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한국에서도 출판된 바 있는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 리스트에 최근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올라 눈길을 끈다. 지난 1996년부터 매달 1-2편씩 <위대한 영화>에 대한 논평을 <시카고 선트리뷴>과 그의 웹사이트, 그리고 책으로 별도 집필하고 있는 에버트는 영화 평론가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김 감독의 작품을 최근 <위대한 영화>에 추가한 에버트는 영화평에서 “이렇게 단순한 영화가 나에게 이처럼 깊은 감동을 준 적은 드물다”며, “이 작품에 대해서는 한 단락으로 논평을 할 수 있지만, 또 몇 시간 동안 토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불교에 대해 다루지만, 동시에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호수에 떠 있는 작은 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나, 이 작품은 인생과 믿음, 성장, 사랑, 질투, 증오, 잔인함, 신비함, 구원, 그리고 자연을 보듬고 있다는 것”이다.

메시지를 제시하지 않기에 더욱 돋보이는 영화

에버트는 관객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감동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이 시간을 초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며, 암자가 떠 있는 호수에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이 호수가 존재의 가장 정점에 위치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했다. 에버트는 김 감독의 다른 영화 <섬> 등을 언급하며 그의 작품들의 공통점을 집어냈는데, “그는 자신의 메시지를 명백하게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감독의 작품에는 “대사가 거의 혹은 아예 없기 때문에, 장황한 메시지를 담은 설명도, 연설도 없다”고. 김 감독의 작품 속에 갈등이 제시될 경우, 이는 캐릭터가 자초한 것이거나, 내면에서 발생된 것이므로, 관객들이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 리스트에는 과거 명작들로부터 근래 작품까지 장르나 연도, 국가 등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올라있다. 이 중 2000년대 작품으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를 비롯해 스파이크 존즈의 <어댑테이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바벨>, 라민 바흐러니의 <촙 숍>, 우스만 셈벤의 <물라데>, 길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 로버트 알트만의 <프레리 홈 컴패니언>, 릴리아나 카바니의 <리플리스 게임>,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웨이킹 라이프> 등이 올랐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