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 돌아왔다> vs <놀러와>

<공주가 돌아왔다> 1회 KBS2 월-화 밤 9시 55분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 MBC <내조의 여왕> 천지애(김남주)와 양봉순(이혜영)을 연상시키는 도경(오연수)과 공심(황신혜)의 앙숙관계가 중심이 된 <공주가 돌아왔다> 첫 회에서 확인된 것은 이 작품이 우려했던 것보다 더 게으른 드라마라는 것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20여년에 걸친 주인공들의 역사를 빠르게 설명한 드라마는 정작 현재시제로 들어서자 그들의 꼬인 인연을 강조하는 소모적인 해프닝으로 일관하며 지지부진하게 전개되었다. 도경이 공심과 같은 드레스를 입고 동창회에 나타나 짝퉁인 것이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에피소드나 아들을 위해 아부해야 하는 발레단장이 공심이었음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는 모습은 이 드라마가 <내조의 여왕>에서 빌려온 것이 단지 설정만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코믹한 상황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가장 중요한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충분한 생명력을 부여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촉망받는 신진 발레리나였던 도경이 단지 하룻밤의 실수로 공심의 첫사랑이자 무능력한 봉희(탁재훈)와 결혼까지 가게 된 상황은, 준혁(최철호)을 사이에 두고 지애에게 느끼던 봉순의 오랜 콤플렉스 하나만으로도 캐릭터의 운신 폭을 넓혀갔던 <내조의 여왕>과 달리 두 여인의 악연을 위해 기계적으로 만든 설정이란 느낌이 강하다. 줌마렐라 드라마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중년 여성의 욕망을 다양한 목소리로 그리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그 주체인 여성의 내면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공주가 돌아왔다>는 주 소비층인 주부들에게도 외면 받을 확률이 높다. 다행스러운 한 가지는 중년 여배우의 욕망이라는 자의식까지 캐릭터에 반영할 수 있는 좋은 배우들이 투톱으로 포진해있다는 것이다. 드라마가 그들에게 망가지는 연기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두터운 캐릭터의 옷을 입히고 더 크게 활보할 수 있게 만들기를 바란다.
글 김선영

<놀러와> MBC 월 밤 11시 5분
<놀러와> 골방토크의 ‘내 맘대로 랭킹’에서 김태현이 “내가 생각하는 <놀러와>의 문제점”을 꼽았을 때, 사실 진지한 토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큰 웃음을 준 김신영을 보고 김태현이 갖게 된 부담감과, 덩달아 진지하게 탄식을 하며 들어준 사람들 덕에 김태현의 ‘내 맘대로 랭킹’은 교양에서나 볼 법한 진지한 앙케트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상황이 진짜 예능의 재미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열심히 개그를 준비”하는 스타일의 김태현에게 <놀러와>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참을성과 배려심 때문이다. <놀러와>는 사람들의 말을 중간에서 끊거나 공격하지 않고, 설사 조금 재미가 없고, 맥락과 맞지 않아도 끝까지 들어준다. 그래서 김태현은 작가들의 사전인터뷰 때는 큰 웃음을 줬지만 여기서는 ‘밥값 못하는’ 얘기라도 끝까지 하고, 정작 중요한 데서는 안 터지는 데서 오는 안타까움으로 반대급부의 재미를 선사할 기회를 얻게 된다. 대개의 토크쇼들이 던지고 공격하고 쏘는 것으로 토크의 무기를 장착한 때에, <놀러와>는 토크의 기본은 말하기와 듣기라는 당연한 원칙을 지킴으로서 <놀러와>만의 색깔을 보여준다. 그래서 <놀러와>에서 이경실은 예능에도 ‘악역’이 있고, 자신이 그 역할을 충실히 연기하고 있다는 진지한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고, 김신영도 개그맨으로서의 자신과 여자로서의 자신 사이에서 고민했던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폭로를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마음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곳. 김태현의 말처럼 <놀러와>는 정말 연예인들이 놀러가고 싶은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겠다.
글 윤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