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정말 재밌다. 광고에 내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녹음하는 것도”

광고 성우로서 만난 김구는 유독 오프더레코드를 자주 부탁했다. 그만큼 그는 성우라는 직업군에 대해, 광고라는 분야에 대해 말을 아꼈고 조심스러워 했다. 그룹 코요테의 래퍼 출신인 자신이 정식 과정을 거친 성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만큼 그가 최근 ‘잘 나가는’ 광고 성우라는 사실이 있다. 만약 그가 보르도TV나 카페라테 등의 광고를 통해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더라면 그런 조심스러움 자체가 필요 없었을지 모른다. 이 미묘한 지점에서 아직도 광고와 TV프로를 통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들려주는 그의 생각이 궁금한 것은 그 때문이다.

요즘 광고에서 목소리를 자주 듣는다.
김구
: 물어보고 싶은 게, 들으면 바로 아나? 난줄?

“3년 동안 광고는 100개 이상 찍은 것 같다”

그런 경우가 있었다. ‘젠트라X’ 광고를 듣고 당신과 비슷한 목소리의 성우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당신인.(웃음) 그 후로 비슷한 목소리가 들리면 ‘아, 이건 김구 목소리구나’한다.
김구
: 그런가. 사실 광고를 시작한 초기에는 친구들만 알고 다들 몰랐다. 그러다가 ETN 연예뉴스 같은 곳에서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하는 식으로 보도해 좀 알려진 것 같긴 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요즘 정말 자주 듣는다. 광고는 언제부터 몇 편 정도 찍은 건가.
김구
: 3년 정도 했다. 광고 개수는 아마 100편이 넘을 거다. 요즘 베일이라는 밴드에서 활동하는데 여기 동료가 홈피를 만들어서 거기에 내가 했던 광고를 다 올려줬다. 그래서 세어 봤더니 100개는 넘었다. 요즘 자주 듣는다고 느낀다면 예전에 녹음했던 게 최근에 방송되는 경우가 많아서일 거다.

가장 먼저 녹음했던 건 어떤 광고인가.
김구
: 펩시 광고다. 베컴과 호나우지뉴가 중세 기사로 등장했던. MTV에서 성우 일을 하다가 그쪽 엔지니어의 아는 분이 내 목소리를 듣고서 의뢰를 했다. 내가 교포출신이니까 펩시를 영어식 발음으로 해달라고 해서 갔는데 생각해보니까 영어로 하나 한국어로 하나 ‘펩시’였다.(웃음) 그래서 그냥 ‘펩~쓰이’ 이렇게 하고서 ‘(한국어랑) 똑같은데요?’ 했는데 오케이가 났다. 녹음하고 나서 광고 관계자들이 ‘어, 누구야?’ 했던 건 ‘국민은행-비보이’ 편이었다. 그 다음부터 ‘그 목소리 했던 분으로 해주세요’라는 식으로 광고제작사로부터 일이 들어왔다.

처음부터 오케이는 잘 나는 편이었나.
김구
: 아니다. 국민은행 광고를 할 때는 MTV를 듣고 불렀다고 하기에 그런 식으로 하면 되겠다고 싶어서 차분하게 읽지 않고 “나~는! 비!보이다!” 이런 식으로 강세를 줬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하기에 난감해서 그냥 중얼중얼 읽으며 연습했다. 그런데 그걸 듣고 그대로 해보라고 해서 그냥 읽었더니 그게 자연스럽게 들렸는지 오케이가 났다.

펩시도 그렇지만 국민은행도 굉장히 큰 광고주다.
김구
: 굉장히 운이 좋았다. 국민은행 같은 경우, 하고 나서 광고하는 분들이나 프로덕션 분들이 못 듣던 목소리가 나오니까 흥미를 가지게 된 것 같다. 요즘 광고들 자체가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니까. 어차피 내가 아무리 훈련해도 전문 성우만큼은 안 된다. 관계자분들도 자연스러운 게 좋겠다 싶어서 나를 부른 거였다. 성우처럼 하려고 하면 오히려 톤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요즘 성우 분들께도 성우 같이 않게 일반인 같은 느낌으로 해달라고 요구를 해서 그런 연습을 한다고 하더라.

