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프는 왜 그렇게 게임을 잘 하는거야?

Q 꺅, 이번에 ‘1박 2일’ 봤어, 봤어? 거기 나온 스캇이란 미국인 정말 귀엽지 않아? 아무래도 내 인연은 바다 건너에서 찾아야 할까봐.
A 오랜만에 듣는 비명소리구나. 뭐, 이번 외국인 친구 특집에 나온 사람들 모두 다 재밌는 친구들이던데? 단은 완전히 예능 본능에 눈뜬 거 같고, 와프도… 와프 되게 괜찮지 않아? 한국말 잘 못해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Q 응, 와프도 되게 귀여웠어. 한국말이 서툴러서 절대음감 게임에서 약간 더듬는 것도 재밌고, 그런데도 열심히 해서 더 좋고. 그리고 몸으로 하는 게임은 정말 잘하던데? 물 위 달리기도 잘하고, 코끼리 코 3종 경기도 잘하고.
A 그치? 진짜 그거 보면서 역시 서아프리카 흑인들의 운동 능력에 감탄했다니까.

Q 아니, 그걸 보면서 그냥 흑인도 아니고 서아프리카 흑인이라고 꼭 집어 말해야 돼?
A 물론이지. 코트디부아르는 아프리카 서부 연안에 있는 나라잖아.

Q 그걸 몰라서가 아니라, 그럼 와프가 케냐 출신이면 동아프리카 흑인의 운동 능력에 감탄한다고 할 거야?
A 그건 아니지. 내가 굳이 지역을 얘기한 건 서아프리카 흑인들이 가진 유전적 강점 때문이야. 동아프리카 흑인들과는 다른 면이 있거든. 그건 이따 설명하겠지만 어쨌든 이번에 와프가 게임에서 보여준 능력은 그런 선천적 능력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될 거야.

Q 유전적 강점? 흑인은 탄력이 좋다, 뭐 그런 거?
A 어느 정도 맞는 말이야. 네가 말한 흑인의 스테레오 타입은 미국에 있는 사람들일 텐데 그 사람들 대부분의 유전적 조상은 바로 서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데려온 노예라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 탄력이라는 건 결국 순식간에 폭발하는 근육의 순발력인 건데 이건 근육 중에서도 속근의 영향을 크게 받아.

Q 속근? 속에 있는 근육?
A 아니 빠를 속(速). 말 그대로 빠르게 수축할 수 있는 근육이야. 반대 개념으로는 느릴 지(遲)를 쓰는 지근이 있고. 속근은 산소가 없어도 당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있어서 무산소 상태에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고, 지근은 산소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미토콘드리아가 많이 있어서 천천히 산소를 소비하며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야. 이렇게 말하면 또 머리 아프지?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속근은 순발력에, 지근은 지구력을 위해 사용되는 근육이라고 할 수 있어.

Q 그러면 네가 말한 서아프리카 흑인들에게 그 속근이 많은 거야?
A 그런 거지.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흑인들의 경우 속근이 전체 근육의 67.5%를 차지하는데 백인의 경우엔 59%래. 그에 반해 동아프리카 흑인들은 지근이 발달한 몸이거든. 육상 경기를 생각하면 굉장히 쉽게 생각할 수 있어. 단거리 달리기야말로 속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 세계기록을 세운 건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잖아. 그런데 자메이카의 흑인들의 조상 역시 영국이 이곳을 식민지화 하면서 데려온 신체 건강한 서아프리카 흑인들이야. 그리고 반대로 같은 대회에서 마라톤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아벨 키루이는 동아프리카인 케냐 출신이고. 제법 명확하게 나눠지지?

