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 “이민수 김이나 편하면서도 어려운 존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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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을 볼 때마다 놀란다. 자그마한 체구로 어떻게 그렇게 도전적이고, 농염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특별하게 섹시한 외모도, 폭발적인 성량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가인은 발군의 표현력과 퍼포먼스를 통해 가수로서 매번 자신의 색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일반적인 걸그룹이 지닌 인공적인 귀여움, 섹시함, 청순함은 가인에게서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그러한 범주에 끼워 맞출 필요가 없어 보인다. 가인의 독특한 매력은 그런 것들을 가볍게 뛰어넘기 때문이다. “브라운아이드걸스 시절부터 음악이 대중적이기보다는 마니아적이었요. ‘아브라카다브라’가 특히 그랬죠. 그래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죠.(웃음) 전 어떤 고정된 이미지가 없잖아요. 그래서 대중이 매번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할 일이죠.(웃음)”

2006년 브라운아이드걸스 막내로 데뷔했던 때가 19살, ‘아브라카다브라’로 가요계를 들었다 놨을 때가 22살, 그리고 첫 솔로음반 ‘스텝 2/4(Step 2/4)’를 발표한 것이 23살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겉모습은 앳되다. 하지만 매 솔로 앨범마다 가인은 파격적인 이미지를 통해 그 나이대의 여성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줘 왔다. 탱고적인 리듬을 가미한 ‘돌이킬 수 없는’, 소녀가 사랑(성)을 통해 성숙한 여성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담은 ‘피어나’ 둘 다 표현이 쉽지 않은 곡들이었다. 하지만 가인은 매번 멋지게 해냈다. 누구도 그녀보다 잘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 번째 미니앨범인 ‘진실 혹은 대담(Truth Or Dare)’를 통해서는 또 어떤 예상치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까? 또 능숙하게 해내보이겠지. 그녀는 가인이니까. 지난 1월 20일 새 앨범 발매를 앞둔 가인을 텐아시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Q. 이제 세 번째 솔로앨범이네요. 브라운아이드걸스까지 합치면 이제 데뷔한 지 거의 10년이 다 돼 가요.
가인: 벌써 그렇게 됐네요. 지금은 작업을 잘 마무리하고 뿌듯한 상태예요. 며칠 전에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가인 하면 생각나는 대표곡이 없다고. 오래 활동해왔지만 아직은 신선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보여줄 것이 더 많은 거죠. 그래서 대중이 매번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할 일이죠.

Q. 매 앨범마다 강렬하고 도발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요. 이번 ‘진실 혹은 대담’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나요?
가인: 매 앨범 타이틀곡에서 가사를 써주신 김이나 작사가님이 제 나이에 맞는 여성성을 잘 짚어내셨어요. 1집의 ‘돌이킬 수 없는’이 나왔을 때 제가 스물세살이었는데, 그때는 사랑이 좀 불안정하잖아요. 정말 사랑의 아픔 때문에 죽음을 생각할 수도 있는 당돌한 때죠. 그 연령대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2집의 ‘피어나’는 20대 중반의 여성이면 충분히 공감하고 아름답게 이야기할 수 있는 ‘첫 경험’의 이야기를 그렸고요. 이번에는 27~28살의 여성들이 보여주는 당당함, 수동적이지 않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표현하고 있어요. 전보다 더 대담해졌죠.

Q. 미리 싱글로 공개되는 ‘퍽 유(Fuck You)’는 제목부터 상당히 세요.
가인: ‘퍽 유 돈 원 잇 나우(Fuck you, don’t want it now) 당연한 것처럼 네 곁에 눕기는 싫어’ 이게 사비 가사예요. 연인이 오래 사귀다보면 남자들은 그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취급할 때가 있잖아요. 가령, 곡 가사처럼 여성은 남성 옆에 눕기 싫을 때도 있는데, 사랑을 나누기 싫을 때도 있는데 남자는 그걸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죠. 여성은 죽을 때까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난 네가 날 당연하게 취급하는 것이 싫어. 이제 이렇게는 안 할래”라고 말하는 거죠. 저는 아쉽게도 아직 연애를 오래 해보지 못해서, 그 감정을 아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요.(웃음)

