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다음에는 또다시 숙녀로 가야겠다” (인터뷰)

박보영
소녀 같다. 귀엽다. 박보영을 떠올렸을 때의 느낌이다. 아담한 체구와 통통한 볼살은 그런 이미지를 더 극대화 시킨다. 그러다가 ‘늑대소년’을 만난 박보영은 원 없이 사랑했고, 소녀보다 숙녀에 가까웠다. 소녀로만 보였던 그녀는 어느샌가 그렇게 성장해 있었다. 본인 스스로 소녀와 숙녀의 경계선에서 어느 정도 그 실마리를 풀었다는 말을 남겼다. 앞으로 한층 더 여성스러움을 담은 박보영의 모습을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그녀의 선택은 다시 교복이다. 그것도 ‘일진’. 박보영과 일진,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삐딱한 걸음걸이와 목을 두른 파스 그리고 욕설 등이 박보영을 형성했다. ‘피끓는 청춘’에서 박보영은 영숙으로 또 한 번 그렇게 변신했다.

Q. 오랜만에 다시 교복 꺼내입은 소감이 어떤가.
박보영 : 교복 아주 좋았다. 사람이 옷에 따라 달라진다고 진짜 걱정도 없고, 친구들하고 노는 것 같아 재밌었다. 나이 차가 살짝 있는데도 교복 입고 만나면 다들 친구 같다. 그리고 교복 입었을 땐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이 생긴다. 뭘 해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거 있지 않나.

Q. ‘늑대소년’ 인터뷰 당시 소녀와 숙녀의 경계선에서 자연스럽게 넘어가려고 하는데, ‘늑대소년’으로 그 실마리를 어느 정도 풀었다는 말을 했다. 그런 점에 비췄을 때, 이번 선택은 좀 의외다. 다시 어려진 모습인데.
박보영 :
할 수 있는 게 많진 않다. 비슷한 걸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있고. 그래서 강박은 없다.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조금 더 안 했던 모습을 보여주면 더 감사할 뿐이다. 영숙은 교복을 입긴 했지만, 마냥 밝고 귀여운 역할은 아녀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음에는 또다시 숙녀 쪽으로 가야겠다. (웃음).

Q. 물론 ‘파격’이란 점에서 그 선택이 아쉬운 건 아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서 신선하긴 했다. 그 점이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이유였던 것 같은데.
박보영 :
천생 여자 스타일은 아니다. (웃음). 그래서 시골스러운 것도 잘 어울리고, 원래 시골 출신이어서 그런 게 또 편하다. 영숙, 순이(‘늑대소년’), 정남(‘과속스캔들’) 등 이름도 좋다. 서구적 외모가 아니어서 세련된 이름은 잘 안 어울린다. 서울여자처럼 생기진 않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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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처음 등장할 때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삐딱한 표정도 잘 어울리고. 고교 시절 좀 놀아본 것 같다. (웃음)
박보영 :
액션 비슷한 건 처음이다. 기술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부분이 꽤 있었는데 너무 힘들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영숙이는 뭔가 깡이 있는 아이지, 싸움을 엄청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으면 했다. 체구도 작은데 화려하고, 멋있게 싸움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초반 액션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 끝에 합의점을 찾은 거였다. 더 멋있는 게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내 의견을 많이 이해해 주셨다.

Q. 이세영과 화장실 격투신(?)도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박보영 :
그땐 또 합 짜는 걸 원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서로 주고받는 합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정말 리얼한 막 싸움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그래서 일단 머리 잡고, 막 휘두르고. 그게 정말 리얼한 싸움이다. (웃음)

Q. 직접 그렇게 싸웠던 경험이 있는 건 아니고.
박보영 :
아니다. (웃음) 중학교 때 목격한 적은 있다. 그땐 소심해서 말릴 용기도 없고, 교실 앞에서 구경만 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Q. 박보영의 실제 학창 시절이 궁금하다.
박보영 :
시골이다 보니 연기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 반, 싫어하는 친구 반이었다. 처음에는 머리를 길렀는데 주변에서 이상한 말 나오는 게 듣기 싫어 규정에 더 맞추려고 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학교생활 못 하면 나중에 연예인도 못 한다’, ‘일하느라 공부 안 한다’ 등의 말을 듣기 싫어서 열심히 했다. 다행히 수능 보고 학교에 갔다. 그리곤 비슷하다. 학교에 매점이 없어서 선생님 몰래 뭐 사 먹기도 하고. 증평에서 50분 정도 버스 타고 가야 하는데, 사람이 많으면 태워주지 않고 그냥 간다. 그러면 당연히 늦게 된다. 학교 담 넘다 걸려서 운동장 10바퀴 돌기도 했고.

