김향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현숙과 만지는 천지의 죽음에 당황하지만, 살아가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천지의 친구들을 만난 만지는 가족들이 몰랐던, 천지의 죽음에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엔 화연(김유정)이 있다. 만지는 말없이 떠난 천지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12세 이상 관람가, 13일 개봉.

10.  따뜻한 시선이 만들어낸 울림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완득이’ 효과 ∥ 관람지수 8

우아한 거짓말

영화 ‘우아한 거짓말’ 스틸 이미지.

‘우아한 거짓말’은 집단 따돌림을 다룬다. 소재만 놓고 보면 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아한 거짓말’이 매력적인 건 집단 따돌림을 그린 기존 영화와는 다른 시선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세상을 떠난, 집단 따돌림을 당한 천지의 시선이 가장 따뜻하다. 세상을 떠나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이 따뜻한 메시지를 남길 정도다. 집단 따돌림을 당한 천지의 죽음이 만들어내는 파장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무거운 소재를 너무 따뜻하게만 그린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을 법도 하다.

또 천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도 꼼꼼히 살폈다. 이들이 느끼는 감정이 진솔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화연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천지를 죽음으로 내 몬 가해자이면서도 사회가 만든 또 다른 피해자이기도 하다. ‘우아한 거짓말’은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는다. 집단 따돌림이나 왕따를 직접 들이대지 않고도 아픔과 슬픔이 충분히 전해진다. 또 가해자와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통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한 감독, 김려령 원작이란 점에서 ‘완득이’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난다.

누구나 한 번쯤은 거짓말을 하고, 뒷말을 나눈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했던 뒷말이 때론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우아한 거짓말’이 다루고 있는 것들은 비단 학교와 학생에게 국한된 사항은 아니다.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맘 현숙도, 독특한 외모의 고시생 추상박도 생각해 보면 오해와 선입견이 만든 또 다른 집단 따돌림을 받는 사람들의 군상이다. ‘칭찬은 베이스고, 욕하는 걸 포인트로 한다’는 극 중 천지의 대사, 곰곰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배우들의 앙상블도 잘 어울린다. 21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김희애는 성공적이다. 두 아이를 억척스럽게 키우는 엄마의 모습 그대로다. 딸을 먼저 보내고도, 살아야만 하는 진짜 심정이 느껴진다. 김유정과 김향기는 자신의 나잇대에 맞는 옷을 입었다. 또 교복을 입은 고아성을 비롯해 미란, 미라 자매 역을 맡은 천우희와 유연미까지 꽉 들어찬 배우들의 조화가 영화를 돋보이게 했다.

‘우아한 거짓말’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완득이’다. ‘완득이’의 유아인이 ‘코믹’을 담당했다면 믿겠는가. 치렁치렁한 머리를 한 고시생 추상박 역의 유아인은 등장할 때마다 웃음이다. 또 고등학교 때 잠깐 복싱을 배웠다는 대사 등은 ‘완득이’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다. ‘완득이’에서 부자 사이를 연기했던 유아인과 박수영이 함께 있는 장면은 반가울 정도다. ‘완득이’의 인연이 만들어낸 뛰어난 결과물이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