“광고에서 발음을 너무 굴린다고 해서 충격이었다”

시류에 맞는 목소리인 건가. 그런 면에서 영어 상표를 발음할 때 교포 특유의 발음이 유리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김구
: 어드밴티지는 있다. 가령 ‘스타일’ 같은 경우 너무 한국식으로 하면 조형기 아저씨처럼 되고, 너무 (굴려서) ‘스어따일~’이라고 하면 뒤의 한국말과 연결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중간 발음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조금 콤플렉스였다. 사실 교포들 사이에서도 한국말만큼은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에 다시 들어온 첫 날에도 혀 꼬부라진 소리 낸다는 소리 안 들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가 그러는 거다. ‘너 좀 굴리던데?’, ‘아, 영어를?’, ‘아니, 한국어를.’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만약 ‘7월’을 발음하면 ‘치루얼’한다는 거다. 난 처음에 놀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녹음실 갔을 때도 너무 굴린다고 해서 충격이었다. ‘일부러 굴리시는 거죠?’, ‘아니요, 안 굴렸는데요.’ 그러면 그쪽에서 의도적으로 굴려달라고 그러고. 나는 최대한 고치려고, 고치려고 하는데 가끔가다 그걸 오히려 좋다고 한다. 교포 발음처럼 해달라고 하면 뭔지 잘 몰라도 ‘네, 알겠습니다’ 하고 그냥 하던 대로 한다.

여러 가지로 트렌드에 맞는 톤과 발음이지만 그 안에서 약간씩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을 것 같다. 보통 성우에 대해 ‘천의 목소리’라는 표현을 쓰듯.
김구
: 원래 한 가지 톤만 냈었는데 언젠가부터 바꿔보았다. 내가 찾아야지 해서 그런 건 아니고 같이 작업해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내보라고 해서 내보다가 다른 목소리도 나는 경우가 있다. 만약 고급 자동차 광고 같은 경우 중년 목소리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본인이 노하우를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내 경우 아버지 목소리랑 똑같아서 어머니를 놀리려고 전화로 아버지 흉내를 낸 경험이 있다. 그래서 렉서스 광고를 녹음할 때 아버지 흉내를 냈더니 좋아하더라. 그에 반해 더 젊은 목소리를 내야할 때는 고등학교 때 여자애 집에 전화해서 그쪽 부모님이 받았을 때의 톤을 낸다. 최대한 성실하고 착한 모범생 톤으로. 또 고정 코너인 MBC <출발 비디오 여행> ‘트리비아’에서는 배우나 감독 인터뷰하는 게 되게 많다. 거의 일곱 명씩 나오기 때문에 혼자서 조금씩 톤을 바꿔가며 더빙을 했다. 심지어 여자 목소리까지도 내봤다. 그런 식으로 목소리가 하나하나 생겼다. 원래 성대모사 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평소에 자기가 뭘 할 줄 안다고 기록하진 않지 않나. 하지만 요즘은 새로운 톤이 나오면 그걸 잘 기억해놓는다.

성대모사? 어떤 사람들 흉내를 내나.
김구
: 할리우드 쪽을 많이 했다. 영화 <스타워즈> 같은 거 보면서 요다 흉내도 냈고. 특히 할리우드 영화 예고편 흉내를 많이 냈다. 돈 라폰테인이라고 거의 독점적으로 예고편 녹음을 했던 분이 있는데 그 할아버지 흉내를 많이 냈다. 그분 특유의 ‘In a world’ 같은 멘트들 있지 않나. 담배 한 스무 갑 피운 톤으로.(웃음) 그 톤으로 우리나라 영화 예고편에 써먹어보고 싶었는데 직접 해보니까 무슨 약장사 같았다. 대신 영화 <디스터비아> 한국어 예고편 때 돈 할아버지 흉내를 내서 목소리를 깔았더니 좀 낮고 음산하게 나왔다. 그 때부터 괴기스런 영화 예고편 일이 계속 들어왔다. 사실 영화 예고편 때문에 나를 부른 분들은 좀 지르는 걸 원했는데 나는 <아이언맨>의 경우도 좀 낮게 했다. 하지만 그분들도 다들 외국 트레일러를 많이 본 사람들이라 좋아했다.

