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vs <다함께 차차차>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MBC 수 밤 11시 5분
말미에 터진 MC몽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10년 후, 잘 나가는 동생들이 가운데 앉고 양 옆으로 자기와 은지원이 나올 때를 대비해서 개인기를 준비해야겠다는. 세월과 인기의 무상함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두 명의 스타 게스트 옆에 두 명의 나이 많은 형님들이 자리했다. 한상일, MC몽, 은지원, 임형준은 터질듯 말듯 그렇게 3주째 전파를 탔다. 3주 편성이면 대단한 것인데 <라디오스타> 특유의 독한 질문은 여전했지만 MC들 간의 하모니는 그리 유려하지 못하고, 게스트의 비중도 너무 차이가 나서 폭발적인 웃음 없이 잔잔했다. 한상일이 12년 동안 준비한 개인기를 하기 전까지는 (이것도 시원찮았지만) 바로 옆에 앉은 김국진과 함께 목소리조차 거의 잡히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이 토크쇼는 게스트와 MC들 간에 친분이 있거나 먹이사슬 관계가 형성이 되고 또 게스트끼리도 한 패가 되거나 이전투구를 벌일 수 있는 구성일 때야만 최상의 하모니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3주간 방송된 내용을 복기해보면 은지원에게는 집안과 젝키의 비하인드 스토리, MC몽에게는 여자 친구 이야기와 자수성가 스토리, 한상일은 노이즈 이야기, 임형준은 씁쓸하거나 불쌍한 이야기로 각기 자기 색을 뚜렷이 해버렸다.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낄 틈도 없었다. 지난주 MC몽이 은지원에게 무리수를 던진 후 ‘예능인데 그럼 노냐?’라고 말한 것도 그만큼 뻑뻑했다는 증거다. 임형준만이 공개 코미디프로그램의 캐릭터처럼 틈만 나면 “와주십시오”를 연발하며 끼어든 정도다. 모두 따로 놀다보니 카메라는 아무래도 MC몽과 은지원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3주 동안 세월과 인기라는 진리를 실감케 하며 조금은 밋밋하게 끝나고 말았다.
글 김교석

58회 KBS1 월-금 저녁 8시 25분
극전개가 늘어지면서 초반과 전혀 다른 드라마가 되는 경우는 많다. 특히 호흡이 긴 연속극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능성과 장점을 많이 지니고 출발한 드라마일수록 변질될 확률도 높다. 초반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는 혈연지간도 아닌 두 동서가 동시에 남편을 잃고 역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여성 중심 가정을 꾸려간다는 설정부터 신선하게 출발한 드라마였다. 가족에게 헌신하는 여성 가장 윤정(심혜진)과 그런 동서를 남편처럼 의지하는 큰 동서 동자(박해미)가 기존의 전통적 부부간 성역할을 나눠 맡으면서 가족극의 클리셰를 살짝 비트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신선함도 잠시, 모든 인물들이 복잡한 관계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드라마는 초반과 사뭇 다른 작품이 되어갔다. 다른 사람도 아닌 동자의 딸 진경(박한별)에게 애인을 뺏긴 윤정의 딸 수현(이청아)은 진경의 오빠인 진우(오만석)의 연인 나윤(조안)을 응원하는데 사실 그녀는 자신의 이복자매다. 주요 인물들이 이런 식으로 다중적 관계로 얽혀있다. 인물관계도를 그려보면 더할 나위 없이 촘촘한 그물 하나가 완성될 지경이다. 드라마가 이렇게 복잡해진 것은 기억상실이라는 미스터리 서브 플롯 탓이다. 나윤의 법적아버지인 신욱(홍요섭)이 15년 전 실종된 윤정의 남편 태수라는 설정이 그것이다. 어제는 좀처럼 자신의 과거에 대해 언급이 없던 신욱이 이철(이종수)에게 입을 열고 이철이 그가 태수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며 그동안 가라앉아있던 기억상실 플롯이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원래 설정대로라면 인물의 모든 관계를 뒤흔드는 핵폭탄급 반전이 되어야했지만 치밀하지 못한 전개로 생각만큼 긴장감은 축적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점차 상승하는 것을 보면 내일의 전개를 궁금하게 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이왕 ‘다함께 차차차’하는 훈훈한 분위기는 물 건너 간 바에야 더 신속한 전개로 재미라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글 김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