Q. ‘돌이킬 수 없는’ ‘피어나’에서는 특히 스토리텔링적인 부분을 가인이 잘 표현해낸 것 같아요. 퍼포먼스에서 다소 야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게 선정적이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들렸어요.
가인: 뮤직비디오를 보면 왜 이 여자가 ‘퍽 유’라고 하는지 잘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충분히 욕을 할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실제로 저 같아도 욕을 날렸을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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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인은 섹시한 퍼포먼스에 강점이 있잖아요. 섹시한 이미지 부담스럽지 않나요?
가인: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 능청스러워진 것 같아요. 너무 능청스러워지면 매력이 반감되는데.(웃음) 요새 나오는 걸그룹들이 특히 섹시한 퍼포먼스를 많이 하잖아요. 고충이 많을 거예요. 무대에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외부에서 보기에는 너무 선정적으로 비쳐질 때가 많잖아요. 섹시함만 보고 음악을 생각하지 않게 되는 거죠. 그걸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안타까운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전략을 잘 세울 필요가 있어요. 섹시함과 스토리, 그리고 음악이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하죠. 저도 전략을 잘 세워야 하는 가수랍니다.(웃음)

Q. 섹시함 외에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많을 것 같아요.
가인: 제가 섹시한 이미지에만 집중한다고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대중은 ‘섹시해보이려고 하는 여자아이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거라고 봐요. 하지만 저와 저희 팀이 정말 음악적인 면에 심혈을 기울여요. 같이 작업하는 팀(조영철 프로듀서, 이민수 작곡가, 김이나 작사가 등)이 무조건 섹시하게 하면 먹힌다는 마인드가 아니라, 음악 안에 존재하는 정서, 표현하려는 스토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전 그런 것을 잘 표현해내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제가 굉장히 감동적인 노래 실력을 가진 가수가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직접 곡을 쓰는 싱어송라이터도 아니에요. 하지만 전 프로덕션팀이 만든 음악에 자신의 색을 불어넣어 제대로 표현해내는 것도 아티스트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전 그런 부분에 심혈을 기울이는데, 섹시함만 보시면 섭섭하답니다.

Q. 섭섭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1~2집이 모두 평단에서도 반응이 좋았어요. 걸그룹 출신 여가수로는 이례적인 경우였죠.
가인: 제 음악이 대중적인 면보다 마니아적인 면이 강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가 특히 그랬죠. 평론가들 반응도 좋았고, 대중적으로 인기도 많았고요.

Q. 가인의 최대 강점은 표현력인 것 같아요. 몸을 바쳐서 표현해낸다는 느낌을 받아요. 독해 보일 때도 있고.
가인: ‘돌이킬 수 없는’에서는 번진 화장, 싸우다가 뛰쳐나온 맨발, 한쪽만 남은 귀고리, 그런 이미지들을 제가 직접 제안했어요. 그런 게 예쁘지는 않겠지만, 그런 상황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피어나’는 어머니의 경험담을 많이 들었어요. 지금의 저는 첫 키스와 같은 경험들을 아련하게 떠올릴 나이는 아직 아니잖아요. 아직 젊으니까. 그런데 어머니 나이에서는 첫 경험이나 첫 키스에 대한 이야기를 아련하고, 또 아름다운 추억으로 이야기하실 수 있어요. 그런 코드를 제 나름대로 표현한 것이죠. 그건 음란한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것이잖아요. 그런 음악에 담긴 의미들을 잘 담으려 노력했어요. 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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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 앨범 이야기를 더 해봐요. 이효리 씨가 ‘블랙 앤 화이트(Black & White)’를 써주셨어요. 대표적인 여가수 선배가 곡을 줬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전문 작곡가가 아닌 사람의 곡을 받은 거예요.
가인: 효리 언니와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게 저에겐 큰 영광이었죠. 이 곡이 효리 언니가 작곡가로서 첫 작업 대상이었고, 저도 가수 출신 선배와 함께 작업한 것은 처음이에요. 제가 언니의 ‘미스코리아’와 같은 곡을 좋아해서 기대를 많이 했어요. 저에게 어울리는 곡을 주셔서 무척 감사하죠.

Q. 수많은 여성 가수들이 중에 ‘포스트 이효리’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잖아요. 가인도 그중 한 명이 아닌가요?
가인: 제가 보기에 포스트 이효리는 절대 안 나올 것 같아요. 언니와 직접 작업을 해보니 풍기는 아우라가 대단하세요. 언니는 삶에 드라마가 많잖아요. 그런 것과 음악이 같이 간다는 느낌을 받아요. 지금 걸그룹은 제약이 많기 때문에 자신의 삶이 묻어나는 음악을 하기는 힘든 면이 있죠.