굉장히 다양한 작업을 하는데 그 중 고정적인 일은 어떤 것이 있나. MTV와 <출발 비디오 여행> 정도가 떠오르는데.
김구
: 그 외에도 동아TV, 엠넷, tvN, 카툰 네트워크, 온게임넷 등 케이블 쪽은 고정으로 많이 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MTV는 조금 특별한 위치일 것 같다.
김구
: 물론이다. MTV에서 스팟 광고를 하던 Side-B의 테이크(임희택)는 원래 아는 동생이다. 얘가 임성훈 선생님 아들인데 자기 형인 임형택과 같이 MTV 성우 일을 했었다. 그러다가 형택이가 나가면서 MTV에서 좀 일반인 같은 목소리의 새 성우를 원했다. 그래서 내가 해보면 되겠나 싶었다. 어쩌면 어설퍼서 쓴 거다. 특별한 오디션 같은 거 없이 오자마자 그냥 인간적으로 써줬다. 그게 2003년쯤이다. MTV는 정말 고향이나 다름없다. 무료로 하라고 해도 할 수 있는 은인 같은 곳.

“아직 모자라니까 더 노력하면서 이 일을 평생 하고 싶다”

무료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 일로 생계는 확실히 유지되는 건가.
김구
: 그렇다. 현재 베일 활동도 하고 있지만 내 경우 솔직히 수익은 성우 일로 내고 있다. 적어도 음악을 배고프게 하지 않을 정도는 된다.

좀 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공중파 소속 전문 성우가 될 욕심은 없나.
김구
: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너무 어렵다. 아무 것도 모르고 광고 녹음을 했을 때는 틀리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내 발음이 새는 걸 알고 나니까 그 때부터 틀리기 시작했다. 더 힘들어졌다. 일을 시작한 초기에 어떤 분들이 ‘성우 시험 봐도 되겠네’ 할 때는 나도 그냥 ‘보면 붙겠는데’ 이랬는데, 해보면 해볼 수록 이건 하면 바로 떨어지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냥 이 자리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렇게 성우라는 타이틀로 인터뷰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 분야에 대해 많이 조심스러운 것 같다.
김구
: 그런 게 있지 않나. 옛날에 개그맨들이 판을 내면 가수들이 별로 안 좋게 보는 게 있었다. 그런데 이 일을 많이 하다보니 다른 성우들과 같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나는 그분들처럼 방송사 시험을 보고 들어가 경력을 쌓고 시간이 지나 프리랜서 자격을 얻어 나온 게 아니니까 아무 것도 모른 채 오는 게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조심한다. 그런데 다들 오히려 옆에서 이 발음은 어떻게 하는 게 더 쉽고, 감기 걸릴 땐 어떻게 발음을 하면 좋은지 친절하게 다 가르쳐주신다. 심지어 금전적인 부분에서 돈을 어떻게 받아야하는 지까지 말씀해주신다. 그런 만큼 난 더 조심스러워지게 된다.

혹 초반에 잘 몰라서 실수한 것도 있나.
김구
: 언젠가 같은 브랜드 녹음을 세 개 할 때가 있었다. 나는 같은 광고를 팀이 여러 개 나눠서 같이 진행하는 건줄 알았는데 사실 다른 광고사끼리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경쟁하는 중이었다. 원래 그런 상황을 광고사들이 서로 알면 안 되는데 그걸 모르고 전화 받으면서 ‘아, ㅇㅇ요? 지금 하고 있는데? 다음 스케줄도 ㅇㅇ인데’라고 했다. 녹음하면서 관계자들도 다 듣고 있는데. 그 때 듣다 못한 엔지니어가 데리고 나가서 얘기하면 안 되는 거라고 얘기해줘서야 알았다. 또 일이 들어오면 물어보는 게 실례인가 싶어서 묻지도 않고 그냥 승낙했다가 가서 보면 원래 내가 하던 프로그램과 비슷한 성향의 경쟁 프로그램인 경우인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한 얘기는 조심하게 된다.

어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은 재미있나.
김구
: 물론이다. 정말 재밌게 한다. 녹음할 때마다 긴장감도 있고, 목소리 녹음해서 광고 나오는 것도 재밌는 일이고. 특히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자부심도 느끼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광고 쪽은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광고 성우로서 평생 직업을 가지긴 어려울 것 같다. 대신 방송 내레이션 쪽을 꾸준히 챙기려고 한다. 더 오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내레이션 쪽은 실력이 아직 많이 모자라니까 더 노력하면서 평생 하고 싶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