Q. 학교 다닐 때 소위 ‘일진’과 얽힌 건 있나. 가령 친하게 지냈다거나.
박보영 :
 도망 다녔다. (웃음) 언젠가 일진 언니랑 눈이 마주친 적 있다. 일진 언니가 째려본 게 아니라 시선을 돌리다 나랑 마주친 건데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너무 무서웠다. 이번에도 그 언니들 생각을 많이 했다.

박보영
Q. 그래도 고민은 꽤 많았겠다. 아담한 체구고, 여전히 귀여움이 묻어나는 얼굴인데 일진을 표현한다는 게 자칫 우스워 보일 수도 있다. 극 중 김영광과 연합을 이루는데 키 차이가 어마어마하던데.
박보영 :
근데 생각해보면, 덩치 크고 무섭게 생긴 사람만 일진인 건 아니다. 안 그렇게 생긴 사람이 꼭 일진에 있다. 그걸 살리려고 했다. 클로즈업을 많이 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클로즈업을) 안 좋아하더라. 그래서 더 힘들긴 했다. (웃음) 작은 체구지만 밀리지 않고 보여줘야 하니까. 영광 오빠가 저 밀치고 할 때도, 주눅 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Q. 목에 파스를 붙이고 다니는 것도 그런 이유처럼 보인다. 
박보영 : 처음에는 허세일 거라 생각했는데 과거에는 노는 언니들이 남자친구 만나서 목에 키스 마크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걸 가리기 위해서도 파스를 붙인다더라. 그걸 알고 충격을 받긴 했다. 헤어스타일도 여러 가지를 해봤다. 양 갈래를 하니 귀여운 면이 있다고 하고, 앞머리를 올렸더니 선한 이미지라고 하고. 그래서 눈을 약간 가리면서 지금 스타일이 나왔다.

Q. 그런데 감독님은 도대체 박보영의 어떤 모습을 보고, 영숙 역을 제안했을까. 다른 누구보다 박보영 본인이 가장 궁금했을 것 같다.
박보영 :
감독님은 뭔가 그런 게 있다고 했다. 대중들이 보는 면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시고 할 수 있을 거라고 해서 주신 게 신기하다. 이렇게까지 보일지 몰랐는데 꽤 불량한 것 같다.

Q. 그래도 선택할 때 주저할 수밖에 없는 지점은 있었을 것 같다.
박보영 :
시나리오 선택할 때 일차적으로 재미있어야 한다. 그다음에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영숙이가 이런 모습인데 그게 나한테 있어요’라고.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 남이 봐주는 내 모습이 다를 때가 있다.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 나오는 말투나 시골스러운 면이 있다. 촌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웃음) 그리고 회사 분들과 상의를 많이 하는 편인데 회사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추천해줬다.

박보영
Q. 욕은 입에 잘 붙던가.
박보영 :
맨 처음 (연습한걸) 녹음해서 들었는데 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는 거다. 그렇다고 집에서 연습하면 가족이 듣고, 차에서는 매니저가 듣고, 또 혼자 있을 때는 아무 일도 없는데 욕을 하려니까 잘 안 됐다. 그래서 직접 차를 운전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운전하면 나도 모르는 분노를 끌어올라 욕을 하게 된다. (웃음)

Q. 그래도 충북 증평 출신이라 사투리는 익숙했을 것 같은데 영화 보도 자료에는 또 다른 사투리를 써야 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더라.
박보영 : 배경이 홍성인데 약간 전라도 사투리가 섞여 있다. 그러다 보니 안 쓰던 말투도 있었던 거다. 근데 시나리오에 자세히 쓰여 있어 크게 어렵진 않았다. 원래 썼던 것도 있고, 삼촌이 전라도에 계셔서 익숙한 것도 있었다. 다만 조금 혼란스럽긴 했다.

