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꽃할배’, 청년처럼 보이는 선생님들 존재감에 행복, 감사” (인터뷰③)

김희애
“‘예능’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김희애는 기품 있고, 우아한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스캔들도 없었고, 사생활 노출도 극히 드물었다. 당연히 예능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런 김희애를 ‘친근’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tvN ‘꽃보다 누나’다. 뭔가 보이지 않았던 큰 벽을 허물고, 신비주의를 한 꺼풀 벗겨 낸 듯한 느낌이다.

김희애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 개봉을 앞두고 텐아시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꽃보나 누나’ 출연 의미를 전했다. 대중은 ‘예능’으로 즐겼지만, 김희애의 생각을 달랐다. 그녀는 “예능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고, 예능을 해보자는 마음도 없었다”며 “다만 ‘꽃보다 할배’를 통해 청년처럼 보이는 선생님들(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의 존재감이 매우 행복했고, 감사했고, 부러웠다. 그런데 그런 제의가 들어와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나는 선생님들과 함께 작품을 많이 해서 잘 알지만, 지금 젊은 층은 잘 모르지 않나. 선생님들이 출연해 열정과 존재감을 보여주게 돼 너무너무 환영했다. 그로 인해 많은 분들이 선생님들을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고, 또 한편으론 내 미래를 보장받는 느낌도 있었다(웃음).”

‘꽃보다 누나’를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적잖게 당황했다. 그녀는 “잘 만들어줄 거라 생각했다. 물론 느닷없이 잡식으로 나오긴 했지만”이라면서 “사실 먹는 거에 호기심이 많다. 배부르게 먹지 못하니까 조금씩 맛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럴 줄 몰랐다”고 기억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고, 컴플레인도 했다.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냐’는 투정이었다. 나쁘고 좋고의 의미가 아니라 ‘나’이면서도 내가 아닌 것 같았다.그러다가 자꾸 보니 스스로도 ‘괜찮네’ ‘이래도 되는 거구나’ 싶었다(웃음).”

물론 그렇다고 ‘꽃보나 누나’ 속 김희애가 그녀의 전부는 아니다. 몇몇 이미지로 새겨진 ‘신비스러움’이 김희애의 전부가 아니었듯. 그녀는 “행사장에서 사진 찍고, 근사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게 전부인 줄 아는데 그건 온전히 내가 아니다”며 “사실 더 많은 시간을 엄마, 주부로 산다. 사람들이 내 실체를 알면 얼마나 실망할까 싶을 정도”라고 웃음을 보였다.

“인생은 놀람의 연속 같다. 계획은 없었지만, ‘꽃보나 누나’로 인해 터닝포인트가 됐다. 살아보니까 아픔도 있고, 배신도 있고, 상처도 있는데 그런 게 여물어서 나를 보여준 것 같다.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부부 간에도 모르듯, ‘꽃보나 누나’의 모습도 내 전부는 아니다. 어떤 아이의 엄마로, 어떤 집의 며느리로 살면서 균형 감각을 맞춰가려고 한다.”

김희애, “‘우아한 거짓말’, 부끄럽지 않은 작품” (인터뷰 ①)
김희애, “‘우아한 거짓말’과 ‘밀회’, 유아인 비교하는 재미” (인터뷰②)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제공. 퍼스트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