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LINE, 유희열

유희열: “지금 메이저 음악들은 시스템에서 쏟아져 나오잖아요. 회사가 주재를 하고 방향성을 설정하고 자본을 얼마나 투자할 건지 결정하면 프로듀서가 붙고, 거기에 맞춰 픽업해서 훈련해서 시장에 내는. 그 역사가 깊어지다 보니까, 십 년 정도 자리를 잡다 보니까 결과가 좋아요. 매끈하게 나와요. 편곡부터 사운드, 보컬 프로그래밍의 능력이 이미 경지에 올라 있어요.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을 따라잡을 만큼. 인정은 하는데, 산업으로는 완벽하게 구축이 됐는데, 그런 것도 있고 개인의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런 사람이 너무 드물어지다 보니까…. 뮤지션한테 호감이 가는 게 아니라 그 레이블에 호감이 가는 거죠. 제가 관심이 가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인디밖에 없는 상황이예요.”(월간지 PAPER 2008년 2월호 인터뷰)

위 인터뷰가 있은 지 약 6년이 흘렀다. 그동안 유희열도, 유희열을 둘러싼 대중음악계도, 그리고 이 세상도 많이 변했다. 6년 전만 해도 유희열이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와 나란히 앉아 오디션 심사위원을 볼 것이라는 생각을 그 누가 했을까? 이제 유희열은 TV에도 얼굴을 자주 비치고, 상당한 예능감각을 발휘한 덕에 뮤지션이 아닌 ‘감성변태’라는 별명과 함께 셀러브리티로 인식될 때도 많다. 이를 통해 유희열은 많은 것을 배웠을 게다. 그가 좋은 음악을 만들어온 뮤지션이며, 앞으로도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라는 것을 믿는다. 단지 음악 만들기에 몰두하던 유희열은 이제 좋은 음악들이 스러지지 않고, 세상에 들려지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최근 방송인으로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희열이 지금 준비 중인 토이의 새 앨범은 어떤 모습일까?

KakaoTalk_5902633bfc9d4863

어떤날: 베이시스트 조동익과 기타리스트 이병우의 듀오. 마니아, 뮤지션들 사이에서 단 두 장의 앨범만을 남긴 불세출의 프로젝트 밴드로 회자된다. 어떤날 1집은 전문가들이 선정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4위에 올랐다. 흔히 대중에게 잘 안 알려진 마니아들 사이의 최고의 뮤지션으로 회자되는데, 어떤날의 음반은 입소문만으로 이제까지 100만 장 이상이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희열은 여러 인터뷰에서 어떤날을 들으며 음악의 꿈을 키웠고, 조동익이 음악적인 롤모델이라고 누누이 말해왔다. 음악서적 ‘90년대를 빛낸 명반 50’에 실린 인터뷰에서 유희열은 어떤날에 대해 “음악도 음악이고 음악을 통해 비춰지는 인간적인 풍모, 그런 것들이 나의 청소년기를 지배했다. 음악, 가사, 재킷까지 너무위대해 보이고 멋져 보였다. 하나음악에 들어가고 그 수장인 조동익을 만나면서 나의 1집이 조동익의 영향을 안 받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도 유희열은 어떤날을 꿈꿀까? ‘오래된 친구’와 같은 노래를 꿈꿀까?

김장훈: 유희열은 김장훈을 통해 프로 연주자로 데뷔했다. 1990년에 둘은 만났다. 김장훈이 20대 후반, 유희열이 고3일 때 함께 밴드를 했다. 그때 김장훈의 성격이 괴팍해 밴드 멤버들은 다 도망가고, 둘만 남아 연주를 하고 다녔다고. 당시 김장훈은 유희열에게 “세상에 너 같은 또라이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장훈 1집에 유희열은 ‘햇빛 비추는 날’을 만들어줬다. 그 앨범에 조동익이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유희열과 조동익의 인연도 시작됐다. 이후 유희열은 자신이 앙망해온 하나뮤직 뮤지션들과 교류를 하기 시작한다. 결국 토이 1집도 하나음악에서 나오게 된다. 하나음악의 엔지니어 윤정오와 함께 팀을 이룬 토이의 1집에는 조동익, 이병우를 비롯해 장필순, 조규찬, 낯선 사람들의 멤버들 등이 참여했다. ‘하나음악 키드’였던 유희열은 자신이 존경해마지않던 이들과 그들의 품속에서 데뷔앨범을 준비했을 당시 기분이 어땠을까?

