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욱의 어른아이 문화탐구, 소녀시대가 기대치를 높여놨던 건가요?

소녀시대 단체컷

‘미스터미스터’ 멤버들의 매력을 담기에는 너무 심심한 노래 ‘아쉬워라~’

대중의 기호가 수시로 바뀌는 연예계에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계발하고 매번 새로운 면모를 보이지 않으면 싫증을 자주 내는 대중에게 외면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실력이 ‘장인’ 경지에 오르고 내공이 ‘만땅’으로 오른 아티스트가 아니라면 매번 변신을 시도하는 ‘팔색조’가 돼야만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배우들은 매번 다른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기를 강요당하고 가수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색깔의 변주를 요구받는다. 한우물만 줄곧 파는 게 결코 미덕이 아닌 시대다. 아무리 정상이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지 않으면 ‘고여 있는 물’ 취급을 받는다.

특히 정상의 아이돌 가수들은 다른 장르보다 더욱더 높은 잣대로 심판받는다. 수많은 후배 그룹들이 쏟아져 나오고 대중음악의 흐름이 하루 반나절 사이 변하는 요즘 같은 현실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지 못하면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의 기획사들에서는 새로운 ‘콘셉트’를 잡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상의 걸그룹 소녀시대는 매번 획기적인 콘셉트를 넘어서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며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고의 히트곡 ‘Gee’부터 ‘소원을 말해봐’ ‘Oh!’ ’Run Devil Run’ ‘훗’ ‘Boys’ ‘I Got A Boy’ 등까지 발표하는 곡마다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노래뿐만 아니라 패션,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며 정상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남성팬들의 사랑을 받는 데 머물지 않고 20대 여성들이 닮고 싶은 ‘워너비 롤모델’ 로 추앙받고 있다.

소녀시대 단체컷

이 때문에 소녀시대의 컴백 소식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예고장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호불호가 갈렸던 ‘I Got A Boy’ 이후 1년 만에 ’미스터미스터‘로 돌아온다는 컴백소식은 나와 같은 삼촌 팬들에게 다가오는 봄소식보다 더 반가웠다. 이번에는 또 어떤 콘셉트를 선보일지, 어떤 장르에 도전했을지, 얼마나 더 예뻐졌을지 등 컴백을 앞두고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기대감이 너무 컸나 보다. 25일 음원으로 먼저 접한 ‘미스터 미스터’는 수많은 의문부호를 머릿속에 양산했다. 노래가 예상보다 단조로웠기 때문이다. 28일 뮤직비디오를 보고나서야 팬심이 다시 출렁이기 시작했다. 20대 중반에 들어선 소녀시대 멤버들의 미모는 말 그대로 만개했고 퍼포먼스는 기대대로 완벽했다. 태연과 제시카의 가창력은 여전했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서현의 존재감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은 남았다. 노래가 나쁘지는 않지만 평이하다는 인상은 지워지지 않았다. R&B 사운드의 댄스곡인 ‘미스터 미스터’는 초반에는 흥미롭지만 중반 이후부터 너무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 인상적인 파트가 부족하다. ‘미스테리 걸’로 변신한 뮤직비디오 속 퍼포먼스와 함께 감상하지 않으면 이 노래가 타이틀곡이 맞는지 의심해볼 정도로 임팩트가 부족하다.
소녀시대가 그동안 나를 비롯한 대중들의 눈높이를 너무 올려놓은 것일까? 오히려 낯설어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지만 매우 새로웠던 ‘I Got A Boy’가 더 매력적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업그레이드돼 가는 멤버들의 능력에 비해 그것을 담을 그릇이 너무 소박했다.

2007년 ‘다시 만난 세계’를 들고 나온 소녀시대도 이제 데뷔 8년차다. ‘미스터미스터’는 노래에 대한 호불호에 상관없이 팬덤만으로 분명히 지상파 음악차트 1위는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만족해선 안된다. 이제 아이돌 가수로서 ‘변신’이 아닌 아티스트로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속사의 탁월한 기획력으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한계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미스테리 걸’이란 콘셉트만 눈에 들어오고 노래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소녀시대 단체컷

이제 멤버들이 추구하고 싶은 음악적인 색깔이 더해져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대중은 태연이 과연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제시카는 음악적으로 어떤 욕심이 있는지 궁금해 한다. 소속사와 소녀시대 멤버들의 색깔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그 파급력은 당분간 계속 될 거로 보인다.

소녀시대가 이제까지 인기를 모아온 이유는 기획력, 멤버들의 매력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에 가장 큰 이유는 노래가 좋았다는 것이다. 콘셉트는 콘셉트일 뿐. 가수를 포장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근본인 노래의 중요성을 결코 잊지 말자. 노래만 좋다면 포장지가 아무리 투박해도 대중들은 그 소중함을 반드시 알아본다.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