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어쌔신>│당신은 어떤 대통령을 죽였습니까

당신 손에 총 한 자루가 쥐어졌다.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대통령에게 총구를 들이밀겠는가. 지난 31일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는 성패를 떠나 ‘대통령 암살’이라는 계획을 실천에 옮겼던 9명의 암살자들의 이야기, 뮤지컬 <어쌔신>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15명의 배우와 공동제작을 맡은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박용호 뮤지컬해븐 대표, 최성신 연출가, 김미숙 음악감독이 함께 했다.

뮤지컬 <어쌔신>(Assassins)은 한 나라의 원수인 대통령을 살해했거나, 암살하려 했던 시공간을 초월한 암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05년 국내초연 되었던 <어쌔신>에는 현재 TV와 무대를 바지런히 오가는 엄기준, 오만석, 김무열 등이 출연했으며, 그 후 4년 만에 공연되는 2009년 버전에는 현재 가장 핫한 강태을, 이창용, 한지상, 최재웅 등이 함께한다. 그들이 겨눈 대통령은 불멸의 연설을 남긴 링컨에서부터 세계사 시간에 수도 없이 들었던 뉴딜정책의 루스벨트,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유명한 닉슨까지 이어진다. 그동안의 많은 역사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기록되었다면, <어쌔신>은 암살자들의 시선으로 그려진 야사(野史)다. 최성신 연출가는 실제 역사에 존재했던 인물들인 만큼 그들이 ‘사람’이었다는 것에 주목하며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길 바란다”는 바람을 피력했지만, 한참 시간을 역주행중인 2009년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한 마이너리티들의 인생을 만나는 뮤지컬 <어쌔신>은 9월 26일부터 11월 8일까지 신촌에 위치한 더 스테이지에서 계속된다.

링컨 대통령 암살 존 윌크스 부스, 강태을
닉슨 대통령 암살시도 사뮤엘 비크, 한지상

배우였던 존 부스는 1865년 4월 남북전쟁에 대한 불만과 뜨거운 애국심으로 16대 링컨 대통령을 향해 총을 겨눈다. 이후 열흘간 한 농가에서 몸을 숨겼으나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초연 당시 엄기준이 연기했던 부스는 뮤지컬 <돈 주앙>으로 제3회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신인상을 받은 강태을이 맡는다. “<어쌔신>은 연극 같은 작품이다. 연습을 해나가면서 그동안 수동적이고 짜여진 틀 안에서 연기를 해왔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 직접 만들어내야 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즐겁다.” 사뮤엘 비크는 37대 닉슨 대통령이 재임하던 1972년 2월 항공기를 공중 납치해 백악관으로 자폭을 시도했으나 실패한다. 초연 당시 오만석이 연기했던 비크는 뮤지컬 <대장금>에서 모로 누워서도 쩌렁쩌렁 울리는 노래를 불렀던 중종, 한지상이 맡는다.

가필드 대통령 암살 찰리 귀토, 김대종
루즈벨트 암살시도 쥬세페 장가라, 이창용

돈으로 공직을 사려다 좌절을 맛본 귀토는 1881년 7월 모교를 방문한 20대 가필드 대통령을 저격함과 동시에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후 귀토의 두개골은 워싱턴 의학 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하였다. “이 작품에는 성패를 떠나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배경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들이 있다. 그들의 심정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힘든 순간들도 있었다. 초연 때는 앙상블이었고, 이번에는 암살자다. 그래서 2005년과는 다르게 작품의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 장가라는 1933년 2월 마이애미의 한 공원에서 지지연설 중인 루즈벨트 차기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열흘 후 전기의자에서 사형 당한다. 사람들은 그를 좌익과 우익 사이에서 평가하지만, 그는 그저 미국인이고 싶었을 뿐이었다. 장가라 역에는 뮤지컬 <쓰릴 미>, <내 마음의 풍금>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창용이 캐스팅 되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리 하비 오스왈드 겸 이 극을 이끄는 해설자 발라디어,
최재웅-이경수

오스왈드는 1963년 11월 달라스의 한 도서창고에서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를 암살한다. 김대종, 임문희 등도 2005년 공연에 참여했지만, 이번 2009년 <어쌔신>에서 최재웅만이 유일하게 초연 때와 같은 배역을 연기한다. “오래간만에 보니 많이 늘었다”는 신춘수 대표의 말대로 같은 배역을 통해 4년 간 다져진 그의 실력을 더욱 극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초연 때의 기억을 잊지 않고, 새로운 팀과 멋지게 공연하고 싶다. 그리고 2005년에는 형, 누나가 많았는데 이제는 동생들이 많아졌다. (웃음) 작품이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음습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블랙코미디적인 느낌이 많아서 연습하면서도 즐거웠다.” (최재웅)

맥킨리 대통령 암살 레온 촐고즈, 이석
레이건 대통령 암살 시도 존 힝클리, 김대명

광신적인 무정부주의자 레온 촐고즈는 1901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엑스포 리셉션 장에서 25대 맥킨리 대통령을 암살한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굉장히 많이 설레였다. 소극장 버전으로 오르는 실험적인 시도들이 흥미진진하다.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를 보고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를 사랑하게 된 존 힝클리는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1981년 3월 워싱턴 호텔에서 40대 레이건 대통령에게 총을 겨눈다. 최근까지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었던 그는 더 많은 일반 사회로의 복귀 시간을 허용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김대명이 맡은 이 캐릭터는 초연 당시 김무열이 연기했다.

포드 대통령 암살시도
사라 제인 무어 & 리넷 프롬, 최혁주 & 임문희

무어와 프롬은 38대 포드 대통령 살해하기 위해 총연습에 매진하지만 1975년 9월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나오던 그를 암살하지는 못했다. 무어 역에는 뮤지컬 <이블 데드> 이후 오래간만에 무대에 오른 최혁주가, 프롬 역에는 뮤지컬을 넘어 최근 연극 <날 보러와요>에서 백치미 가득한 미스김 역을 맡았던 임문희가 맡는다. “<어쌔신>은 무대 위에서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작품이다. 모든 배우들이 무대에서 함께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임문희)

관람 포인트
어쩔 수 없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음악도 ‘대통령 암살’이라는 소재도 독특하지만, 작은 무대 위에 9명의 배우들이 오밀조밀하게 등장하는 만큼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배우들이다. 특히나 최근 2~3년 사이 뮤지컬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여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관객들의 기대심리 역시 높다. 또한 중극장에서 소극장으로, 10인조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노 2대로 간소화된 무대와 음악은 오히려 극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용호 대표가 매력으로 꼽은 “복싱경기장에서 맛볼 수 있는 열기”를 배우들의 생생한 육성과 넘치는 에너지로 온몸 가득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되길 기대한다.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