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림│다비드의 재림

조각 같은 외모. 잘생긴 남성을 수식하는 이 진부한 표현이 모델 송재림에게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수사가 된다. CF 감독들이 강점으로 인정한 얼굴 측면의 뚜렷한 라인과 근섬유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상체는 덩어리를 붙이는 소조보단 칼로 공들여 깎아낸 조각에 가깝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출연한 카메라 CF 속 정지된 피사체들처럼 시간의 흐름이 멈춰진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와 눈이 마주치며 카메라를 찍기 직전처럼 숨을 잠시 멈추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더더욱. 하지만 패션 화보 안에서 움직이지 않는 조각으로 남아있던 그가 숨을 쉬고 입을 열 때, 심지어 최근 부산에 놀러가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느라 군살이 붙었다고 웃으며 고백할 때, 멈췄던 시간은 우리의 삶과 동일한 속도로 흐르기 시작한다. 그것은 조각상에 피가 돌고 숨이 트이던 피그말리온 신화처럼 신비한 경험보다는 아직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여기는 20대 중반 청년을 알아가는 친숙한 과정에 가깝다.

“섹시한 남자가 되기로 다짐했죠”

“예전에 시장통 보면 팬티도 안 입은 채 그냥 러닝셔츠만 걸치고 뛰어다니는 꼬맹이들 있잖아요? 그게 저예요.” 우리와 동일한 시간이 적용되는 순간 성장이라는 과정 역시 당연해진다. 그것은 캐리비안 베이 CF 속 스타일리시한 근육질 모델이 타고난 게 아니라는 걸 뜻하기도 한다. 재래시장을 뛰어다니며 자란 소년은 고2 전에는 키가 큰 것도 아니었고, 매력적일 것 없는 마른 체형이었다. 키가 크고 나선 연예인에 도전해보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한국의 고3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그 때는 입시문제집에 부록으로 있는 진로 가이드가 인생에서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인 거 같잖아요.” 그렇게 막연히 중앙대 정보시스템학과에 진학했지만 정작 그에게 길을 가르쳐준 건 학교가 아니었다.

집에서 독립해 생활하던 그는 호프, 고기집, 모텔 청소 등의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진로 가이드 바깥의 세계가 있었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서도 성공한 분들을 만나면 굳이 학교 공부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반대로 대학 나와 성공한 분들은 공부가 중요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정답이 없다는 걸 알았죠.” 어차피 정답이 없다면 원하는 걸 찾아 뛰어드는 게 맞다. 이제는 그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배우가 되고 싶었던 그는 지인의 도움으로 프로필 사진을 찍어 무작정 연예기획사에 돌렸다. 비록 성과는 없었지만 덕분에 갈 길은 더 명확해졌다. “그냥 깔끔한 스타일이었는데 다른 지원자들 사진과 섞이면 눈에 띄지 않았을 거 같아요. 그래서 다짐했죠, 섹시한 남자가 되기로.”

15초짜리 CF에 가둬둘 수 없는 청춘

그 다짐의 성공 여부를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현재 그의 모습 자체가 이미 완벽한 대답이니까. 하지만 이 성장기가 완성체가 된 현재의 송재림에서 멈추는 것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해 완성이란 없다. 거제도 출신 후배와 지내다가 어느새 경상도 억양이 입에 붙을 정도로 그는 아직 주위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불완전한 청춘이다. 이 지점에서 그는 단순히 숨 쉬는 조각상이 아닌 한 재밌는 20대 청년으로서의 매력을 갖는다. 가령 대화 초반부터 “솔직하게 말할게요. 학교는 그만둘 거예요”라고 거리낌 없는 태도를 보이고 차를 몰다가 신호 때문에 정지하는 경험에 대해 “우리는 통제 받고 있어요”라고 사뭇 진지하게 말하는 그는, 눈으로 보고 싶은 대상이기보다는 입과 귀로 대화하고 싶은 상대다. 단 몇 편의 CF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은 그의 최종목표가 여전히 배우라는 것은 그래서 기대되는 일이다. 단언컨대 송재림은 움직이고 말하고 웃고 고개를 갸우뚱할 때 더 매력적인 존재다. 그런 그를 정지된 사진이나 15초짜리 CF 속에 가둬놓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이지 않은가. 그에게도 우리에게도.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