Q. 그래도 살아보지 않았던 1980년대가 배경이다. 어색한 지점도 있었을 것 같다.
박보영 :
당시는 안 살아 봤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대도시에 살았으면 모르겠지만, 시골에서 살아서 논밭이 익숙하고, 초등학교 때는 메뚜기 잡으러 다니곤 했다. 산에 누가 더 빨리 올라가나 친구들과 내기도 하고. 그래서 낯설진 않았다. 또 통학열차는 타 본 적 없지만, 세트가 진짜 같아서 문제없었다. 그리고 스스로 축복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날로그 감성도 있으면서 디지털화 돼가는 걸 직접 겪은 세대다. 그래서 이질감이 느껴지거나 그런 건 없었다.

Q. 멜로도 있지만, 이번엔 일방적이다. 원 없이 사랑했던 ‘늑대소년’ 때와는 분명 다르다. 그래서 감정을 만들어가는 것도 달랐을 것 같다.
박보영 :
초반에 붙는 신이 많지 않았다. 중반부터 만났는데 그에 비하면 호흡은 잘 맞는 편이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선 데면데면한 게 더 좋았다. 서로 감정을 나누는 것보다 혼자 하는 게 많아서 그게 더 도움됐던 것 같다. 극 중 중길은 항상 나를 밀어내려 하지 않나.

Q. ‘늑대소년’ 때는 순이한테서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겠다.
박보영 :
내가 그때 그런 말을 했나.

Q. 순이를 떠나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떠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는데.
박보영 : 아. 못 빠져나온 게 아니라 가슴에 품고 있는 거다. 아직도 순이 이야기하면 아릿하고 그렇다. 그 감정을 기억하는 거다. 방이 여러 개가 있는데 아직 방이 모자랄 정도로 작품, 캐릭터를 하지 않아서 괜찮다. 그 방에 영숙이도 있고, 순이도 있고, 정남도 있다. (웃음)

박보영
Q. 솔직히 개인적으로 조금은 아쉬운 생각도 들겠다.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극 중 영숙의 변화는 많이 묻혔다. 그래서 초반의 강렬함이 유지되지 않았다. 또 제작에 들어갈 때만 해도 박보영의 영화로 알려지지 않았나.
박보영 :
영숙의 테마는 확실히 있지만, 전체적으로 중길의 성장 과정이 중심인 영화다. 처음부터 박보영의 영화라고 하신 건 감독님이나 제작자분들이 말을 그렇게 해주신 거다. 원래 분량이 그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보이는 건 중길 캐릭터고, 그 사람의 성장 영화라는 건 알고 있었다. 시나리오 볼 때부터 그렇게 보였다. 약간 아쉬웠던 건 영숙의 감정을 보여주는 게 없어져 살짝 아쉽긴 하다.

Q. 작품에 대한 욕심은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너무 뜸한 활동이다. 1년에 한 편 보기도 힘들다.
박보영 :
드라마를 해야 하는데. (웃음) 항상 얘기는 되고 있다. 예전에는 거의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빈자리가 있으면 그자리에 들어가면 됐다. 그래서 준비 기간도 짧았는데 지금은 처음부터 과정에 참여하다 보니 그 기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몇 작품을 같이 할 정도의 역량도 아직 안 된다. ‘늑대소년’ 끝나고 바로 ‘피끓는 청춘’ 결정한 건데 크랭크인이 한두 달 밀리다 보니 기간이 길어졌다. 매번 끝나면 바로 준비하고 촬영하고 한 거다. 보시는 분들이 많이 하는구나 생각하게 하려면, 조금 겹치는 게 있어야 할 것 같다.

Q. 맞다. 알면서 왜 하지 않는 건가.
박보영 :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 됐다. 원래 가지고 있는 모습이면 준비 기간이 짧을 텐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다. 이 전에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같이 하다 보니 감독도 확정돼야 하고, 작가도, 거기에 편성도 있는 거다. 그 사이 ‘피끓는 청춘’이 준비가 완료돼 먼저 하게 됐다. 다작이 목표라고 했는데 ‘너의 다작 기준은 뭐냐’라고 누가 묻기도 하더라. (웃음) 어찌 됐든 항상 다작이 목표다. 그리고 지금 내 나이가 25살인데 뭔가 애매하다. 20대 후반이나 서른쯤에 할 수 있는 얘기들이 많은 것 같다. 나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웃음).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