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끓는 청춘’ 이세영 “또 서울 전학생? 제대로 ‘헉’하게 될 것” (인터뷰)

이세영
서울 전학생. 이세영을 떠올렸을 때 첫 번째 드는 생각이다. 드라마 ‘소나기’, 영화 ‘아홉살 인생’ 등 아역 시절 주연을 맡았던 작품에서 이세영은 ‘서울 전학생’이었다. 벌써 10년 전 작품인데도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성인이 된 그녀는 여전히 서울 전학생이다.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 이세영은 홍성 농고에 전학 온 서울 전학생 소희를 연기했다. 예쁘장한 외모와 새침한 모습, 서울 전학생으로 딱 맞다. 이세영만큼 서울 전학생이 잘 어울리는 이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서울 전학생은 이세영이 벗어 던져야 할 무거운 짐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던 터였다. 그럼에도 ‘피끓는 청춘’을 택한 이유,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울 전학생이지만, 다 같은 전학생은 아니다. 이세영 말처럼, 영화를 보고 나면 ‘헉~’하고 놀랄 게 분명하다. 서울 전학생 그리고 20대 대학생 이세영을 직접 만났다.

Q. 오랜만에 영화 출연이다. 지난해 ‘무서운 이야기2’에도 출연했지만, 그건 카메오 출연이었고. 이런 인터뷰 자리가 조금은 낯설기도 하겠다.
이세영 : 성인 되고 나서 영화 하는 건 처음이다. 지난해 ‘무서운 이야기2’를 찍었지만, 그땐 민규동 감독님과의 인연으로 카메오 출연한 건데 주연으로 올라간 거다.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영화 들어간 건 ‘피끓는 청춘’이 처음이다.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Q.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방금 말 한 것처럼 성인 되고 나서 첫 영화라서 많은 고민 끝에 선택했을 것 같은데.
이세영 : 시나리오를 매우 재밌게 봤다.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한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을 정도다. 그리고 내가 할 캐릭터를 봤을 때 또 전학생인가 싶었다. 그런데 단순히 전학생만은 아니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비밀이 있었다. 관객들에게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감독님 만나 뵙고 대화하면서 재밌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중간중간 재밌는 부분이 많았다.

이세영
Q. 맞다. 사실 영화에서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또 서울 전학생이야’란 생각을 하긴 했다. 벌써 10년 전이지만 ‘아홉살 인생’(2004)의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이세영 : 그렇게 (서울 전학생을) 많이 하진 않았는데 첫 주연이다 보니 ‘아홉살 인생’ 이미지가 큰 것 같다. 그 뒤에 드라마 ‘소나기’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교과서에도 많이 나온다. ‘아홉살 인생’, ‘소나기’ 그리고 영화 ‘열세살, 수아’도 나온다. 나만큼 많이 나오는 배우 없을 거다. (웃음).

Q. 어찌 됐던 서울 전학생 이미지는 벗어야 할 이세영의 고정된 이미지다.
이세영 : ‘아홉살 인생’, ‘여선생 VS 여제자’ 등 그 즈음 예쁜 역할을 했고, 다른 이미지를 주고 싶어 ‘열세살, 수아’를 한 거다. ‘열세살, 수아’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으나 아무래도 그때 그 느낌이 강해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영화는 그런 고정관념을 영화를 보다가 제대로 ‘헉’할 거라 믿고 있다.

Q. 이번엔 약간의 반전 인물이다. 갑자기 화장실에서 교복을 벗는데 조금 놀라긴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박보영과 격투도 인상적이었다.
이세영 : (화장실 격투신이) 얼마나 잘해야 하는 장면인지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부담과 압박이 컸다. 싸우는 신인데 가짜인 게 티 나면 재미없게 된다. 그렇다고 여러 번 가면 서로 힘들어진다. 다칠까 봐 걱정도 되고, 찍고 나서도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 후시 녹음하면서 봤더니 진짜로 싸우는 것 같이 보여 재밌었다. 보영 언니 걱정을 많이 했는데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다. (웃음).

Q. 화장실 격투신이 나왔으니 좀 더 물어보면, 어떤 합이 주어진 게 아니라 그냥 막 싸우라고 했다던데.
이세영 : 처음에 합을 보여주는 데 발차기하고, 싸우다가 어디로 들어갔다가 벽에 부딪히고,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데 살짝 작위적인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워낙 긴장한 상태였는데 합을 짰으면 NG가 수십 번 났을 거다. 그리고 내가 잘할 줄 알았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덜컥 겁나긴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자들끼리의 싸움처럼 보이길 원했고, 일단 머리를 잡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막 휘두르게 됐다. (웃음). 만약 합을 짰다면 리얼하게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이세영
Q. 그런데 그 장면 찍고 나서 울었다고 하던데, 왜 운 건가.
이세영 : 여려서 그런가. (웃음). 그만큼 긴장을 많이 했다가 끝나니까 긴장이 풀리면서 눈물이 난 것 같다. 뭔지 모를 서러운 느낌도 들었고. 아프거나 슬퍼서 운 건 절대 아니었다.

Q. 본인 스스로 이 장면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궁금할 것 같다.
이세영 : 전혀 예상을 못 하면 좋겠다. 청순가련한 전학생이란 사실만 알고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 비밀이 있는 전학생으로 포장을 해줬으면 좋겠다. (웃음).