Q. 당신이 보여줘야죠.
가인: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전 억지로 섹시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한 여성이 멋진 삶을 살고, 그 삶이 음악에서 묻어나는 게 정말 섹시하다고 느껴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죠.

Q. ‘우결’에서 남편 역할을 맡은 조권 씨랑은 ‘큐 앤 에이(Q & A)’에서 듀엣으로 함께 했네요.
가인: 우리는 지금 만나도 풋풋하고 재밌게 애들처럼 놀아요. 원래 그런 성격들이 아닌데 둘이서는 그래요. 예전처럼 ‘여보’가 되죠.(웃음) 그런데 ‘큐 앤 에이’는 헤어지기 직전의 연인의 감성을 그린 발라드거든요. 그래서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집중력을 발휘해 무사히 녹음을 했어요. 둘 다 순간 집중력이 최고거든요. 오래 가지 않아서 그렇지.

Q. ‘큐 앤 에이’는 박진영 JYP 프로듀서가 만들었어요.
가인: 진영 오빠 곡을 녹음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제가 오빠에게 발라드를 달라고 졸랐어요. 오빠의 발라드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어린 시절부터 진영 오빠가 만든 임정희 언니의 곡들을 연습 많이 했어요. 지오디 곡 중에서도 발라드를 특히 좋아하고요.

Q. 타이틀곡 ‘진실 혹은 대담’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페이크 다큐 형식의 뮤직비디오라고 들었어요. 내용이 재밌을 것 같아요.
가인: ‘소문’이라는 주제를 다룬 곡이예요. 전 리듬적인 부분을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처음 도전하는 펑키(Funky)한 리듬이거든요. 지금까지 곡들은 소리가 겹겹이 들어간 꽉 찬 사운드를 들려줬다면, 이 곡은 악기를 최대한 빼서 공간이 많은 미니멀한 사운드예요.

Q. 아직 곡을 들어보지는 못했는데, 미니멀한 펑크(Funk) 곡이면 혹시 작년에 미국에서 히트를 쳤던 로빈 시크의 느낌인가요?
가인: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그런데 ‘블러드 라인스’가 펑크(Funk)인가요?

Q. ‘블러드 라인스’는 최근의 어반한 펑크와는 많이 다르죠. 60년대 고전적인 펑크 계열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인: 민수 오빠가 예전 음악을 정말 좋아하셔서 그런 쪽의 음악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진실 혹은 대담’은 제 느낌이 잘 살았어요. 들어보시면 ‘역시 가인의 색이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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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브라운아이드걸스 ‘아브라카다브라’부터 ‘돌이킬 수 없는’ ‘피어나’, 그리고 이번 타이틀곡 ‘진실 혹은 대담’까지 모두 이민수 작곡가, 김이나 작사가의 곡으로 활동하잖아요. 이제는 가인과 뗄 수 없는 존재들이에요.
가인: 하나의 앨범은 공동 작업이잖아요. 음악적으로는 저랑 너무 잘 맞아요. 두 분은 저에게 있어서 편하면서도 어려운 존재예요. 두 분이 저에게서 느껴지는 것을 모티브로 곡을 쓰시기 때문에, 제가 그 분들께 어떻게 비쳐지느냐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나름 신경을 쓰는데 항상 간파당하고 깨지곤 해요. 어떻게 보면 그 분들은 저를 깨트리는 역할을 하시는 거죠. 그런데 그 깨짐 속에서 좋은 음악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Q. 열아홉에 데뷔해 스물여덟이 됐어요. 어느덧 데뷔 10년차를 바라보고 있다. 실감이 나요?
가인: 이제 무서울 것이 없죠.(웃음) 아주 재밌었던 때는 브아걸 초기였던 것 같아요. 남들 신경 안 쓰고 음악 할 때였으니까요. 점점 보는 눈들이 많아지다 보니 신경 쓸 것도 많아져서 예전처럼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점점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여유가 생기는 반면 아직도 헷갈리는 부분이 많답니다. 사실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요.(웃음)

Q. 가인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목표가 있다면요.
가인: 그 나이에 맞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지금은 이런 음악, 또 스물아홉, 서른에는 그때에 맞는 음악을 해야죠. 뮤지션 자신의 드라마, 히스토리가 담긴 음악.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에이팝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