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정의 뭔걱정, 퍼렐의 24시간 MV 오해하지 마세요 음악에 집중하시게요

PHARRELL

해가 바뀐 지 약 석 달이 지났다. 2014년 들어서 가장 많이 들었던 팝송은 퍼렐 윌리엄스의 ‘해피(Happy)’였다. 이 곡은 인기 애니메이션 ‘슈퍼배드2’의 삽입곡이다. 퍼렐은 2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 축하무대에서 이 곡을 열창했다. 작년에 다프트 펑크의 ‘겟 럭키(Get Lucky)’ 로빈 씨크의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에 조력자로 참여했던 퍼렐이 자신의 음악으로 세계 팬들 앞에서 ‘쿨’한 면모를 선사하는 순간이었다.

‘해피’는 매력적인 곡이다. 최근 남발되는 단어인 ‘중독성’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 가치가 있는 곡이다. 이 곡은 업비트에 댄서블한 곡이지만 박자를 억지로 쪼개지 않았다. 덕분에 물 흐르는 듯한 그루브가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한다. 퍼렐 특유의 미니멀한 사운드가 귀를 편하게 하며, 그 안에 반복되는 후렴구 멜로디는 적당히 세련되면서 쉽게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친숙하다. 즉,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그루브와 멜로디가 물 흐르듯이 조화를 이룬 곡이다. 몸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해주는 곡이다. 그러니 계속 반복해서 듣게 되는 것이다.

이 곡에 중독되는 이유는 뮤직비디오 때문이기도 하다. 퍼렐은 ‘해피’ 뮤직비디오를 24시간 연속으로 촬영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 영상은 24시간 동안 롱 테이크로 컷이 이어지는 가운데 출연자들이 차례로 등장해 ‘해피’에 맞춰 춤을 추는 구성이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 블랙 키즈(The Black Keys)의 ‘론리 보이(Lonely Boy)’가 언뜻 스쳐간다. 퍼렐의 영상은 블랙 키즈의 것처럼 저예산 비디오는 아니다. 카메라 앵글 등이 매끄럽게 계산된 세련된 영상이다.

이 24시간짜리 뮤직비디오를 쉬지 않고 본 사람이 있을까? ‘해피’의 러닝타임이 약 4분 정도이니 24시간이면 대략 360회 정도 노래가 반복되는 셈이다. 시도를 해봤는데 1시간 정도는 재밌게 볼 수 있더라. 영상을 보고나서 뇌리에 남는 것은 바로 음악이다. 뮤직비디오를 집중해서 보다보면 영상과 음악이 함께 기억되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해피’는 유독 노래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퍼렐이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것일까?

퍼렐은 이 24시간 뮤직비디오를 통해 ‘해피’라는 곡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는 유튜브에 온갖 음악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유튜브에서 영상과 음악을 공짜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은 오히려 음악에 집중하기 힘든 결과를 가져왔다. 퍼렐의 ‘해피’는 유튜브의 세계를 명민하게 이용한다. 인터넷에 접속해 1시간이건 2시간이건 무한반복해서 ‘해피’를 틀어놓으면 된다. 영상을 봐도 되고 안 봐도 된다. 최종적으로는 노래가 귓가에 남는다.

자극적인 뮤직비디오는 많다. 하지만 노래를 들리게 하는 뮤직비디오는 드물다. 최근 컴백한 국내 대형 아이돌그룹들의 경우 음원을 제작하는 것 이상으로 뮤직비디오 편집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그만큼 뮤직비디오에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눈을 즐겁게 하는 것도 좋지만 퍼렐처럼 음악을 들리게 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앨범 커버) PHARRELL_GIRL

‘해피’가 담긴 퍼렐의 새 앨범 ‘걸(Girl)’은 4일 자정 국내에 공개됐다. 프로덕션팀 넵튠스 출신인 퍼렐은 현재 미국에서 최고를 달리는 프로듀서 겸 싱어송라이터다. 마돈나, 롤링 스톤즈와 같은 거장부터 넬리, 제이지, 브리트니 스피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같은 슈퍼스타, 이외에도 하이브스와 같은 개러지 록 밴드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횡단하는 이들이 퍼렐과 작업했다. 이외에도 퍼렐은 스타일리시한 패션 등으로 음악 외에 분야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그야말로 2014년의 컬쳐 아이콘인 셈이다.

퍼렐의 음악, 스타일 등은 국내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벤치마킹할만한 요소가 많다. 지드래곤이 퍼렐을 자신의 유일한 아이돌로 꼽기도 했으니, 슬슬 국내에도 퍼렐 바람이 불 때가 된 모양이다. 퍼렐의 방식을 따라한다며 한 가지만 기억했으면 한다. 어디까지나 음악이 스타일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소니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