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박찬호가 박지성, 김연아, 박태환의 인기를 뛰어 넘었어?

Q 네가 보라고 해서 <MBC 스페셜> 봤는데 예전 IMF 터졌을 때 박찬호 인기가 그렇게 좋았나봐?
A 장난 아니었지. 프로그램 추천하면서도 말했지만 지금으로 따지면 박지성, 김연아, 박태환의 인기를 모두 모아도 당시 박찬호 인기만큼은 안 될 거라고 봐. 박지성의 맨유 입단이나 김연아의 세계 선수권 신기록, 박태환의 올림픽 금메달이 그보다 못한 업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세계무대에 대한 꿈을 이뤄준 선수는 박찬호가 최초였어. 메이저리그 무대 입성만 해도 굉장한 일이었는데 5년 연속으로 10승 이상을 거뒀다는 건 최고의 무대에서도 최고 수준의 선수였다는 얘기니까.

Q 그건 네 나이 또래 남자애들이 하도 많이 얘기해서 대충 알겠는데 지금은 그만큼 잘하는 건 아니지?
A 아쉽게도 그래. 전성기는 지났지.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가 됐다는 것부터 어느 정도 체력의 하락을 의미하는 거니까.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것처럼 노장이라고까지 말하긴 좀 뭐하지만 체력적으로 정점을 찍고 조금씩 하락세인 나이인 건 사실이지.

Q 지난주만 해도 관리만 잘하면 나이 마흔 넘어서까지 최고의 스포츠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그랬잖아. 그리고 다큐멘터리에서도 경기 보여주면서 ‘오늘 선발은 47살의 노장 제이미 모이어’라고 한 거 봤어. 그 사람은 박찬호보다 더 노장 아니야?
A 우와, 날카로운데? 너… 너 맞아? 이런 질문을 할 머리를 가진 애가 아닌데. 아니, 내 말은 이런 걸 궁금해 할 애가 아니라고. 어쨌든 네 말대로 모이어는 50을 바라보는 노장 중의 노장이지. 그런데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전성기 박찬호 같은 파이어볼러, 그러니까 강속구 투수가 아니거든. 느린 구속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타입의 선수이기 때문에 나이에 따른 부담이 박찬호보단 적다고 말할 수 있어. 물론 그 정도의 노련함이라는 것도 자기 관리가 필요한 일이지만. 예를 들자면 지난번에 말한 버나드 홉킨스처럼 40대 이후에도 최고 레벨인 노장 복서는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강펀치의 소유자인 타이슨이나 헤글러, 현란한 스피드를 지닌 로이 존스 주니어보다 오래 갈 수 있는 거지.

Q 그러니까 박찬호는 강속구 투수인데 나이 먹어서 빠른 공을 던지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예전 같은 성적이 안 나온다는 그런 얘기야?
A 오늘따라 이해력이 빠른데? 물론 박찬호의 공이 강속구가 아니라고 말하긴 어려워. 과거처럼 시속 99마일, 그러니까 시속 159㎞ 정도의 광속구가 아닐 뿐 요즘도 최고 시속 95마일 정도의 공을 던지니까. 다만 그런 걸 자주 던지긴 어렵다보니 선발로 경기 전체를 장악하긴 조금 어렵다는 거지. 하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제구력이 좋아지고 좀 더 많은 투구 패턴을 통해 현재 나이에 맞는 승리 공식을 익힐 수 있다고 봐. 40이 넘어서도 95마일 이상을 던져대는 랜디 존스 같은 괴물 할아버지들도 있지만 어쨌든 37살에 95마일 강속구를 포함해 다양한 구질을 구사할 수 있는 투수라면 롱런 가능성이 충분해. 최근에는 비록 많은 공을 던지진 않지만 중요한 순간에 중간 계투, 그러니까 선발 투수부터 마무리 투수까지를 연결하는 투수로 나와서 실점하지 않고 다음 투수에게 넘겨주는 경우가 많아.

