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정의 뭔걱정, ‘썸’ 예감한 히트공식

소유(왼쪽), 정기고

소유(왼쪽), 정기고

텐아시아에서 지난 1월 초 2014년의 트렌드를 각계 전문가 및 관계자들에게 물어본 기획기사 ‘예감 2014’에서 한 가요 관계자는 “최근 국내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프 버넷과 같이 템포가 자극적이지 않고 목소리가 좋은 R&B 계열의 뮤지션들이 각광받을 것”이라며 “기존에 사랑받은 어반자카파보다 더 흑인음악 스타일로 깊게 들어간 음악도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참조

위 공식에 가장 부합하는 노래가 바로 올해 들어 최고의 히트곡으로 자리하고 있는 소유와 정기고의 듀엣곡 ‘썸’(feat. 릴보이 of 긱스)이다. 적당한 템포에 달콤한 멜로디, 그리고 깊게 들어가지 않은 R&B 풍의 보컬의 곡. 즉, 적당히 흑인음악의 맛을 가요와 배합한 곡인 것으로 작곡가 김도훈과 에스나, 제피 등이 함께 만든 곡이다. 가요와 R&B를 적절히 섞는 작법은 히트 작곡가 김도훈이 꾸준히 해온 것이다. 여기세 소유와 정기고의 음색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빅히트로 이어진 것이다.

소유는 정기고 이전에 긱스와 했던 ‘오피셜리 미싱 유’, 홍대광과의 ‘굿바이’, 매드클라운과의 ‘착해 빠졌어’를 차례로 히트시키며 이미 콜라보레이션의 강자로 떠올랐다. 정기고와의 협연은 단순한 노래와 랩 피쳐링이 아니라 R&B 보컬끼리의 듀엣이라는 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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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고는 지난 2000년 스물한 살의 나이로 래퍼 각나그네의 앨범에 큐빅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며 세상에 나왔다. 이후 데프콘, 이루펀트, 에픽하이, 매드 클라운, 도끼 등과 작업하며 힙합계에서 보컬 피처링을 도맡아 왔다. 싱어송라이터로써 솔로앨범도 냈다. 2012년에는 노래 ‘블라인드(Blind)’로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작품성으로 상을 주는 한국대중음악상이 진즉 정기고를 알아본 것이다.

씨스타, 케이윌이 속한 주류 기획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가 산하 레이블 스타쉽엑스를 통해 정기고를 영입한다고 했을 때 조금 의아했다. 노래 잘 하는 아티스트인 것은 맞지만, 그의 앨범이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기고는 ‘딥’한 R&B를 노래하는 보컬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정기고는 힙합 뮤지션들과 협연 외에도 재즈 클럽 에반스에서 재즈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등 상당한 음악적 욕심을 보여왔다.

‘썸’에서 정기고는 과거에 비해 살짝 톤을 다운한 달콤한 보컬을 들려준다. 소울, R&B 보컬의 경우 제임스 브라운과 같은 에너제틱함, 마빈 게이와 같은 섹시함, 이와 함께 서두에 언급한 제프 버넷처럼 달콤한 보컬들이 있다. ‘썸’에서 정기고는 지극히 달콤한 톤으로 노래한다. 이것이 피처링의 강자 소유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스타쉽에게 빅히트곡을 안겨준 것이다. 연초 한 가요 관계자의 예감이 딱 들어맞았다.

스타쉽 측은 정기고에게 이전처럼 자유로운 공연 활동을 보장했다고 한다. 덕분에 정기고는 예전처럼 페스티벌 무대에 밴드와 함께 오를 예정이다. 소유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아닌 정기고란 이름으로 5월에 열리는 ‘그린플러그드’ ‘레인보우 아일랜드’ 등 주요 음악 페스티벌 라인업으로 확정됐다. 정기고는 ‘썸’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페스티벌 무대에서는 각광받는 아티스트 중 하나였다.

‘썸’은 ‘딥’하지 않은 무난한 R&B 풍의 곡에 소유와 정기고의 앙상블이 빛을 본 사례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런 무난한 스타일의 곡을 흉내 내는 움직임이 올 한해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항상 이렇게 라이트(light)한 접근만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 초에는 ‘썸’처럼 라이트한 R&B도 인기를 얻었지만 브라운 아이드 소울(나얼, 정엽, 영준, 성훈)의 정통 R&B 음반 ‘Thank Your Soul – Side A’도 1위 곡을 냈다. 그것도 ‘패스 미 바이(Pass Me By)’ ‘너를’ ‘유 아 소 뷰티풀(You Are So Beautiful)’ 무려 세 곡을 음원차트 1위에 올렸다. 한국에서 주류 가수가 이런 ‘딥’한 소울음반을 낸다는 것은 정말 모험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아티스트가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하고 그것이 높은 완성도로 이어지는 것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 물론 이런 음악으로 별다른 활동 없이 음원차트 1등을 하는 것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정기고도 브라운아이드소울처럼 자신만의 진지한 음악을 대중에게 선보일 때가 올 것이다. 이미 여러 장의 음반을 낸 가수가 아닌가. 이제 주류 시장으로 갔으니 언젠가 멋지게 칼을 빼들 때가 올 거다. 기왕 올라갔으니 대중에게 멋진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좋지 아니한가?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텐아시아DB
사진제공. 스타쉽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