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박지수 (2), 제 이야기는 이제서야 시작된걸요

박지수

영화 ‘마이 라띠마’는 배우 유지태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더 잘 알려진 영화다. 그러나 이주 여성의 서글픈 현실을 푸르스름한 화면 속에 담아낸 이 영화는 철저한 박지수의 영화이기도 했다. 영화는 지난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기 전 주인공 라띠마 역을 맡은 신인 여우의 정체를 꽁꽁 감추었고, 마침내 뚜껑이 열린 영화 속에 등장한 라띠마는 고스란히 라띠마로 기억됐다. 그래서 무대인사에 오른 박지수가 태국 여성 라띠마가 아닌 한국인 박지수라는 것을 알게 된 관객석 사이 웅성임이 감지되기도 했었다. 그만큼 신인인 박지수는 배역과 혼연일체가 된 연기를 펼쳤던 것이다.

그리고 박지수는 2013년 청룡영화제에서 그토록 고대하던 신인상 트로피를 품에 안고 펑펑 울었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것이 그토록 기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수상 소감에는 참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누군가의 눈에 그녀의 행보는 행운으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아도 그건 명백한 사실이긴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장 영화 ‘마이 라띠마’에 캐스팅됐다. 배우 유지태가 연출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그녀 역시도 이름 석 자를 알리는 것에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을 테니.

박지수

하지만 하루하루가 아까운 신인배우에게 대중 앞에 마이 라띠마로 나서기 직전 1년이라는 긴 시간을 숨죽이고 있어야 했던 일은 쉬운 기다림은 아니었을 터. 그래도 조바심을 느끼지 않으며 그 시간 동안 커피를 배우고, 요가를 배우며 자신을 다져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대중 앞에 나섰던 순간, 2012년 부산국제영화에 무대에 오르기 전 박지수의 가슴은 쿵쾅거렸다. 당시만 해도 소속사가 없었던 그는 지인이 운영하는 웨딩샵이나 동대문 시장 등에서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찾아다녀야 했지만, 지금 돌이키면 그 기억도 다 행복한 추억이 됐다.

“부산영화제에 작품을 가지고 간 것 자체가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어요. 비록 박지수라는 배우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 것이라 아무도 저를 알아보지는 못하셨지만, 굉장히 행복했죠. 그리고 그때 혼자 준비를 했던 경험 탓에 지금 소속사 스태프들이 하나하나 신경 써 주실 때 감사해요. 그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아니까.”

비단 주변부의 일 뿐 아니라, ‘마이 라띠마’의 마이 라띠마라는 캐릭터는 연기하기에 벅찬 인물이었다.

“마이 라띠마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타지에 살아 그 말을 다 털어놓지 못하는 인물이잖아요. 사실 아무 것도 모르는 신인인터라 현장에 뚝 떨어져있을 때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는데 그 점이 연기에 있어서는 도움이 되더라고요.”

박지수

가장 힘든 신은 역시 겁탈을 당하는 신이었다.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테이크도 많이 갔었고, 그만큼 벽에 몸을 던져야했다.

“그날은 정말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대체적으로는 졸업 이후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드렸었죠. 현장에서도 제가 제일 막내인 만큼 내 의견을 제시하기보다 배우는 입장에서 바라보자 생각했었고요.”

그 고통은 보상을 받았다. 데뷔작으로 영화제 신인상을 거머쥔 행운은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기운을 이어받아 올해 꼭 좋은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사극, 현대극 등 다양하게 작품이 들어오고 있어요. 최소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을 찍고 싶어요.”

아직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다는 듯 한 눈빛을 지닌 신인 여배우 박지수, 그녀가 그릴 2014년은 어떤 색감일까? 그것은 ‘마이 라띠마’와 푸르스름함과는 얼마나 간극을 띌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