Q 그러니까 지금은 많이 좋아진 거야? 허리도 안 좋고, ‘먹튀’ 얘기까지 들었다며.
A 솔직히 내 의견을 말하면 박찬호라는 사람 스타일이 자기가 최대한 참고 던질 수 있을 때까지는 아픈 것도 참고 최대한의 성적을 올리려고 하기 때문에 본인이 괜찮다고 해도 100퍼센트 믿기는 어려워. 사실 그런 근성이 박찬호를 지금까지 이끈 힘이기도 하고, 그에게 ‘먹튀’라는 오명을 안겨준 원인이기도 해.

Q 그 원인이란 게 궁금해. 그렇게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이 ‘먹튀’짓을 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런 오해를 산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A 그러려면 전에 얘기했던 프로야구에서의 FA 제도를 다시 떠올려야 돼. 대충은 기억나지? 기억 안 나면 링크 걸린 거 보고 다시 공부해. 어쨌든 프로그램에서도 나오지만 데뷔 팀인 LA 다저스에서 FA 자격을 획득한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에 6500만 달러에 계약할 수 있었던 건 2000년 18승, 2001년 15승이라는 출중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야. 말하자면 자유로운 시장에 나오기 전 몸값을 올릴 자격을 만든 거지. 그런데 그 좋은 성적이 사실은 허리 통증을 참고서 만든 기록이었던 거야. 그러면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 저 ‘먹튀’가 FA에서 몸값 올리려고 자기 몸 상태를 숨기고 성적을 만들었다고 하겠지. 당장 그에게 돈을 지급한 구단과 연고지 팬들은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까지 덩달아 그런 소리를 해대니 본인으로선 많이 힘들었겠지.

Q 그랬겠다. 자기 몸도 아픈데 믿었던 고국 팬들마저 그런 식이었으니까.
A 그냥 허리 통증만으로 끝나지도 않았어. 사실 텍사스에서 그의 발목을 잡은 첫 공식적 부상은 시범경기에서의 햄스트링 부상이야. 햄 아니고 스프링 아니다. 말하자면 허벅지 뒤쪽에 있는 근육인데 하체의 힘이 중요한 투수에겐 상당히 치명적인 부상이야. 다리는 다리대로, 허리는 허리대로 좋지 않으니 제아무리 어깨가 튼튼한 박찬호라도 좋은 투구를 할 수는 없었지. 다큐멘터리에서 침대에 되게 민감한 거 봤지? 우리 같은 일반인들도 잠자리가 조금 불편하면 다음날 허리며 목이 뻣뻣하잖아. 그러니 박찬호처럼 허리가 중요하면서도 한 때 허리 때문에 최악의 시절을 보내야 했던 사람에게 그런 작은 관리 하나하나가 중요할 수밖에 없지.

Q 아내의 말처럼 설거지도 안 하고, 큰 딸은 안아주지도 못한다는 게 사실일 수도 있겠네.
A 아주 없는 소리를 하진 않을 거야. 웨이트 트레이닝을 배울 때도 항상 듣는 얘기가 올바른 자세로 100㎏짜리 역기를 들던 사람도 방심하면 장바구니 들고 허리 삐끗한다는 거거든. 게다가 공을 잡는 방법에 따라 구질이 달라지는 투수에게 쉽게 삘 수 있는 손가락 부상은 좀 예민할 정도로 조심할 필요가 있을 거야. 그런 면에서 예전에 ‘1박 2일’에서 강호동에게 손가락 딱밤을 날린 건 조금 위험한 행동이었는지도 모르겠다.

Q 아, 그러고 보니 박찬호 얘기가 처음이 아니네? ‘1박 2일’ 출연했을 때도 박찬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말했었잖아.
A 뭐, 그 때를 생각하면 나도 박찬호처럼 격세지감이 느껴지네. 그 땐 댓글도 100개 넘고 응원도 하고 그러더니만. 아니 꼭 그렇다고 리플 달라고 구걸하는 건 아니고. 응원이라면 그저 감사히 받겠지만. 뭐, 꼭 편지까지 보내진 않더라도. 아유, 그러고 보니까 기사 위에 이메일 주소도 있네? 몰랐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