Q 그럼 종목이 달라서 그렇지 서아프리카 출신이든 동아프리카 출신이든 다 운동 능력이 좋은 거잖아.
A 네 말이 맞는데 기본적으로 현대 인기 스포츠 종목엔 지구력보다는 순발력이 필요한 종목이 많거든. 가령 농구의 경우 용수철 같은 탄력이 중요하다보니까 NBA의 주요 선수들 대부분이 흑인일수밖에 없지. 너도 아는 마이클 조단만 봐도 그렇잖아. 마이클 조단 이후 최고의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코비 브라이언트나 르브론 제임스 역시 흑인이고. 역시 빠른 다리가 중요한 미식축구에서도 흑인 선수들의 활약은 독보적이야. 물론 테크닉과 팀워크가 중요한 야구나 축구에선 흑인 선수들이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약물을 복용하며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 기록을 기록한 베리 본즈나,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전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인 행크 아론이 흑인이라는 건 제법 상징적이지. 그러고 보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흑인이네.

Q 네가 좋아하는 격투기는 어때? 효도르는 흑인 아니잖아.
A 네 말대로 효도르는 흑인이 아니고 현재 종합격투기에서 체급별 최강자로 꼽히는 선수 중에 흑인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야. 아까 말한 것처럼 테크닉이 중요한 종목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순발력 이상으로 지구력이 중요한 종목이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나는 조금 다른 이유를 찾고 싶어. 탁월한 격투 능력을 가진 흑인이라면 종합격투기보다는 복싱에 뛰어들 확률이 높다고 봐. 아직까진 대전료에서 비교가 안 되거든. 그렇게 볼 때 종합격투기에는 흑인 강자가 몇 안 되는 반면, 복싱에선 무하마드 알리부터 마빈 헤글러, 타이슨,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같은 흑인 영웅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야.

Q 그럼 신체적 능력에 있어서 흑인이 다른 인종에 비해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 거야?
A 상당히 위험한 단순화인데 스포츠라는 범주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그렇다고 볼 수 있어. 우사인 볼트보다 훨씬 전에 세계 육상을 지배했던 미국의 칼 루이스도 “흑인은 많은 경우 신체적으로 더 우월하게 만들어졌다”고 말할 정도니까. 물론 그게 정신력과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야. 다만 같은 노력을 했을 때 좀 더 빠른 성장을 보이는 선천적 능력이 있는 건 인정해야 한다는 거지. 실제로 일본에서 개그맨으로 활동하는 바비 올로건이라는 나이지리아 출신 흑인은 단시간의 트레이닝을 받고 나선 이벤트 종합격투기 시합에서 시릴 아비디라고 하는 프랑스의 유명한 K-1 선수를 이기기도 했어. 물론 K-1과 종합격투기는 다른 종목이지만 일반인에 가까운 바비 올로건이 전문 타격가를 이길 수 있는 건 타고난 신체적 능력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어. ‘1박 2일’을 보며 와프에게서 느낀 것도 그런 선천적 능력이야.

Q 네 얘길 들으니까 그럼 과연 한국인은 어떤 종목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는지 좀 궁금하다.
A 한국이야 태권도나 유도, 레슬링 같은 투기에 있어서 세계적 강국이지. 다만 그건 신체적 우위라기보다는 정신력과 엘리트 교육 덕이 더 클 테니까 신체적 우위라고 보긴 어려울 거 같아.

Q 왜, 그래도 김연아처럼 얼굴 작고 다리 긴 몸은 피겨 스케이팅에 적합한 몸 아니야?
A 연아신은 이미 인종을 초월하신 몸이고.

Q 그럼 너는 어때? 뭔가 신체적으로 남들보다 뛰어난 거 없어?
A 왜 이래, 잘 알면서. 기본적으로 많은 운동은 팔다리가 길어야 유리한데 나는 팔이고 다리고 목이고 다 짧잖아.

Q 긴 거 있잖아, 허리. 하긴 앉은키가 큰 걸 신체적 장점이라고 자랑할 수는 없나?
A …그렇지. 뭐, 네 몸 중에서 가느다란 건 숱 적은 머리카락뿐이라고 자랑하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닐까? 아앗, 제발 그 큰 주먹만은…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