이승환: ‘어린 왕자’ ‘라이브의 황제’라는 수식어로 90년대 전성기를 보냈으며 2014년에도 여전히 ‘공연의 신’이라 불리는 가수. 유희열은 이승환의 밴드에서 건반을 연주했으며 앨범에 공동 프로듀서로도 참여하는 등 이승환의 든든한 음악적 조력자 역할을 했었다. 이승환의 밴드는 국내 최정상 급 연주자들로 꾸려져 왔다. 본래 파고다 헤비메탈 신 출신의 록 보컬리스트였던 이승환은 오태호, 정석원, 유희열 등 천재적인 아티스트들을 옆에 두고 음반을 만들었다. 유희열은 이승환 4집 ‘휴먼(Human)’(1995)에서 ‘변해가는 그대’를 만들었으며 5집 ‘사이클(Cycle)’(1997)에는 이승환과 함께 거의 공동 프로듀서 자격으로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이 음반에서는 이승환의 대표곡인 ‘가족’ ‘붉은 낙타’를 포함해 대부분의 곡들을 이승환과 함께 만들었다. 유희열이 곡을 빨리 쓰는 편이라 어떤 스타일의 곡을 부탁하면 뚝딱 만들어내 이승환이 놀랄 정도였다고.

정석원: 90년대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밴드 015B의 리더이자 작곡가, 프로듀서. 가요계에서 ‘얼리어답터’로 유명한 정석원은 90년대 초반 서태지, 신해철, 윤상과 함께 미디 등 컴퓨터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기존 가요와 차별화를 꾀했다. 이와 함께 90년대 초에는 파격적이었던 하우스 장르를 시도하고 감성적인 멜로디와 가사를 선보이는 한편 사회 비판적, 환경 보호 등에 관한 메시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정석원과 유희열은 둘 다 이승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둘을 번갈아 프로듀서로 기용했던 이승환은 “둘을 비교한다면 희열이는 부릴 수 있고, 석원이는 모셔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유희열은 015B의 6집 ‘식스 센스(The Sixth Sense)’에 참여했다. 이미 최고의 작곡가로 명성을 날리던 정석원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토이의 음악을 듣고 실력이 있다고 생각해 유희열과 함께 작업을 했다.

신해철: 록밴드 넥스트를 이끌고 있는 뮤지션, 신해철의 음악도시, 고스트네이션 등을 진행한 방송인. 정석원, 윤상 등과 함께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대표적인 아티스트로도 평가받는다. 유희열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신해철이 심야에 진행한 라디오 ‘FM 음악도시’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부터다. 당시 유희열은 입담과 음악적 지식으로 애청자들을 사로잡았고 급기야 신해철의 후임으로 1997년 10월부터 2001년 3월까지 ‘FM 음악도시’를 진행하게 된다. 당시 스타급 연예인들이 라디오 DJ를 하던 관행에 비춰봤을 때 유희열이 DJ를 맡은 것은 다소 파격이었다. 유희열은 ‘FM 음악도시’에 대해 “인생 통틀어 그렇게 좋아서 매일 열심히 했던 게 없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라디오 진행이 너무나 좋아해 독하게 매달렸을 정도라고. 유희열은 음악보다도 오히려 DJ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지누: ‘엉뚱한 상상’을 히트시킨 가수 겸 기타리스트, 3인조 밴드 롤러코스터의 베이시스트 출신으로 현재 히치하이커이란 이름으로 DJ 및 히트 작곡가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를 비롯해 SM엔터테인먼트의 소녀시대, 에프엑스, 샤이니 등의 곡을 만들었다. 유희열과는 이승환의 밴드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후 토이의 음반에도 참여하며 유희열과의 인연을 꾸준히 이어갔다. 지누는 이승환 뒤에서 기타를 쳤다가 롤러코스터를 할 때는 이상순에게 기타리스트 자리를 주고 자신은 베이시스트를 맡았고, 이후 DJ를 하며 전자음악을 하는 등 다양한 반경에서 탁월한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유희열과 지누는 소위 ‘천재’ 소리를 들으며 대중음악계에 입문해 다양한 반경에서 활동해온 공통점이 있다. 둘이서 함께 밴드를 할 때에는 유희열이 예능계에서 ‘감성변태’로 각광받고, 지누가 SM엔터테인먼트 아이돌그룹의 히트곡을 만드는 작곡가가 되리라는 것을 예상이나 했을까?

