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박영규 차진 대사의 비밀, 현실 정치와 접점에 있다

KBS1 '정도전' 방송 화면 캡처

KBS1 ‘정도전’ 방송 화면 캡처

“내가 하루를 먼저 죽는 것보다 권력 없이 하루를 더 사는 게 두렵다.”

KBS1 ‘정도전’에 권문세족의 수장 수시중 대감 이인임(박영규)의 대사는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다. ‘이인임’이라는 배역을 단순히 악역으로 치부되지 않는 까닭은 나직하게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당대 사회를 넘어 2014년에도 통용될 법한 메시지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된 ‘정도전’ 20회가 전국시청률 16.5%(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소리 없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드라마가 ‘역사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치부를 찌르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은 ‘정도전’의 인기 요인 중 하나이다.

KBS1 '정도전' 기자간담회 현장의 조재현

KBS1 ‘정도전’ 기자간담회 현장의 조재현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KBS 수원센터에서 열린 ‘정도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도전 역의 조재현은 “600년 전 과거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로 작품의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 행복과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는 점에서 600년 전 과거와 현실에 유사성이 있다”며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작품에 투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많은 화제를 낳고 있는 부분은 이인임 역을 맡은 ‘배우 박영규’의 재발견. ‘정도전’에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는 그의 모습에는 지난 1998년 방송돼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속 사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리고 이러한 연기 변신의 중심에는 ‘이인임’이라는 인물을 매력적으로 되살려낸 ‘차진 대사’가 있다.

그렇다면 ‘정도전’ 속 대사들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정답은 작가에 있다. ‘정도전’의 극본 집필을 맡은 정현민 작가는 KBS 방송작가로 데뷔하기 전 국회 보좌관으로 10여 년간 경력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KBS1 '정도전'을 집필한 정현민 작가

KBS1 ‘정도전’을 집필한 정현민 작가

이색적이다 싶을 국회 보좌관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 속에도 오롯이 담겨있다. 지난 2010년 KBS1 ‘자유인 이회영’으로 데뷔한 정 작가는 같은 해 KBS2 ‘프레지던트’로 대통령 당선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며 사실감 있는 묘사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2014년, ‘정도전’으로 다시 대중을 만난 정 작가의 극본 속에는 시대를 꿰뚫는 살아 있는 대사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에 이인임 역을 맡은 박영규는 “‘정도전’에 출연하며 정 작가에게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며 그의 능력을 극찬했다. 그는 “이인임의 대사는 모두 정 작가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국회 보좌관 시절) 정치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만이 쓸 수 있는 표현과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인임의 대사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도 모두 정 작가의 경험이 ‘정도전’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인임은 곧 ‘정도전’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매력적인 악역으로 ‘정도전’에 한 획을 그었던 그의 차진 대사들은 작품 이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될 전망이다. 또 ‘정도전’은 위화도회군을 기점으로 한 차례 판세가 전환될 시점을 앞뒀다. 그동안의 관계를 뒤집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따라 달려가게 될 최영(서인석)과 이성계(유동근), 정도전(조재현)-정몽주(임호)-이방언(안재모)의 대립 속에 또 얼마나 차진 대사들이 쏟아질지. 살아 있는 극본이 있는 ‘정도전’은 여전히 뜨겁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