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주가 돌아왔다>│여왕 폐하, 이제 공주의 시대입니다

공주가 돌아왔다. 일식과 함께 화려하게 돌아온 MBC <선덕여왕> 덕만 공주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는 14일부터 방영될 KBS 새 월화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는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공주 같은 20대를 보냈던 여성이 30대 후반의 억척 아줌마가 되어 돌아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9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공주가 돌아왔다>의 제작발표회에는 KBS 조대현 TV제작본부장과 이응진 드라마 제작국장을 비롯해 연출을 맡은 박기호 감독과 배우 황신혜, 오연수, 이재황, 탁재훈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과 각 역할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사실 시놉시스만을 봤을 때 <공주가 돌아왔다>는 상당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어릴 때부터 공주와 같은 삶을 살며 성공한 발레리나의 꿈을 꾸던 차도경(오연수)은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중년의 가정주부가 되고, 도경의 ‘시다바리’ 역할을 하던 장공심(황신혜)은 악착같은 노력으로 세계적 발레리나가 되어 다시 만난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대결구도이다. 여기서 차도경은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홍선희나 <내조의 여왕> 천지애를 연상케 하는데, 특히 차도경과 장공심의 관계에서 <내조의 여왕> 속 천지애와 양봉순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때문에 중요한 건 설정 자체가 아닌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디테일한 웃음이다.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는 20대 시절을 연기한 황신혜와 오연수의 모습과 MBC <로망스>, 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패러디가 소소한 웃음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일상적인 사건 안에서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박기호 감독) 작품이 될 때 <공주가 돌아왔다>는 그 기시감을 넘어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공주의 삶을 되찾고 싶어 하는 39살 가정주부 차도경, 오연수
북경의 나비 한 마리가 일으킨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나비효과는 차도경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에 대한 좋은 설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타고난 미모와 재능 덕에 떠받들려 살아온 그녀의 인생이 바뀌게 된 건 교생시절의 제자이자 첫사랑인 강찬우(이재황)의 출국을 배웅하려다 중요한 발레 공연을 펑크 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의 선택은 17년 후의 그녀를 철없는 무명 가수 나봉희(탁재훈)의 부인이자 억척 주부로 만들었다. 하지만 <공주가 돌아왔다>는 그 이후, 그녀를 다시 공주로 되돌릴 또 다른 날갯짓에 대한 이야기다. 우연히 자신의 수하와도 같던 장공심(황신혜)과 첫사랑 현우를 만나며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은 그녀는 과연 17년 전 어긋난 인생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모든 것을 가졌지만 사랑을 얻지 못한 골드미스 장공심, 황신혜
세계적 발레리나이자 발레단 단장의 신분으로 젊은 발레리나들에게 최고의 위치에 오르려면 발레를 제외한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던 장공심에게 한 학생은 “그럼 선생님은 무엇을 버리셨냐”고 물었다. 그녀는 당당하게 사랑을 버렸노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녀는 사랑을 뺏겼다. 친구 도경이 그녀의 애인 봉희를 빼앗아간 것이다. 이 지점에서 현모양처를 꿈꾸던 순박한 공심은 아득바득 성공을 향해 노력했고, 공주 같던 도경을 아줌마로 만든 17년 동안 발레리나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그럼에도 공심이 도경에게 느끼는 콤플렉스는 사랑을 얻지 못했다는 것인데 우연히도 발레재단의 이사장이 되어 돌아온 찬우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며 17년 만에 만난 도경과 연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인성과 재력을 갖춘 완벽한 남성의 스테레오타입 강찬우, 이재황
앞서 작품에 대해 기시감이 드는 드라마라고 했지만 강찬우는 기시감이 들다 못해 어느 드라마에서 그냥 가지고 온 것 같은 캐릭터다. 대기업 회장의 친손자에 따뜻한 성격을 가졌고, 자기 일에 대한 능력도 탁월하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34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39살인 도경과 공심 사이에서 로맨스를 진행하며 졸지에 연하남이 되었다는 정도다. 비록 캐릭터 자체는 특별하지 않을지 몰라도 도경에겐 17년 전의 실수를 만회할 존재이고 공심에겐 유일한 콤플렉스인 사랑의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이란 점에서 그의 위치는 드라마 안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때문에 이 드라마의 결말은 결국 찬우가 누구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무능력한 한량 나봉희, 탁재훈
<공주가 돌아왔다>의 중요한 축 중 하나는 17년 만에 재회한 도경과 현우의 로맨스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 안 될 사실은 그녀가 유부녀, 즉 나봉희의 아내라는 사실이다. 물론 마냥 사람을 믿고 얼렁뚱땅 일을 처리하는 탓에 그 많던 가산을 날리고 오랜만에 만난 공심을 보고 딴 마음을 잠시 품기도 하지만 봉희는 결코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안유식처럼 이혼해 마땅한 남편은 아니다. 때문에 일견 코믹 캐릭터이기만 한 그가 어떤 모습으로 남편이자 가장의 위치를 지키는지는 허투루 그려낼 일이 아니다. 특히 나봉희 역의 탁재훈은 “드라마 안에서 두 번 정도의 반전을 일으키는 캐릭터”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무명 작곡가인 그가 최고의 스타 미녀시대의 곡을 쓰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제법 흥미로운 반전을 기대하게 한다.

관전 포인트
현재 월화드라마라는 호수에서 시청률 40%대의 <선덕여왕>이라는 존재는 황소개구리 혹은, 베스와 같은 존재다. 심지어 이번 제작발표회의 사회를 맡은 전현무 아나운서의 볼멘소리처럼 “<공주가 돌아왔다>의 첫 회부터 최종병기 유승호가 등장할 예정”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조대현 TV제작본부장은 “MBC <에덴의 동쪽>이 최고의 주가를 올릴 때 KBS <꽃보다 남자>가 예상 밖의 역전을 했던” 과거를 이야기하며 언더독인 <공주가 돌아왔다>의 선전을 기원했다. 과연 <꽃보다 남자>가 그랬듯 이 작품이 독특한 감수성으로 대작을 이기는 다윗이 될지 지켜보는 것도 월화드라마의 생태계를 관전하는 흥밋거리가 될 것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