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우아한 거짓말’, 부끄럽지 않은 작품” (인터뷰①)

김희애 무려 21년 만이다. 김희애를 스크린으로 다시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1993년 ‘101번째 프로포즈’ 이후 김희애가 선택한 영화는 바로 ‘우아한 거짓말’이다. 김희애가 맡은 역할은 마트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생활력 강한 엄마 현숙이다. 딸의 죽음 앞에서도 씩씩하게 삶을 지탱해 가는 인물이다. 꾸며진 모습보다는 일생적인 모습이 주로 비춰진다. 평소 우아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떠올렸을 땐 다소 낯설기도 하다. 물론 ‘꽃보다 누나’나 ‘힐링캠프’의 모습을 보면, 영화 속 현숙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특히 오랜만의 출연도 출연이지만, 사실 김희애의 영화 출연은 과거에도 드물었다. 그래서 그녀가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를 떠나 영화 출연 사실 하나만으로도 반갑다. (인터뷰 이후 영화 ‘쎄시봉’ 출연 소식을 알렸다.)

Q. 1993년 ‘101번째 프로포즈’ 이후 무려 21년 만이다.
김희애 : 그 전까지는 별로 실감을 못했다. 후반에 많은 분들을 뵙고 하다 보니 옛날에는 이런 게 있었나 싶다. 잊어버린 건가. (웃음). 뭔가 체계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한국 영화가 좋은 결과를 얻는 것 같다.

Q. 사실 21년 만에 영화 출연도 출연이지만, 예전 그 당시에도 사실 영화 출연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101번째 프로포즈’도 당시 큰 이슈였던 걸로 기억한다. 스크린에 대한 뭔가 두려움이 있었나 보다.
김희애 : 조심스러웠다. 드라마에서 좋은 선택을 받아서 하고 있는데 뭔가를 새롭게 하게 되면 신인처럼 새로운 시작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 좋은 작품이나 인연이 되는 게 있었다면 하지 않았겠나. 이게 인연이었던 것 같다. 이제부터 (영화 출연이) 스타트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Q. ‘우아한 거짓말’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적잖게 놀라게 했다. 당시상황을 다시 설명해 줄 수 있나.
김희애 : 모니터를 잘 못한다. 하더라도 혼자 몰래서 하는 편이다. 그런데 영화는 얼마나 걱정됐겠나. 주로 내 연기만 보게 되는데 그날 ‘왜 저렇게 했을까’부터 헤어스타일, 분장 등이 눈에 띄는 거다. 내 눈에만 보였겠지만. 그러다가 갑자지 어떤 분의 말에 나도 모르게…. 아이들 연기할 땐 내가 현장에 없었으니까 어떻게 할지 몰랐다. 근데 정말 잘한 거다. 그 연기는 세계적인 연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가 누굴 걱정한 건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 동시에 여러 감동이 밀려오면서 걷잡을 수 없었다. 또 유정과 향기가 내 아들 나이와 비슷하다. 내 아이들은 철딱서니 없는데 똑같은 아이가 나와서 의연하게 해내는 게 확 와 닿았다. 그런 모든 상황이 어우러져서 그랬던 것 같다. 나 역시 당황했다.

김희애
Q. 시나리오 읽어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희애 : 드라마든, 영화든 가장 중요한 게 대본이다. 일단 내가 감동을 받아야 시작할 수 있다. ‘우아한 거짓말’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아이들 키우고 있다 보니 소재와 줄거리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른들의 세계도 비슷한 일이 종종 있지 않나.

Q. 흔히 ‘착한’ 거짓말이란 말은 많이 쓴다. 근데 제목이기도 한 ‘우아한’ 거짓말은 어떤 걸 두고 하는 말일까.
김희애 : 극 중 (김)향기가 발표하는 게 있다. ‘왕따’에 대한 숙제를 발표하면서 ‘칭찬을 베이스로 깔고, 남 욕하는 걸 포인트로 한다’는 게 있다. 어른들 세계도 그렇다. 웃는 얼굴을 하면서 남 욕하는 거 많이 볼 수 있다(웃음). 착한 거짓말도 많다. 부모님이 자식들 걱정할까봐 하는 말들, 그런 건 다들 알고 있을 거다.

Q. 실제 두 아들의 엄마고, 영화에서는 두 딸의 엄마다. 두 딸을 대하는 자세는 어땠나.
김희애 : 김향기 양은 극 중 감정을 집중해서 해야 되는 신이 많아서 말 걸기가 조심스러웠다. 건드리면 눈물이 톡톡 떨어진다. 사실 눈물 연기가 힘들다. 안 울어야 할 때 주책맞게 나오는 경우도 있고. 그런 고충을 알아서 말 걸기가 쉽지 않았다. 고아성과는 맥주도 마셔가면서 이야기도 많이 했다. 어릴 때부터 일하면 상처를 일찍 받게 되는데 밝고 건강하게 잘 자랐더라. 그래서 ‘너 같은 딸 둬서’ 어머님이 참 좋으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잘 키웠다 싶은 아들이나 딸을 보면 그 부모가 부럽다(웃음).

Q. 극 중 천지가 극단의 선택을 한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그 감정의 수위 조절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김희애 : 힘들다. 생각하기도 싫고, 상상하기도 싫다. 하지만 또 한 아이가 남아 있고, 생활을 해야만 한다. 슬픔을 누르고, 참으면서 그 안에 행복을 찾으려 한다. 또 남아 있는 아이와 살아가야 할 미래를 생각하고, 찾아가는 과정에 수위를 맞춘 것 같다.

