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헤딩> vs ‘무릎 팍 도사’

<맨땅에 헤딩> MBC 수-목 밤 9시 55분 1회
MBC <네 멋대로 해라>의 복수(양동근)는 내일이 없어 언제나 오늘을 살았다. MBC <나는 달린다>의 무철(김강우)은 잃을 것이 없어 오히려 꿈꿀 수 있었다. 박성수 감독이 그리는 청춘들은 대개 내일이 아니라 오늘, 바로 지금 현재형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다. <맨땅에 헤딩>은 봉군(정윤호)이 꿈을 잃은 자리에서 시작한다. 봉군이 발리슛으로 차 넣은 골을 마지막으로 그가 속해있던 실업팀이 해체되면서 봉군은 88만원의 월급도, 정류장에 붙어 있는 박지성 사진에 얼굴을 비비적대면서 밖에 말할 수 없던 꿈도 잃는다. 여기에 봉군을 통해 어엿한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제 꿈을 이루려는 해빈(아라)이 등장하면서 드라마를 끌고나갈 이야기의 큰 줄기가 완성된다. 이들이 좌충우돌 소동을 벌이고, 그 와중에 오랜 소꿉친구와 멋진 왕자님이 얽혀, 사랑도 오해도 하면서 이루어나갈 바로 그 꿈의 성장기가 <맨땅에 헤딩>인 것이다. 아쉽게도 뭘 하는지 알 수 없는데 CG까지 과했던 다리 위에서의 첫 장면이나, 봉군의 캐릭터 설명 외에 큰 의미는 없어 보이는 전 여자친구의 결혼식 에피소드와 같은 내용은 몰입을 방해했다. 하지만 잠깐 멋있는 것 같다가도 여지없이 비어보이는 봉군이 “눈동자가 너무 큰” 해빈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순간, 둘 사이에 풋풋하게 살아있는 감정은 소나기처럼 마음을 두드린다. 요즘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그 싱그러운 순간 때문이라도, 캐릭터와 등장인물들 간의 만남에 집중하느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등장인물들 사이에 숨겨진 관계가 베일을 벗고 드라마가 알차게 옹글어갈 시간이 기다려진다.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들 중 가장 단순하고,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스포츠 축구. 이 스포츠의 순수한 매력과 건강한 청춘들의 성장을 <맨땅에 헤딩>이 보여줄 수 있을까. 일단, 괴로워도 슬퍼도, 웃으면서 달려보자는 모습이 진짜 웃음을 주는 이 청춘의 이름이 ‘차봉군’인 것은 확실히 알겠다.
글 윤이나

‘무릎 팍 도사’ MBC 수 밤 11시 5분
‘무릎 팍 도사’가 스스로를 “콩트 토크쇼”라고 칭하는 것은 괜한 말이 아니다. 단순하지만 뚜렷한 기승전결이 있는 한 편의 잘 짜인 콩트 같은 이 토크쇼의 장점은 특히 게스트가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연예인이 아닌, 이력 자체가 드라마틱한 비연예인 명사일 때 더 두드러진다. 공적으로 성공한 모습 뒤에 숨어있는 평범한 인간미라는 공감 전략으로 시청자들을 TV 앞에 더 가깝게 앉힌 뒤, 그들 성공의 공통적인 열쇠인 꿈과 열정이 주는 감동이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마지막으로 종종 사회적 메시지로 확대되는 그들의 이상과 최종 목표는 훈훈한 웃음과 박수의 대단원이다. 웬만한 자기계발서를 능가하는 훌륭한 대중서사다. 물론 이러한 포맷이 전달하는 유사 드라마의 느낌 속에서 비연예인 게스트들의 개성이 종종 실종되는 경우도 있다. 그때 그러한 위험을 돌파하는 건 언제나 대중적으로 각인되는 강렬한 하나의 이미지다. 이미지 메이킹이 익숙한 연예인 게스트보다 비연예인 게스트들의 드라마를 압축한 결정적 이미지 하나가 더 효과적이라는 걸 ‘무릎 팍 도사’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새로운 이미지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기존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이어도 그것이 좋은 드라마를 담고 있다면 ‘무릎 팍 도사’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강조한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이 그랬던 것처럼 장한나의 개구리 손도 그랬다. 첼로의 줄을 누르느라 손끝이 단단히 굳은살로 변한 왼손과 활 때문에 둥글게 휘어진 오른 손의 극명한 대비가 주는 이미지는 화려한 젊은 거장의 호탕한 웃음소리에도 왠지 모르게 좁혀지지 않던 거리감을 단박에 좁혀주었다. 그녀의 음반을 들은 적은 없어도 그 이미지로 인해 그녀의 삶과 음악에 흥미를 느낀 이들도 많을 것이다. ‘무릎 팍 도사’의 대중적 전략은 아직도 건재하다.
글 김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