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얼굴에 ‘배우’라고 쓰여있으면 좋겠다.” (인터뷰)

김윶ㅇ
김유정.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메이퀸’, ‘동이’, ‘황금무지개’, ‘욕망의 불꽃’ 등 인기 드라마의 여주인공 아역을 죄다 꿰찬 스타다. 어지간한 배우 이상으로 화려한 필모그래프를 자랑한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드라마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거기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자연스레 ‘아빠 미소’를 짓게 만든다. ‘우아한 거짓말’은 김유정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화연 역을 맡아 극 전체를 이끈다. 누구누구의 어린 시절로, 극 초반만을 책임지는 아역 김유정이 아닌 배우 김유정이다. 더욱이 그간 해오던 착한 이미지를 벗어 던졌다. 잘 알려진 아역 스타가 악역을 한다는 자체가 흥미롭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악역과는 다르다. 김유정이 만들어낸 화연의 모습에 궁금증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Q. 아역과 배우 사이. 아역으로 한 작품에 임할 때와 하나의 역할로 작품에 임할 때 그 자세에 대해서 말해 달라.
김유정 : 아역 할 때는 성인 연기자가 있기 때문에 그걸 고려해야 한다. 반면 ‘우아한 거짓말’ 같은 경우에는 ‘화연’이란 캐릭터를 스스로 끌고 가는 거다. 그래서 화연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다.

Q. 각각 느끼는 부담도 다를 것 같다.
김유정 : 아역은 짧게 촬영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진 않다. 성인분들이 대부분 이끌고, 어린 시절만 잠깐 보여주는 거니까. 다만 더는 같이 못 하다 보니 끝날 때가 아쉽다. 계속 끌고 가는 건 부담감도 있지만, 나만의 표현으로 행동이나 습관을 만들 수 있다. 그 점에서 편한 건 있다. 한 캐릭터를 온전히 (연기) 한다는 게 좋다.

Q. 그런 관점에서 이번 작품은 차지하는 비중과 위치가 매우 크다. 중심인물이고, 누구의 딸도 아니다. 작품에 임하는 자세부터 달랐을 것 같다.
김유정 : 맞다. 캐릭터 자체가 기존에 해왔던 것과 다르고, 또 이런 캐릭터를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촬영하면서 걱정됐던 게 우리 영화가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인데 화연을 잘못 표현하면 오해를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가해자가 아닌 화연도 슬프고, 힘들고, 외롭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걸 많이 고민했다.

Q. 방금 말했던 게 ‘우아한 거짓말’을 하고 싶었던 큰 이유겠다.
김유정 : 맞다. 또 의미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봤을 때 새로운 감정을 느끼거나 다시 회자 될 수 있는 작품이 좋다. ‘우아한 거짓말’은 기존에 집단 따돌림을 다뤘던 작품과는 조금 다르다. 집단 따돌림을 당한 아이들이 아닌 주위 사람들의 감정이 많이 나온다. 그게 좋았던 것 같다.

김유정
Q. 원작을 읽어 봤나.

김유정 : 사실은 몰랐는데 캐스팅 이후 읽어봤다. 단순하고, 쉬우면서도 어려운 책이라고 느꼈다. 이해는 되는데 뭔가 묘하게 복잡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로 했을 때 잘 나올까 싶기도 했다.

Q. 악역 캐릭터란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전형적인 악역은 아니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로 보이는 건 악역이다. 그런 점에서 아역 스타고, 기존에 해 왔던 이미지가 강하게 있는 김유정이 악역을 한다는 게 이색적이다. 걱정은 없었나.
김유정 : 그렇게 걱정은 안 했다. 나쁜 역할 맡았다고 해서 악역만 들어오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그 전에 착한 역할 많이 했으니까. (웃음). 그리고 화연은 표면적으로 악역인 거지, 영화를 보면 다르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그래서 쉽게 결정했다.