윤종신: 방송과 대중음악 사이를 오가며 활동 중인 가수. 유희열은 윤종신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5집 ‘우(愚)’(1996)에 윤종신과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1996년이면 유희열과 윤종신 둘 다 음악만 하던 순수한(?) 시절이다. 당시 유희열은 윤종신과 작업을 하면서 그가 가사를 쓰고, 곡을 배치하는 노하우를 배웠다고 한다. 단순히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음반의 콘셉트를 짜는 윤종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흥미롭게도 지금의 유희열은 윤종신처럼 회사를 이끌고 예능과 음악 사이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등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윤종신은 최근 방송에서 “내가 유희열에게 M&A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 우리 회사는 가수 회사고, 안테나뮤직은 뮤지션 회사 아닌가. 꼭 합칠 필요는 없지만, 안테나 뮤직과의 M&A라면 언제나 환영한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의외로 둘이 만드는 음악 스타일도 비슷한 점이 있다. 김예림의 노래 ‘보이스(Voice)’를 듣고 유희열은 “어, 이거 내 편곡 스타일인데?”라고 말하며 웃었다고 한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임과 동시에 현역 가수. 현재 SBS ‘K팝스타 시즌3에’ 유희열과 함께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둘이 ‘환상의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둘이 나이도 비슷해 방송에서 가끔 반말을 하기도 한다. 박진영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을 때 유희열은 “도대체 공기 반 소리 반이 뭐냐”고 말하기도 했다. 둘은 한국 대중음악계의 ‘극과 극’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전혀 다른 반경에서 활동했다. 유희열이 이승환, 015B, 윤종신 등의 음반에 작곡가로 참여하던 90년대 중반에 박진영은 방시혁과 함께 자신의 앨범 ‘썸머 징글벨’을 발표했으니 말이다. 공통점이라면 90년대부터 지금까지 긴 세월 꾸준히 현역으로 음악을 해왔다는 것 정도. 둘이서 ‘K팝스타’에서 ‘매력’을 보는 박진영, ‘재능’을 보는 유희열, 그 둘이 보여주는 미묘한 시각의 차이가 곧 국내 대중음악 안의 간극을 살며시 보여주는 것이리라.

전인권: 들국화 출신의 보컬리스트, 작곡가. 유희열은 최근 ‘스케치북’ 녹화 장에서 전인권을 처음 만났다. 유희열 세대의 국내 음악가들이 들국화를 존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유희열은 전인권을 처음 만났을 때 특히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급기야 유희열은 전인권의 단독공연에 깜짝 게스트로까지 서게 됐다. 유희열은 작년 들국화의 신보가 나올 당시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들국화가 없었다면 음악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들국화의 노래에서 나의 노래가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케치북을 통해 거장부터 아이돌까지 다양한 가수들과 조우한 유희열은 전인권과의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놀랍게도 전인권이 토이의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Who is next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단골 출연한 아이유와 함께 드라마 ‘드림하이’에 함께 출연한 김수현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온 박해진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 최진실 tru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