Q. 극 중 만지(고아성)과 대화 나눌 때 ‘나쁜 엄마’라고 하는 게 있다. 그렇다면, 김희애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란 무엇일까.
김희애 : 글쎄. 수도 없이 많을 것 같다.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아이들에게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 남의 아이 보듯 의연하고, 강하게 키우는 게 더 힘들다. 우리 아들이 나보다 더 (키가) 큰데 뽀뽀도 하고 싶고, 끌어안고도 싶다. 근데 그게 망치는 거다. 지금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인데 기회를 줘야지, 아이 취급하면 안 된다. 지금은 한 발짝 떨어져서 서로 거리를 두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

김희애
Q. 갑자기 궁금한데, 아들들이 엄마 김희애를 자랑스러워하나.

김희애 :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좀 그런 것 같다(웃음). 솔직히 걱정도 했다. 셋이 있다가 그 중 한 명이 화장실 가도 흉보는데 엄마가 내 놓은 사람 아니냐. 좋은 말이건 나쁜 말이건 입에 오를 수밖에 있다. 아이들이 짊어져야 하는 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다행이다.

Q. ‘말을 안 듣는다’는 말을 많이 하던데. 
김희애 : 끝이 없다.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하더라. ‘내 아들을 남의 집 아들이라고 생각하라’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집착이 커지는 것 같다. 공부 잘하고 좋은 스펙을 갖는다고 행복한 게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내 아이기 때문에 평정심을 잃고, 욕심이 나는 것 같다. 가족이란 관계로 인해 상처를 주는 것 같다.

Q. 마트에서 국수 먹으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 와 닿았다. 무엇보다 생활연기가 돋보였던 것 같다. 드라마 할 때와 어떻게 달랐는지 설명해 달라.
김희애 : 연기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올림픽 선수들의 세레모니도 각자 다르지 않나. 슬픔도 여러 가지 표현이 있다.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좀 더 해야 될 것 같고, 확 쏟아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감독님이나 시나리오상이나 모든 흐름이 눌러서 가는, 절제된 흐름을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나 역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고, 조금 오버된 건 편집한 것 같다.

Q. 김희애하면 우아한 여배우이 대표로 손꼽힌다. ‘우아한’의 정의를 내려달라.
김희애 : 모르겠다. 우아하진 않고, ‘우아한 거짓말’에 출연해서 그런가(웃음). 화장품 광고 출연 영향이 큰 것 같다. 장단점이 있는데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 이 나이를 아름답게 꾸며주기도 쉽지 않으니까.

Q. 어떤 자신만의 미의 철칙 같은 게 있을 것 같다.
김희애 : 뷰티, 안티에이징에 관심 많다. 모든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특별하건 없고, 관심이다. 유아인 씨와 드라마도 하고, 많은 분들이 봐주는데 관리를 안 할 수 없다. 그리고 매번 이번이 마지막일거란 생각을 한다. 흰머리는 나고, 주름은 많고, 콘디션에 따라 얼굴에 일관성이 없다 (웃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데 늘 위기감은 있다. 그리고 영원한 건 없지 않나. 다만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오래 버텨보려고 한다.

김희애
Q. 이한 감독은 어떤 사람이었나.

김희애 : 외모는 매니저 같다. 깜짝 놀랐다. ‘완득이’를 아주 좋아하는데 영화의 느낌과 실제 모습이 전혀 매치가 안됐다 (웃음). 근데 외모로 판단할게 아닌 게 감수성이 김향기 양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Q.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
김희애 : 우리 남편도 잘 모른다 (웃음). 다 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남편에 대해 알아보려고 트위터에 들어가 봤는데 뭔 소린지 모르겠는 거다. 그리고 내가 들어가서 본 것을 알게 됐는데 남편이 ‘집사람이 보고 있으면 위축된다’면서 안 했으면 좋겠다로 하더라. 그 마음이 이해됐다. 드라마 현장에 간혹 가족이 오는데 그러면 정말 위축된다. 그래서 조금 알 뻔했던 것도 그렇게 됐다. 이게 오히려 길게 갑니다(웃음).

Q. 그럼 남편은 김희애의 출연작을 보긴 하나.
김희애 : 안 보는 것 같다. 근데 오히려 그게 편하다. 누구는 대본도 맞춰주고 한다는데. ‘밀회’의 경우 스무살 어린 남자랑 연기하는데 상대역 해주면 소름 끼칠 것 같다 (웃음). 각자 방에서 자기 할 일을 하고, 그게 나은 거 아닌가.

Q. 과거엔 가수 활동, 노래도 했는데.
김희애 : 과거 라디오 DJ 했을 때 20여 명이 참여해 KBS 기념앨범을 냈다. 그 중 한 곡인 ‘나를 잊지 말아요’다. 그렇게 따지면 한석규도 가수고, 장동건도 가수다 (영화 OST도 하지 않았나?) 음. 했다. 참여하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할 수 있으면 하는 편이다. 부르고 싶어도 못할 수 있고, 얼굴이 닳는 것도 아니니까. 이왕 하는 거 즐겁게 하자는 주의다. ‘나를 잊지 말아요’도 추억 아니겠나.

Q. 정말 오랜만에 영화 출연이라서 흥행에 대한 부담이 더 클 것 같다.
김희애 : 흥행에 신경 쓰인다. 드라마를 오래 하다 보니 20년 전 드라마를 여태 기억해주시는 팬들도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작품을 기억하고 있으면 싫지만. (웃음). 그렇듯 나중에 누가 말해줄 때 부끄럽지 않은 걸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우아한 거짓말’은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김희애, “‘우아한 거짓말’과 ‘밀회’, 유아인 비교하는 재미” (인터뷰②)
김희애, “‘꽃할배’, 청년처럼 보이는 선생님들 존재감에 행복, 감사” (인터뷰③)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제공. 퍼스트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