Q. 어떻게 보면, 본인보다는 주변에서 걱정을 더 했을지도 모르겠다.
김유정 : 아마 생각조차 못 했던 것 같다. ‘우아한 거짓말’을 한다는 건 알았는데 악역인지는 몰랐었나 보다. 나중에 시사회 할 때 ‘악역이었어’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다. (웃음).

Q. 화연은 어떤 인물인가.
김유정 : 처음에는 마냥 나쁜 아이인 줄 알았다. 시나리오를 계속 읽어보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해보니까 화연은 자기도 모르게 나쁜 아이가 되어가고 있는 거였다. 화연은 아프고, 외로운데 그걸 밖으로 내비치지 못하는 아이다. 또 부모님께 사랑을 많이 못 받고 자랐다고 생각했다. 중국집을 운영하시고, 외동이다 보니 왠지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외로운 감정을 숨기고, 더 밝은 척하고, 친구들한테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하는 그런 아이다. 천지가 공부도 잘하고 해서 가깝게 갔다가 아무도 모르게 천지와 친구들 사이에 벽을 쌓은 것 같다. 그렇게 보면 화연도 불쌍하고, 천지도 불쌍하고.

Q. 생각해 보면 화연이란 인물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게 비단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 세계에서도 말이다. 다들 쉽게 뒷말하지 않나. 그래서 전형적인 악역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 악역의 포지션을 지켜줘야 할 필요성도 있다. 그걸 유지하고, 지키는 게 굉장히 중요했을 것 같다.
김유정 : 정말 어려웠다. 이도 저도 아닌, 정말 애매하다. 진심으로 하는데 남들한테는 안 좋게 비친다는 게 너무 어려운 거다. 어찌 됐던 진심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도 진심으로 억울하고, 미안하고, 걱정하는 거라고. 촬영하면서 많이 헷갈렸던 것 같다. 근데 어떤 분이 영화 보고 나서 ‘화연이를 오해해서 미안했다’는 말을 해줬다. 그거 듣고 ‘성공했구나’ 싶었다. 또 많은 분이 ‘화연이가 나쁜 애인지 착한 애인지 애매하다’고 하더라. 이러면 성공한 거다.

Q. 보통 ‘애매하다’라고 하면 좋은 평가가 아닌데 이번 경우엔 그게 좋은 평가겠다.
김유정 : 맞다. 그거다. (웃음).

김유정
Q. 화연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면을 찾은 게 있나.

김유정 : 글쎄. 모르겠다. 화연은 일부러 밝은 척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털털하고, 친구들 대할 때도 투박하다. 화연은 예쁘게 말하려고 하지 않나. 그리고 나는 삼 남매 중 막내다. 그래서 외동인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지켜보기도 했다. 외동의 입장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으니까 그 친구들의 일상을 보고 싶었다.

Q. 그럼 김유정은 어떤 스타일인가.
김유정 : 솔직한 면이 있어서 말을 좀 막 한다. (웃음). 감정 표현을 확실하게 하는 편이다. 말할 때 한 번 더 생각해야지 하면서도 실수한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도 한다. 영화를 보면 만지가 약간 툭툭 내뱉는데 그와 비슷하다.

Q. 그럼 친구는 많은 편인가. 영화 속 만지(고아성)는 무덤덤하고, 시크한데도 친구가 많은 걸로 나오지 않나.
김유정 : 잘 지내는 편이다. 친구들이 싫어하진 않는 것 같다. (웃음). 다 고루고루 친한 편이다. 물론 고민을 털어놓고, 엄마한테 얘기 안 하는 비밀까지 터놓는 친구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건 누구나 그럴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있는 친구한테 잘해야겠구나 싶다.

Q. 실제 나이와 극 중 나이, 비슷한 연령대다. 그 점이 어떤 면에선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또 어떤 면에서 부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유정 : 편했다. 아역 배우들은 다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 공감되는 것도 많고. 촬영하면서 재밌었고, 지금까지도 연락한다. 딱히 불편했던 점은 없었던 것 같다. 촬영장에 가면 마치 학교에 놀러 간 기분이었다. 특히 학교 신이 많았고, 매일 입던 교복이니까 편하기도 했다.

