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 ‘노예12년’으로 흑인 감독 품으며 새로운 역사 쓰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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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 3일(한국 시각) 오전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 씨어터에서 열린 가운데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은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에게 돌아갔다.

‘노예 12년’은 ‘아메리칸 허슬’, ‘캡틴 필립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그래비티’, ‘허’, ‘네브래스카’, ‘필로미나의 기적’,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의 경쟁작을 제치고 트로피를 안았다. 여우조연상과 각색상도 ‘노예 12년’의 몫이었다. 보수적인 성향의 아카데미가 흑인 감독에게 작품상을 안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유색 인종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브로크백 마운틴’과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이안이 유일하다. ‘노예 12년’의 제작자로 참여한 브래드 피트는 이번 수상으로 오스카 트로피에 대한 한을 풀었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남우주연상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메튜 맥커너히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제치고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는 디카프리오는 아쉽지만 다음 번을 기약해야 했다. 여우주연상은 예상대로 ‘블루 재스민’에서 호연한 케이트 블란쳇에게 돌아갔다.

가장 큰 이변은 여우조연상이었다. ‘노예 12년’으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멕시코 출신의 신예 루피타 뇽은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이자 올해 여우조연상 수상이 유력했던 제니퍼 로렌스를 제치고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남우조연상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게이로 살다가 에이즈에 걸린 레이온 역을 맡은 자레드 레토가 수상했다.

올해 아카데미 최다관왕의 주인공은 ‘그래비티’였다. ‘그래비티’는 감독상(알폰소 쿠아론)을 비롯해 음향상, 음향편집상, 음악상, 시각효과상, 촬영상, 편집상 등 무려 7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그래비티’와 함께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데이비드 O. 러셀의 ‘아메리칸 허슬’은 단 하나의 트로피도 가져가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종합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이 차지했다. ‘겨울왕국’은 장편 애니메이션상에 주제가상까지 거머쥐어 2관왕에 올랐다. ‘겨울왕국’ OST를 부른 이디나 멘젤의 축하공연도 펼쳐졌다. 이디나 멘젤은 고음에서 음이탈을 하는 등 저조한 컨디션을 보였지만 관객과 배우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지난해 11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폴 워커와 2월 사망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애도하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사회에 나선 엘렌 드제너러스는 ‘노예 12년’을 언급하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노예 12년’ 같은 좋은 작품이 있었다”며 “우리가 외면한다면 우리는 모두 인종차별주의자가 될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피자 이벤트’와 배우들과 함께 ‘셀카 찍기’로 시상식 분위기를 한껏 즐기기도 했다.

다음은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자(작) 명단.

▲작품상 : ‘노예 12년’ ▲감독상 : 알폰소 쿠아론(‘그래비티’) ▲여우주연상 : 케이트 블란쳇(‘블루 재스민’) ▲남우주연상 : 매튜 맥커너히(‘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여우조연상 : 루피타 뇽(‘노예 12년’) ▲남우조연상 : 자레드 레토(‘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각색상 : ‘노예 12년’ ▲각본상 : ‘허’ ▲미술상 : ‘위대한 개츠비’ ▲촬영상 : ‘그래비티’ ▲편집상 : ‘그래비티’ ▲음악상(작곡상) : ‘그래비티’ ▲주제가상 : ‘겨울왕국’ ▲음향상 : ‘그래비티’ ▲음향편집상 : ‘그래비티’ ▲분장상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의상상 : ‘위대한 개츠비’ ▲시각효과상 : ‘그래비티’ ▲단편 애니메이션상 : ‘미스터 허블롯’ ▲장편 애니메이션상 : ‘겨울왕국’ ▲단편 다큐멘터리상 : ‘더 레이디 인 넘버6’ ▲장편 다큐멘터리상 : ‘트웬티 피트 프럼 스타덤’ ▲단편 영화상 : ‘헬륨’ ▲외국어영화상 : ‘더 그레이트 뷰티’(이탈리아)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