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원의 씨네컬 문화 읽기 ‘셜록 홈즈 2’, 창작 뮤지컬의 진수

뮤지컬 '셜록홈즈2' 김도현 윤형렬

뮤지컬 ‘셜록홈즈2’ 김도현 윤형렬.

타이틀만 보면 얼핏 외국 뮤지컬 라이선스 같지만, 이 공연은 주인공의 이름과 직업 정도만 코난 도일의 원작을 따왔을 뿐 순수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원작에는 차분히 문제를 풀어가는 셜록이 뮤지컬에선 수다쟁이에다가 방정을 떠는 괴짜탐정으로 변신했는데, 영화 ‘셜록 홈즈’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도 차별화된 독특한 캐릭터다. 게다가 왓슨을 남성이 아닌 셜록의 여성 비서(제인 왓슨)로 설정한 점도 이 뮤지컬을 맛깔나게 한다.

총 3부작 시리즈물로서 이번 공연의 부제 ‘블러디 게임’은 2부에 해당된다. 전작 ‘앤더슨가의 비밀’이 추리극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 공연은 추리극의 요소에 스릴러를 더했다는 것. 게다가 대형 뮤지컬로 변신한 만큼, 볼거리가 한층 많아진 것도 이 공연의 특색이자 장점이다.

이번 공연에서 셜록 홈즈가 추적하는 범인은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 런던의 화이트채플에서 실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의 살인마와 명탐정의 대결이다. 그래서일까. ‘블러디 게임’, 즉 ‘유혈이 낭자한 게임’이라는 부제처럼 무대 조명에 붉은 색채가 많이 등장하고 전율이 느껴지는 섬뜩한 대사도 있다. 주목할 점은 실제 ‘잭 더 리퍼’가 최소 다섯 명 이상의 매춘부를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해하던 무렵,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추리소설이 연재되었다는 것. 더욱이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당시 런던 시민들은 가공인물인 탐정과 실제 연쇄살인범이 대결을 벌이면 누가 이길까라는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궁금증이 이제야 해소된 것 같다. 뮤지컬 ‘셜록 홈즈 2’를 통해서 살인마 잭과 명탐정 홈즈가 짜릿한 한 판 대결을 벌이니 말이다.

영화 그 이상의 매력

프롬 헬

영화 ‘프롬 헬’ 포스터.


뮤지컬 ‘셜록 홈즈 2’에 등장하는 살인마 잭은 영화에도 나왔다. 바로 조니 뎁 주연의 ‘프롬 헬’(From Hell, 2001)로서, 영화에는 이 연쇄살인을 당시의 시대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건으로 극을 전개시키고 있다. 영화에는 범인의 배후에 빅토리아 여왕과 매독에 걸린 왕세자를 개입시켰는데, 이는 실제 런던의 심각한 사회문제와 연결된다. 당시 런던에는 매독이 만연했으며, 이는 살인마 잭이 매춘부들을 살해한 동기다. 그 자신 매춘부로 인해 성병에 걸렸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바꿔 말해서, 영화 ‘프롬 헬’은 실제 사실과 당시 세간에 퍼진 소문을 극의 내용에 삽입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연쇄살인을 당시의 시대상황과 연결시킨 방식은 뮤지컬 ‘셜록 홈즈 2’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잭의 살해 동기에 10대 소녀 매춘이 나오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매독의 만연과도 연결된다. 당시 매독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가장 무서운 성병이었으며, 그로 인해 많은 남성들이 직업적인 매춘부보다는 상대적으로 성병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어린 10대 소녀를 성매수 했던 것이다. 부연하여 이 뮤지컬에 나오는 잭과 관련된 영국 상류층의 퇴폐적인 행태나 사회적 치부 장면이 재미를 위한 과장이나 허구가 아닌 실제 사실로서, 그만큼 극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다.

‘셜록 홈즈2’는 이번에도 예외없이 여타 뮤지컬에는 없는 독특한 무대 효과를 연출했다. 바로 탐정의 추리기법을 갖가지 기호와 숫자 형태로 스크린에 수놓아서 해결하는 장면이다.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는 이 장면은 스크린 역할이 여느 뮤지컬에 나오는 시대나 장소의 배경 무대에 머무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엉뚱하면서도 천재적인 탐정의 복잡한 머리속을 다양한 문양과 숫자로 해결한다는 걸 상상해보라. 소설과 영화와는 전혀 색다른 추리극 뮤지컬의 진수를 맛보기에 충분하다.

뮤지컬 '셜록홈즈2' 군무 장면.

뮤지컬 ‘셜록홈즈2’ 군무 장면.

다음으로 주인공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아주 좋았다. 특히 셜록 역의 김도현은 주인공인 동시에 능청스러운 연기로 감초 역할까지 맡아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셜록과 함께 범인을 쫓는 클라이브 형사 역의 윤형렬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발군의 가창력을 보여주었다. 제인 왓슨 역의 이영미도 셜록과 클라이브를 오가면서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끝으로 이번 공연을 통해서 이 정도 수준의 창작 뮤지컬이라면, 외국에서도 충분히 흥행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지킬 앤 하이드’와 ‘잭 더 리퍼’처럼 한국 배우들과 연출로 외국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경우도 있지만, 이들 공연은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장치라는 대형 뮤지컬로 변신한 ‘셜록 홈즈 2’의 흥행돌풍을 기대해 본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