김유정
Q. ‘우아한 거짓말’은 상처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각자 자신만의 상처를 가지고 있고, 또 그 상처를 극복해 간다. 김유정은 어떤 상처를 안고 있나.

김유정 : 아무 일 없었듯이 넘어가는 것 같다. 화를 내고 그럴 때도 있지만, 지나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닌데 ‘그때 왜 화냈지’ 후회하는 일이 많더라.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친구들한테 속마음이나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털어놓는다. 누군가한테 말한다는 게 좋은 것 같다. 짐을 던 것 같고, 가벼운 마음이 생긴다.

Q. 김유정의 학창 생활은 어떤가. 아역 활동하느라 학교생활도 제대로 못 할 것 같은데.
김유정 : 작품 없을 때는 학교만 다닌다. 그리고 일정 있을 때도 학교에 가려고 노력한다. 오전에 갔다가 조퇴를 한다거나. 내 나잇대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있으니까 최대한 하려고 노력한다. (근데 계속 작품에 출연하는 거 같은데) 그렇진 않다. 작년에 드라마를 해서 그렇게 느끼는 거다. 쉴 땐 촬영하고 싶다. 배우도 마찬가지인 게 내 나잇대에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 또 한 번 안 하면 감을 잊어버릴 것 같은 불안함도 있고. 그래서 작품을 자주자주 하고 싶다. 그리고 학교 가는 게 쉬는 거니까. 수업 듣는 게 재밌다. 오후 시간에 졸릴 때만 빼고. (웃음).

Q. 정말 엉뚱한 질문일 수 있는데 공부와 연기, 어떤 게 더 어렵나.
김유정 : 연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게 공부라는 말도 있지 않나. (웃음). 근데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마음먹고 공부하면 잘 되는 것 같다. 물론 중학교 올라와서 수업을 많이 듣지 못하니까 어렵긴 하지만. 그래서 촬영하는 게 더 힘들고 어려운 것 같다. 연기하기도 어렵고, 새로운 면을 알아가야 하는 것도,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것도 그렇다. 어려워도 재밌다.

김유정
Q. 아역으로 산다는 건 어떤 건가.

김유정 : 내가 커서 어떻게 될지 상상해볼 수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의 아역을 하면서 ‘이분하고 닮은 면이 있나’ 또는 ‘이분을 닮을까’란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또 주위에서 많은 분이 ‘크면 이렇게 크겠다’ 등의 말을 해주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미래에 대해 꿈을 꾸는 편이고, 커서는 어떤 배우가 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한다. 또 아역으로 많은 귀염을 받는 것도 좋다.

Q. 연기를 계속 한다면, 성인 배우로 잘 넘어가는 것도 중요한 단계다.
김유정 : 딱히 생각해 본 건 아직 없다. 일부러 성인 배우가 되려고 역할이나 작품을 찾고 싶진 않다. 아역 이미지를 일부러 탈피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싶다. 잘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갑자기 성인 연기를 한다면 대중도 분명 그렇게 느낄 테니까.

Q. 그렇다면 배우 김유정, 학생 김유정의 미래를 각각 그려본다면.
김유정 : 기본적으로 나 자신을 잘 컨트롤 할 수 있게 노력 중이다. 지금은 엄마와 같이 다니지만, 나중엔 혼자 다녀야 한다. 크면 돈 관리도 해야 하고, 사람들하고 연락도, 작품 선택도 혼자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 그래서 어른 되기가 조금 무섭다. 그랬을 때 당황하지 않게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 배우로서는 ‘정말 배우다’란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얼굴에 ‘배우’라고 딱 쓰여있으면 좋겠다. (웃음).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인정받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리고 거만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학생 김유정으로는 지금부터 20살 때까지 나를 준비할 수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가꾸고, 준비하는 시기다. 좋은 습관도 기르고,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