Q. 이세영이 생각하는 소희는 어떤 학생이었을 것 같다. 사실 소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는 건 아니다. 스스로 어떤 설정을 만들었을 텐데.
이세영 : 소희에 대한 비하인드가 없긴 하다. 중길, 영숙 말고는 엮이는 사람도 없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친구는 학교에 미련도 없고, 친한 친구도 없는 아이다. 티 나지 않게 무심한 척하는 그런 느낌으로 캐릭터를 잡았다.

Q. 다른 사람들은 사투리 쓰는데, 서울 전학생이란 설정 때문에 서울말을 쓴다. 혼자 그러다 보니 어색한 것도 있었을 것 같다.
이세영 :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대화할 때는 나도 사투리를 썼다. ‘식사하셨는감.’ 이러면서 말이다. 그리고 촬영 들어가면 서울말 쓰고. 극 중에선 쓸 일이 없으니까 대기하거나 평상시에 일부러 사투리를 쓰면서 놀았던 것 같다.

Q. 원래 서울 태생 아닌가. 사투리를 알고 있었던 게 아닐 텐데.
이세영 : 전부 사투리를 쓰다 보니 같이 쓰게 됐다. (웃음).

이세영
Q. 요즘 ‘핫’한 이종석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 주위 또래들의 시샘 좀 받았겠다.
이세영 : 사랑을 듬뿍 받진 않았다. 심적으로는 좋아하는 설정이지만, 겉으론 밀어내는 거였으니까. 극 중 사랑이 잘 표현된 건 롤러스케이트 탈 때인 것 같다. 또 어두컴컴한 시골 길을 걸을 때 자전거 페달을 돌려서 불빛을 내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이 풋풋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 그리곤 카사노바다.

Q. 현실에서 그런 스타일을 만나면 어떨 것 같나.
이세영 : 말 잘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웃음).

Q. 1980년대 지방 소도시가 배경이다. 태어나기도 한참 전이고,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이다.
이세영 : 신기한 게 많았다. 또 인지하지 못했던 소품들에 대한 반응을 듣는 게 신기했다. 또 교복도 옛날 교복이라 촌스러울지 알았는데 굉장히 예뻤다. 그리고 실제 내가 모르는 것처럼 극 중 소희도 모르는 거다. 그런 요소요소들이 본의 아니게 맞아 떨어졌다.

Q. 어머님께 이것저것 물어봤겠다.
이세영 : 어머니도 조금은 앞세대이긴 하지만, 그래도 경험을 했으니까. 이것저것 여쭤봤더니 웃으시면서 진짜 그랬다고 하더라. 또 나는 여중, 여고를 나왔지만, 극 중에선 남녀 공학인데 남자 반, 여자 반 따로 있는 것도 신기했다. (웃음).

Q. 이세영의 학창 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아역 활동을 했던 터라 조금은 남다른 학창 시절이었을 것 같다.
이세영 : 극 중 소희는 주목을 받는데 실제 나는 그러지 않았다. 눈에 띄게 예쁜 게 아니어서. (Q. 그건 아닌 것 같다.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닌가.) 정말 예쁘면 교문 앞에 찾아올 법도 한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조용하고 순탄한 학교생활을 했다. 교복 입고 똑같이 행동하니까. 그러다가 영화 개봉할 때 즈음 신기해하는 정도였다. 남녀 공학이었다면 빗질이라도 했을 텐데 여중, 여고를 나오다 보니 그런 것도 덜 신경 썼던 것 같다. 조용히 사는 게 모토였다. (웃음).

이세영
Q. 보통 아역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작품 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이세영 : 중학교 3학년 때 ‘열세살, 수아’를 찍었는데, 이 작품 이후 성인 되기 전까지 더이상 (작품을) 안 하려고 했다. 그때 학창 시절 재미도 맛보기 시작했다. 학생이니까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 활동하는 걸로 어머니하고 얘기했다.

Q. 그런데 다시 시작할 때 불안감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세영 : 아직 어린 나이기도 하고, 다시 하면 될 거로 생각했다. 상업적인 작품을 많이 안 해서 노출도 많이 안 됐다. (웃음). 이번 작품을 계기로 좀 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

Q. 올 1월 프레인과 소속사 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어머니와 쭉 같이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이세영 : 사실 늦어진 이유가 있다. 학창 시절에는 쉴 생각인데 강제로 시키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이 있었다. 그리고 20살, 성인이 됐을 때 하고 싶었는데 막상 계약하려고 하니 어떤 회사가 좋은지 정보가 전혀 없는 거다. 계약하는 건 중대한 거니까 좋은 인연이 닿길 기다렸다. 지난해 작품이 연달아 겹치면서 쉬는 날이 거의 없었는데 그러면서 지금 소속사와 연이 됐다.

Q. 어머니 입장에선 시원섭섭했겠다.
이세영 : 오랜 시간 붙어 다녔으니까 허전할 수 있는데 반대로 내가 너무 어머니 인생을 차지한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다. 어머니도 회사 선택에 걱정 많이 하셨는데 신중하게 결정한 만큼 걱정은 덜 하실 거로 생각한다. 아마 딸을 시집보내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또 한편으론 계약하는 날 후련하셨을 것 같기도 하고. (웃음).

Q. 이제는 새로운 이세영을 만들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아역 아닌 성인 배우로서 느낌도 드러내야 할 것 같다.
이세영 : 우선 학교 졸업을 빨리하는 게 계획이다. 그리고 작품도 작품인데 우선은 배우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나이를 떠나 여자는 여자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느낌을 주고 싶다. 여성스러운 느낌도 좋고, 설레는 느낌도 좋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